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연희는 오히려 손을 빼냈다.그녀는 그의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박연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이불을 끌어당기고 혼자 이불 속에서 통곡했다.조은혁에게 있어서 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은 단지 유감일 뿐이다.아마 며칠 동안은 슬퍼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슬픔 또한 잊힐 것이다...그러나 한 여자에게 있어 잃은 아이는 모체에서 산 채로 베어낸 피와 살이며 평생 잊지 못할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조은혁은 하룻밤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다.다음날 그는 중요한 접대가 있어서 별장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리를 비웠다.드레스룸 안은 일찌감치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박연희의 유산된 피도 흔적도 없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지만 공기 속에는 여전히 희미한 피비린내가 남아 있었다...조은혁은 옷장 문을 열고 넥타이를 뽑아 매었다.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외출하려던 참이었는데 공기 중의 피비린내를 느끼고 심란해진 마음에 결국 넥타이를 다시 벗고 화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그는 손을 떨면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냈다.지금은 아이가 없으니 그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아도 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언제든지 피울 수 있다.사실 그는 이전에 이미 담배를 끊었다.담배의 매운 연기가 목을 자극했다.그는 은은한 니코틴 냄새 속에서 그와 박연희 사이의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요즘 그들의 감정이 다시 온기를 되찾으며 그들은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니, 심지어 신혼 때보다 더 좋아졌다... 그 당시 박연희는 너무 풋풋했고 지금은 온화하고 여유로워서 사모님이 되기에 더 적합하다.조은혁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답답해졌다.그때, 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입구에서 말을 건넸다.“대표님, 진범 도련님께서 울고 계십니다. 계속 사모님을 찾고 있어요.”그러자 조은혁은 다급히 담배를 끄고 답했다.“아, 진범이를 데려오세요.”고용인은
잠시 후, 조은혁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난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을게.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그러자 박연희는 지극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연희는 남자의 치졸한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고 그의 연기에 맞춰주며 싸늘한 눈빛으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흉내 내고 있는 조은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남자의 약속은 자정이 넘으면 신데렐라의 크리스털 구두처럼 먹통이 되어 추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조은혁은 종일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심지어 휴대폰을 꺼놓기도 했다.황혼 무렵에 이르러 진범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작은 머리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절대 자려 하지 않자 조은혁은 그제야 아들을 안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난 진범이 집에 데리고 가서 잘게. 내일 아침 일찍 올 거야.”그리고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종일 전화를 꺼놓았으니 저녁에는 틀림없이 진시아를 보러 갈 것으로 추측했다.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폭로하지 않았다.단지 그가 떠날 때 가볍게 한마디 거들뿐이었다.“진범이는 밤에 한 번 분유를 먹여야 해요. 잊지 마세요.”그러자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아들을 바라보며 답했다.“알겠어. 걱정하지 마.”그렇게 조은혁은 진범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눕자마자 진범이는 곧 단잠에 빠졌고 작은 몸은 이불 속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참으로 차분하고 보기 좋았다... 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는 진범이를 사랑한다.진범이는 박연희의 외모와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완벽한 아들이었다.이윽고 조은혁은 진범이를 보면서 휴대폰을 켰다.종일 걸려온 전화는 68통. 그중 62통은 진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잠시 생각해보던 조은혁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구슬픈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두냐고,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두느
장숙자는 아연실색했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박연희는 고개를 숙이고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곧 끝날 거예요, 곧 자유로워질 거예요.”장숙자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장숙자는 지금의 박연희에게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모님이 진시아 씨의 다리를 절단한 것에 대해 장숙자는 감복하여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였다. 이 얼마나 큰 박력인지.사모님은 예전에는 개미도 죽이지 못했다.장숙자는 차를 부르고, 또 그녀를 시중들어 옷을 갈아입게 했다.옷을 갈아입힌 후, 장숙자는 짙은 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가져다가 박연희에게 단단히 둘러주었다. 장숙자는 마음이 아파서 입을 열었다.“제가 같이 갈게요. 저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박연희는 가볍게 장숙자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어요. 어찌 되었든, 낳고 키울 수 없었어요.”장숙자가 벼락을 맞은 듯 했다.세상에!방금 그녀가 무엇을 들었지?장숙자가 겁에 질려 박연희를 쳐다보자 박연희는 빙긋 웃었다.“돌아와서 얘기 해 줄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장숙자를 두고 병실을 나갔다....30분 후, 박연희는 진시아의 병원에 도착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다.그는 검은색 디올 코트에 같은 색의 스틸레토 힐,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온화하고 청아했다.4층 VIP병실.간호사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막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 층 전체는 이미 다 예약되었습니다. 잘못 오신 것 같네요.”박연희는 진시아의 명함을 내밀었다.“전 진시아 씨의 여동생인데 아프다는 것을 알고 해외에서 찾아왔어요.”그녀가 입은 옷이 값도 꽤 나가고, 백은 더욱 귀한 가죽으로 된 것이었다.간호사는 의심하지 않고 말했다.“진시아 씨 여동생이시구나. 그럼 얼른 들어가보세요. 아, 진시아 씨의 남자친구도 있어요, 사이가 정말 좋으시죠. 진시아 씨가 다친 이
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박연희가 벗어났다.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운 남자는 그녀의 눈물 한 방울도 가질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떠났다.그녀는 통로를 걷다가 온몸이 차가워져서 손을 뻗어 코트를 꽉 조였다.뒤에서 조은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연희야.”박연희는 돌아서서 그와 눈을 마주쳤고 가볍게 중얼거렸다.“오지 마요.”“조은혁... 오지 말라고!”“이제 와서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조은혁 씨, 당신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여자가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당신에게 조금의 감정도 없이, 그저 당신의 돈과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성적 능력만을 원하는 게 아닌 이상... 하지만 전 할 수 없어요! 조은혁 씨, 난 못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당신과 결혼할 때, 전 평생 같이 하기를 바랐어요.”“그래도 괜찮아요.”“적어도 좋게 헤어지는 게 어디예요. 적어도, 마지막 체면은 지켜야죠.”“당신한테 너무 실망이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천천히 떠났다.조은혁은 쫓아가지 않고 창가로 가서 박연희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여윈 몸이 바람에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고,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조이는 것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는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검은색 캠핑카가 그의 시야에서 천천히 움직였다.벨린의 늦가을, 이런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뜻밖에도 눈이 흩날렸다.아마 조은서가 했던 말인 것 같다.조은서는 눈이 오는 것이 싫다고 했다. 눈이 올 때마다 이별을 의미했고, 그녀가 잃을 게 있다는 뜻이니까.그럼 지금, 그와 박연희도 그런걸까?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완전히 떠나려했다......조은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연희는 이미 퇴원했다.그는 또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차가 정원에 천천히 주차했다. 하얗게 쌓인 눈 위, 차 안에서 그는 조
조은혁은 말이 없었다.그는 단지,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이 말들을 그녀가 오래전부터 다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은혁은 그와 이혼하고 떠나는 것도 그녀가 이미 다 계획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참 뒤 박연희는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범이는 저한테 줘요.”그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조은혁은 좋다고도, 싫다고도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들이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연희가 그에게 하는 말에서 둘의 감정에 대한 미련도 조금도 듣지 못했고, 조금도 질투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가 그를 좋아하던 마음을 어떻게 깨끗하게 지울 수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사랑하지 않으니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떠나고 싶으니 떠난다고 말했다.두 사람이 서로 말 없이 있을 때, 도우미가 전화를 가지고 와서 진시아의 전화라고 했다.도우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진시아 씨가 또 자살시도를 했다고 합니다.”조은혁은 휴대전화를 받아 몇 마디 들었다.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박연희에게 말했다.“잠깐 다녀올게.”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에 조은혁은 또 실망했다.새벽의 눈 속에서 그는 다시 진시아 곁으로 달려갔다.이른 아침, 진시아는 자신의 손목을 베었다.응급처치, 그리고 여자의 히스테리적인 울음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을 심란하게 했다.처치가 끝나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조은혁은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그가 침실 문을 밀어 열자 안은 어두컴컴한 무드등 하나만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없었다.그녀가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뜻이었다.피곤한 조은혁은 푹신한 침대에 박연희와 나란히 누워 있었다.몸도 마음도 힘들었고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양미간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연희야.”그는 등을 전부 껐다.서로의
조은혁은 입을 열려고 하다가 목이 메었다.한참 후에야 그는 말을 꺼냈지만 목이 아주 잠겨있었다. “이 눈이 그친 후에 가. 산후조리 한다고 치고 여기서 쉬어. 걱정 마, 날이 밝으면 내가 나갈게.”“이혼에 관해서는, 결혼 증명서를 하와이에서 받았으니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야 해.”“진범이는 네가 데려가.”“그리고 그 아이도 함께 잘 돌보고.”...조은혁은 알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이 결정을 할 시기가 매우 급하게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좀 더 많이 고민한다면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박연희는 자유를 원한다.박연희는 그의 곁에 남고 싶지 않았다.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안았다. 예전처럼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그저 포옹했다. 단지 조은혁이 박연희를 안았을 뿐. 단지 그가 남편으로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내를 껴안았을 뿐.오늘이 지나면 그들은 부부가 아니다.그는 더 꽉 껴안았다.그는 그녀의 연약한 몸을 단단히 품에 안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 동창이 다쳤고 너는 내 앞에 반쯤 무릎을 꿇었지. 사실 그때 이미 나는 마음이 움직였어... 연희야, 내 세상은 너무 어둡고 타락해서 난 이 세상에 아직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을 잊었어.”“우리의 결말은, 내가 단순한 사람을 가지고 논 것에 대해 하늘이 주는 벌이야.”...박연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결국 그는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묻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말할 면목이 없었다.하지만 조은혁이 좋아하는 것은 박연희고, 그가 진시아를 대하는 것은 그저 죄책감뿐이라는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가 진시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박연희의 실망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연희야, 몸조심해!”...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의 말대로 부부가 아니면
장숙자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대표님이 아끼는 분이시겠죠.”장숙자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나가더니 떠날 때 그 전복죽을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에게 먹이지 않았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그래도 짐은 챙겨야 했다.장숙자는 침실을 지날 때, 가능한 한 작은 소리를 내서 사모님을 깨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박연희는 깨어 있었다.장숙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옷가지를 정리하라고 하셔서요.”박연희가 웃었다.“짐을 싸라고 했죠?”장숙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고 흐느꼈다.“얼마 전에 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길래, 전 마침내 봄날이 온 줄 알았어요. 이런 결말이 날지 누가 알았겠어요.”박연희는 해명하지 않았다.그녀는 장숙자에게 짐을 꾸리게 했다.장숙자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짐을 끌고 서재로 갔지만 조은혁은 없었다.그는 조진범의 방에 있다.이른 아침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와 그의 아이 조진범을 비추었다.그는 작은 침대 앞에 반쯤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었지만 진범이를 깨우지는 않았다. 그저 박연희를 닮은 작은 얼굴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며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장숙자는 문 앞에 서서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가식적이긴.”조은혁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아들을 만지작거리며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그는 장숙자의 손에 있는 짐을 받아 들고 조용히 물었다.“연희는 어때요? 울지 않아요?"장숙자가 말했다.“곧 싱글이 된다니까 좋아하시던데요. 저도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요.”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장숙자는 몸을 돌려 가 버렸다....장숙자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박연희가 침대 끝에 기대어있었다.그녀의 반짝이는 작은 얼굴은 아침 햇살 속에서 특히 청아했다. 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얼마나 많은 눈이 올지
별장.거실은 봄처럼 따뜻했고, 도우미들은 쟁반을 들고 주방을 드나들었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면 두 그릇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3단 케이크도 있었다.오늘은 진시아 34번째 생일이다.그녀가 특별히 일찍 퇴원한 것은 조은혁과 그녀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밖에는 가랑눈이 흩날린다.보름 동안 내린 이번 눈은 벨린 전체를 눈에 파묻히게 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진시아는 휠체어를 움직여 조은혁의 뒤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볍게 그를 껴안고 중얼거렸다.“은혁 씨, 전 이 눈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라요. 그러면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니까. 은혁 씨, 제가 꿈을 꾸는 거예요? 정말 그녀와 헤어지고 나랑 같이 있어 주는 거예요? 전 정말 두려워뇨... 단지 좋은 꿈일 뿐일까 봐 두려워요. 만약 꿈이라면 전 차라리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에만 간직하고 싶어요.”그녀는 그를 꼭 껴안았다. 미친 듯이 기뻤다.“당신이 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게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사랑?조은혁이 움찔했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는 가장 뜨거울 때일지라도 그저 남녀간의 정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들이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여자와 많이 놀아나봤기에 그는 흥을 깨는 남자가 아니었다. 관계를 할 때 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그 단어를 말했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그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밖에 쌓인 눈을 보고 있다.그가 여기에 온 지도 보름이 되었다.그 동안 박연희는 연락을 한 번도 안 했다. 한 번도.어젯밤, 그는 진시아를 데려왔다. 비록 그들은 함께 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살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하와이 혹은 B시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박연희가 거기 있다.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