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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넌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순결을 지키고 싶어?”

조은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남자의 부드러움을 탐했다. 인생의 타락이 이리도 쉬울 줄 몰랐다.

조은서는 얼굴을 유선우의 목덜미에 파묻고 나서야 유선우가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

이안이를 위해 골수를 이식하며 고질병이 생긴 데다 지난번 비를 맞고 몸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바람에 결국 앓아눕고 만 것이다...

유선우는 계속하여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조은서가 의사를 불러 해열 주사를 놓았는데 다행히 새벽에 열이 좀 내려 39도가 채 되지 않았다.

조은서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유선우는 잠옷을 입고 넓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그는 샤워하고 싶었지만 조은서가 끝까지 뜯어말리는 바람에 결국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분명 열이 내려야 씻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먼저 누우세요. 제가 죽 좀 가져와 먹여드릴게요.”

보기 드물게 참으로 다정했다.

유선우는 등불 아래에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새까맣고 매끄러운 긴 생머리, 앙증맞은 브이라인 얼굴, 그리고 깐 달걀과도 같이 희고 보들보들한 피부... 요즘은 살이 조금 더 올라 더욱 귀티가 흘러넘쳤다.

무심코 유선우는 문득 그들에게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조은서는 그를 떠난 적이 없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적도 없다.

그녀는 항상 그의 곁에서 잘 지내왔고 유선우는 이번에도 그저 감기에 걸렸을 뿐인데 조은서는 평소처럼 그를 살뜰히 돌보고 있다... 조은서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냉담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나지막이 알겠다고 중얼거렸다.

조은서는 방에 딸린 주방에 가서 유선우를 위해 죽을 끓여 주었는데 유선우가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일어나서 샤워를 마쳤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깨끗하고 상쾌하게 몸을 씻고 거실 소파에 기대어 그녀의 죽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을 그의 앞에 가져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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