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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런데 김 비서의 표정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상사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연희 씨가 유산했어요. 의사는 아랫배가 심한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말했고 이제... 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

조은혁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담배와 주변도 잊은 채 오직 김 비서의 그 한마디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

창밖에는 늦가을이 노랗게 어려 있었고 창가엔 하얀 셔츠를 입은 훤칠한 남자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연희 씨는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몸이 매우 허약해요. 대표님, 이곳에서 진시아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가서 연희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이 끝날 때 조은혁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에 김 비서도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운전기사가 서둘러 운전했고 조은혁은 뒷좌석에 앉은 채 말이 없었다.

그는 묵묵히 뒷좌석에 앉아 아이가 생긴 후 박연희와 함께 지냈던 그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 기억은 매우 달콤했다.

박연희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더 이상 그를 떠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여 조은혁은 그들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심지어 아이의 이름도 다 생각해 놨었다. 조은희, 바로 그와 박연희의 막내딸의 이름이다.

그 따귀가 아이를 잃게 한 것이겠지.

박연희가 화장대에 부딪힌 장면이 기억났다. 박연희는 애써 화장대를 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홧김에 그녀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은혁이다. 조은혁이 결국 자기 손으로 아이를 죽인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은혁이 별안간 얼굴을 돌렸고 그의 눈가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려 있었다.

...

VIP 병실에는 은은한 약물 냄새가 가득했다.

박연희는 곤히 자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에 깔려 있었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연약하다 못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조은혁은 침대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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