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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잠시 후, 조은혁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난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을게.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그러자 박연희는 지극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박연희는 남자의 치졸한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고 그의 연기에 맞춰주며 싸늘한 눈빛으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흉내 내고 있는 조은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약속은 자정이 넘으면 신데렐라의 크리스털 구두처럼 먹통이 되어 추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은혁은 종일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휴대폰을 꺼놓기도 했다.

황혼 무렵에 이르러 진범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작은 머리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절대 자려 하지 않자 조은혁은 그제야 아들을 안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난 진범이 집에 데리고 가서 잘게. 내일 아침 일찍 올 거야.”

그리고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

종일 전화를 꺼놓았으니 저녁에는 틀림없이 진시아를 보러 갈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폭로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떠날 때 가볍게 한마디 거들뿐이었다.

“진범이는 밤에 한 번 분유를 먹여야 해요. 잊지 마세요.”

그러자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아들을 바라보며 답했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그렇게 조은혁은 진범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눕자마자 진범이는 곧 단잠에 빠졌고 작은 몸은 이불 속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참으로 차분하고 보기 좋았다... 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는 진범이를 사랑한다.

진범이는 박연희의 외모와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완벽한 아들이었다.

이윽고 조은혁은 진범이를 보면서 휴대폰을 켰다.

종일 걸려온 전화는 68통. 그중 62통은 진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

잠시 생각해보던 조은혁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구슬픈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두냐고,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두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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