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숙자는 아연실색했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박연희는 고개를 숙이고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곧 끝날 거예요, 곧 자유로워질 거예요.”장숙자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장숙자는 지금의 박연희에게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모님이 진시아 씨의 다리를 절단한 것에 대해 장숙자는 감복하여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였다. 이 얼마나 큰 박력인지.사모님은 예전에는 개미도 죽이지 못했다.장숙자는 차를 부르고, 또 그녀를 시중들어 옷을 갈아입게 했다.옷을 갈아입힌 후, 장숙자는 짙은 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가져다가 박연희에게 단단히 둘러주었다. 장숙자는 마음이 아파서 입을 열었다.“제가 같이 갈게요. 저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박연희는 가볍게 장숙자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어요. 어찌 되었든, 낳고 키울 수 없었어요.”장숙자가 벼락을 맞은 듯 했다.세상에!방금 그녀가 무엇을 들었지?장숙자가 겁에 질려 박연희를 쳐다보자 박연희는 빙긋 웃었다.“돌아와서 얘기 해 줄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장숙자를 두고 병실을 나갔다....30분 후, 박연희는 진시아의 병원에 도착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다.그는 검은색 디올 코트에 같은 색의 스틸레토 힐,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온화하고 청아했다.4층 VIP병실.간호사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막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 층 전체는 이미 다 예약되었습니다. 잘못 오신 것 같네요.”박연희는 진시아의 명함을 내밀었다.“전 진시아 씨의 여동생인데 아프다는 것을 알고 해외에서 찾아왔어요.”그녀가 입은 옷이 값도 꽤 나가고, 백은 더욱 귀한 가죽으로 된 것이었다.간호사는 의심하지 않고 말했다.“진시아 씨 여동생이시구나. 그럼 얼른 들어가보세요. 아, 진시아 씨의 남자친구도 있어요, 사이가 정말 좋으시죠. 진시아 씨가 다친 이
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박연희가 벗어났다.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운 남자는 그녀의 눈물 한 방울도 가질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떠났다.그녀는 통로를 걷다가 온몸이 차가워져서 손을 뻗어 코트를 꽉 조였다.뒤에서 조은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연희야.”박연희는 돌아서서 그와 눈을 마주쳤고 가볍게 중얼거렸다.“오지 마요.”“조은혁... 오지 말라고!”“이제 와서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조은혁 씨, 당신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여자가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당신에게 조금의 감정도 없이, 그저 당신의 돈과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성적 능력만을 원하는 게 아닌 이상... 하지만 전 할 수 없어요! 조은혁 씨, 난 못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당신과 결혼할 때, 전 평생 같이 하기를 바랐어요.”“그래도 괜찮아요.”“적어도 좋게 헤어지는 게 어디예요. 적어도, 마지막 체면은 지켜야죠.”“당신한테 너무 실망이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천천히 떠났다.조은혁은 쫓아가지 않고 창가로 가서 박연희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여윈 몸이 바람에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고,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조이는 것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는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검은색 캠핑카가 그의 시야에서 천천히 움직였다.벨린의 늦가을, 이런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뜻밖에도 눈이 흩날렸다.아마 조은서가 했던 말인 것 같다.조은서는 눈이 오는 것이 싫다고 했다. 눈이 올 때마다 이별을 의미했고, 그녀가 잃을 게 있다는 뜻이니까.그럼 지금, 그와 박연희도 그런걸까?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완전히 떠나려했다......조은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연희는 이미 퇴원했다.그는 또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차가 정원에 천천히 주차했다. 하얗게 쌓인 눈 위, 차 안에서 그는 조
조은혁은 말이 없었다.그는 단지,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이 말들을 그녀가 오래전부터 다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은혁은 그와 이혼하고 떠나는 것도 그녀가 이미 다 계획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참 뒤 박연희는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범이는 저한테 줘요.”그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조은혁은 좋다고도, 싫다고도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들이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연희가 그에게 하는 말에서 둘의 감정에 대한 미련도 조금도 듣지 못했고, 조금도 질투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가 그를 좋아하던 마음을 어떻게 깨끗하게 지울 수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사랑하지 않으니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떠나고 싶으니 떠난다고 말했다.두 사람이 서로 말 없이 있을 때, 도우미가 전화를 가지고 와서 진시아의 전화라고 했다.도우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진시아 씨가 또 자살시도를 했다고 합니다.”조은혁은 휴대전화를 받아 몇 마디 들었다.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박연희에게 말했다.“잠깐 다녀올게.”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에 조은혁은 또 실망했다.새벽의 눈 속에서 그는 다시 진시아 곁으로 달려갔다.이른 아침, 진시아는 자신의 손목을 베었다.응급처치, 그리고 여자의 히스테리적인 울음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을 심란하게 했다.처치가 끝나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조은혁은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그가 침실 문을 밀어 열자 안은 어두컴컴한 무드등 하나만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없었다.그녀가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뜻이었다.피곤한 조은혁은 푹신한 침대에 박연희와 나란히 누워 있었다.몸도 마음도 힘들었고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양미간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연희야.”그는 등을 전부 껐다.서로의
조은혁은 입을 열려고 하다가 목이 메었다.한참 후에야 그는 말을 꺼냈지만 목이 아주 잠겨있었다. “이 눈이 그친 후에 가. 산후조리 한다고 치고 여기서 쉬어. 걱정 마, 날이 밝으면 내가 나갈게.”“이혼에 관해서는, 결혼 증명서를 하와이에서 받았으니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야 해.”“진범이는 네가 데려가.”“그리고 그 아이도 함께 잘 돌보고.”...조은혁은 알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이 결정을 할 시기가 매우 급하게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좀 더 많이 고민한다면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박연희는 자유를 원한다.박연희는 그의 곁에 남고 싶지 않았다.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안았다. 예전처럼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그저 포옹했다. 단지 조은혁이 박연희를 안았을 뿐. 단지 그가 남편으로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내를 껴안았을 뿐.오늘이 지나면 그들은 부부가 아니다.그는 더 꽉 껴안았다.그는 그녀의 연약한 몸을 단단히 품에 안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 동창이 다쳤고 너는 내 앞에 반쯤 무릎을 꿇었지. 사실 그때 이미 나는 마음이 움직였어... 연희야, 내 세상은 너무 어둡고 타락해서 난 이 세상에 아직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을 잊었어.”“우리의 결말은, 내가 단순한 사람을 가지고 논 것에 대해 하늘이 주는 벌이야.”...박연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결국 그는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묻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말할 면목이 없었다.하지만 조은혁이 좋아하는 것은 박연희고, 그가 진시아를 대하는 것은 그저 죄책감뿐이라는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가 진시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박연희의 실망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연희야, 몸조심해!”...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의 말대로 부부가 아니면
장숙자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대표님이 아끼는 분이시겠죠.”장숙자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나가더니 떠날 때 그 전복죽을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에게 먹이지 않았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그래도 짐은 챙겨야 했다.장숙자는 침실을 지날 때, 가능한 한 작은 소리를 내서 사모님을 깨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박연희는 깨어 있었다.장숙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옷가지를 정리하라고 하셔서요.”박연희가 웃었다.“짐을 싸라고 했죠?”장숙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고 흐느꼈다.“얼마 전에 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길래, 전 마침내 봄날이 온 줄 알았어요. 이런 결말이 날지 누가 알았겠어요.”박연희는 해명하지 않았다.그녀는 장숙자에게 짐을 꾸리게 했다.장숙자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짐을 끌고 서재로 갔지만 조은혁은 없었다.그는 조진범의 방에 있다.이른 아침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와 그의 아이 조진범을 비추었다.그는 작은 침대 앞에 반쯤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었지만 진범이를 깨우지는 않았다. 그저 박연희를 닮은 작은 얼굴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며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장숙자는 문 앞에 서서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가식적이긴.”조은혁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아들을 만지작거리며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그는 장숙자의 손에 있는 짐을 받아 들고 조용히 물었다.“연희는 어때요? 울지 않아요?"장숙자가 말했다.“곧 싱글이 된다니까 좋아하시던데요. 저도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요.”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장숙자는 몸을 돌려 가 버렸다....장숙자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박연희가 침대 끝에 기대어있었다.그녀의 반짝이는 작은 얼굴은 아침 햇살 속에서 특히 청아했다. 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얼마나 많은 눈이 올지
별장.거실은 봄처럼 따뜻했고, 도우미들은 쟁반을 들고 주방을 드나들었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면 두 그릇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3단 케이크도 있었다.오늘은 진시아 34번째 생일이다.그녀가 특별히 일찍 퇴원한 것은 조은혁과 그녀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밖에는 가랑눈이 흩날린다.보름 동안 내린 이번 눈은 벨린 전체를 눈에 파묻히게 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진시아는 휠체어를 움직여 조은혁의 뒤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볍게 그를 껴안고 중얼거렸다.“은혁 씨, 전 이 눈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라요. 그러면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니까. 은혁 씨, 제가 꿈을 꾸는 거예요? 정말 그녀와 헤어지고 나랑 같이 있어 주는 거예요? 전 정말 두려워뇨... 단지 좋은 꿈일 뿐일까 봐 두려워요. 만약 꿈이라면 전 차라리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에만 간직하고 싶어요.”그녀는 그를 꼭 껴안았다. 미친 듯이 기뻤다.“당신이 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게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사랑?조은혁이 움찔했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는 가장 뜨거울 때일지라도 그저 남녀간의 정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들이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여자와 많이 놀아나봤기에 그는 흥을 깨는 남자가 아니었다. 관계를 할 때 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그 단어를 말했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그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밖에 쌓인 눈을 보고 있다.그가 여기에 온 지도 보름이 되었다.그 동안 박연희는 연락을 한 번도 안 했다. 한 번도.어젯밤, 그는 진시아를 데려왔다. 비록 그들은 함께 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살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하와이 혹은 B시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박연희가 거기 있다.박
"듣자 하니, 사모님 쪽에서 대표님을 찬거라던데!”...진시아는 부엌 문 앞에서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예전 같으면 진작에 그녀들에게 귀싸대기를 날린 후 떠나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감히 할 수 없다. 조은혁이 그녀가 도우미를 학대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를 화나게 할까 봐.진시아의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출혈이 심하게 났다.한참 뒤, 그녀는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황급히 떠났다.한 도우미가 그녀의 존재를 알고 당황했지만 다른 한 명이 말했다.“뭐가 무서워! 다리가 부러져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만약 저 여자가 우리를 각박하게 대하면,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 우리는 못 들은 척하고 저 여자가 바지에 오줌을 싸게 하면 돼. 그럼 온 몸에서 지린내가 나겠지.”다른 한 도우미가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두 명의 나이 많은 도우미가 뒤에서 진시아를 모욕했다...진시아는 로비로 돌아왔다. 그녀는 억울해서 펑펑 울고 싶었다.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가 성질을 통제할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야말로 사모님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비록 그녀에게 장애가 있더라도 그녀는 의족을 장착할 수 있었고 여전히 그와 함께 접대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그들은 금슬 좋은 한 쌍일 것이다.그녀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조은혁은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심지어 그녀의 생일 케이크도 겨우 한 입만 먹고 통창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그대로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깥의 눈 내리는 밤을 바라보았다.진시아는 미칠 지경이었다.이건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어렵게 함께하게 됐는데, 왜 그는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걸까?왜?왜 그는 밤에 잠을 자면서도 자기와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지 않을까?그녀는 불안했다.그녀는 그가 자신의 장애를
박연희가 그에게 시간을 줬다.그녀는 지척에 있었다. 분명히 그는 여자를 꼬시는 데 도가 텄지만 이때는 왠지 말문이 막혔다.미안하다는 네 글자는 박연희가 입은 상처에 비해 너무 간단해 보였다.결국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쉰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몸은 좀 나아졌어? 언제 하와이로 돌아갈 예정이야?”박연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한참 뒤, 그녀는 말했다.“모레요. 모레 눈이 그치면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할 수 있어요.”“하와이? 아니면 B시?”그는 박연희가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하와이요. 우리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하와이에서 이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는 한마디에 이혼을 두 번이나 말했다.조은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결국 그녀가 말을 철회하게 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철회할 수가 있을까.결국 그들은 모두 이혼을 해야 했다. 게다가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걱정 마. 너에게 최대의 지원을 해줄 게.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난 여전히 예전처럼 너를 돌봐 줄 수 있어.”박연희는 부드럽게 웃었다.봄바람이 조은혁의 가슴에 와 닿는 듯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그의 눈을 시큰하게 했다.“조은혁 씨, 전 그녀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면 전화를 끊을 것이다.조은혁은 전화를 끊기가 아쉬워 연이어 그녀를 불렀다.“연희야!”하지만 박연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조은혁은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뚜뚜뚜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글퍼했다...그는 전화기를 버리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조진범과 박연희를 생각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이어서 도우미가 말했다. “조 대표님, 주무세요? 진시아 씨가 몸이 좀 안 좋으시다고 하셔서, 와서 좀 봐달라고 하십니다.”만약 방금의 전화가 없었다면 조은혁은 그녀에게 갔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