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죽을 가져와서 작은 원탁에 올려놓고, 그녀를 안고 와서 음식을 먹이려고 했다.조은서가 그때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거랑 달라요!”유선우는 약간 멍해졌다가, 한참 후에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조은서는 그를 바라보며 더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그때랑 달라요! 예전엔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참았어요. 당신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으니까.”“그럼 지금은?”부드러운 불빛 아래에서 유선우는 그녀의 윤기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럼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은서야, 난 네가 언제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딴 건 난 신경 안 써!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유선우는 사업하는 사람이다.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장사판에서는 감정을 논하는 사람이 없다. 남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고, 아내와 아이, 심지어 애인까지, 모두 권세의 부속품일 뿐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소파로 향했다.조은서는 몸을 떨었다. 하얀 거즈를 두른 팔도 무의식적으로 움츠렸다…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그녀가 그를 꺼리고 두려워한다는 걸 알려주었다.유선우는 좀 화가 났다.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미라를 폭행하는 흥미는 없어!”말을 마치고 그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조은서가 너무 여지없이 벤 바람에 상처가 매우 깊었다. 앞으로 잘 챙기지 않으면 흉터가 생겨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이런 생각 하니 그의 표정은 좀 누그러들었고, 조은서를 내려놓는 동작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밥 먹어!”“밥을 먹어야 도망칠 힘이 생기지. 여 대표 사모님!”……그는 조롱 섞인 말투로 마지막에 그 호칭을 덧붙였으나, 조은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그녀는 아무런 소리 없이 밥을 먹었다. 마치 옆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그녀의 얌전한 모습을 보니, 호텔에서 단호하고 견결했던 그녀의
그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유선우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있던 타올을 넘겨받고 화가 난 듯한 소리로 말했다.“죽을래? 의사가 적어도 이틀 동안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어.”조은서는 등을 돌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좀 씻고 싶어요!”유선우는 잠깐 생각했다가 그녀가 왜 목욕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호텔에 있을 때 비록 채 끝내진 못했지만, 약 10분 동안은 그녀를 괴롭히며 다뤘었다. 그녀가 아무리 거부한다 해도 신체에 반응이 생겼을 것이다.유선우는 자신이 아마 너무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 불붙듯 격렬하게 달아올라 그녀와 끝까지 치달을 뻔하였다.그걸 생각하니 그는 또다시 마음이 들떴다. 그의 몸도 그러했다.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얇은 어깨에 턱을 얹고,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한 모금 머금은 것처럼 쉬어서 말했다.“몸에 내 냄새가 나서 그래?”조은서는 몸을 떨었다.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등불 아래에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조은서는 매우 설렜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슬플 뿐이었다. 유선우는 그녀에게 성적인 상대로만 생각하고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오랫동안 그한테 시달리니 그녀는 정말 지쳐버렸다.때로는 지쳐서 반항할 힘도 없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세면대 위에 앉히고, 조명을 가장 밝게 조절하고, 자신이 몸을 마음대로 감상하는 걸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알몸이 남김없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유선우는 그녀를 닦아주기 시작했다.그는 목욕 타올로 그녀의 온몸을 닦아주었는데, 가끔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민감한 부위에 닿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조은서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떨고 있었다.유선우는 수건을 내던지고 환자복을 입히는 대신 하얀 목욕 가운을 그녀한테 입혔다.그리고 그녀를 안고 침대로 돌아가며, 참지 못하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방금 어
유선우는 밤을 새우고 아침 7시가 다 되어서야 회사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고,간단히 정리하고 퇴근할 채비를 했다.진 비서는 이른 아침에도 자체발광하는 유선우의 유우빛 피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같이 밤을 새우고 나니 몇 번이고 화장을 고쳐도 누렇게 뜬 자기의 얼굴과는 달리 유선우는 여전히 멋졌다.마침 회의실에 고위 임원 몇 명이 남아 있었다. 진 비서는 유선우와 친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서, 아주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대표님, 아침 간단히 드시고 퇴근하시겠어요? 대표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소보로빵을 주문했습니다.”소보로빵...유선우는 디저트 같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소보로빵이었는데, 그 소보로빵은 조은서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진 비서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매번 멋대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소보로빵을 주문했다. 유선우는 진 비서가 준비한 소보로빵에 입도 대지 않았고 항상 기사에게 처리를 맡겼다.그런데 진 비서가 또다시 소보로빵을 언급하자, 유선우는 갑자기 조은서가 꽤 오랫동안 디저트를 만들어 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면, 조은서가 매번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 서재로 가져와 맛보라고 했었다. 조은서는 작은 얼굴을 내밀며 항상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었다.조은서는 디저트를 맛보고 나서 유선우가 맛있다고 칭찬하고 맛 표현을 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선우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한 입 베어 물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의 없는 유선우의 반응에 조은서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다시 서재를 나갔다....유선우가 정신이 가출한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진 비서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대표님?”유선우는 진 비서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기대에 찬 진 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다들 퇴근하세요!”이런 거절은 진 비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선우는 진 비서의 감정을 헤아릴
유선우는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 조은서가 입맛을 잃고 종일 우울감에 빠져 아무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모두 자기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유선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간호사는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요 며칠 동안,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 계속 가십거리가 떠돌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조은서가 실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했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조은서를 너무 사랑해서 숨 막힐 정도로 집착해 우울증에 걸리게 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아무도 조은서가 스스로 손목을 베었다는 말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유선우는 물고 있던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갔다.사흘간의 병실 생활 끝에 손목의 흉터를 제외하고 조은서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는데, 이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유선우가 들어올 때, 조은서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얇은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고 연한 파란색 환자복은 넉넉하다 못해 헐렁해 보였다.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기운 없는 환자였다.유선우는 가져왔을 때 그대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아침밥을 힐끗 보고 나서 가볍게 문을 닫았다.미세한 움직임은 조은서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눈을 들자, 유선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유선우는 바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고 한참 동안 문가에 기대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간호사가 아침 안 먹었다고 찾아왔어! 왜 안 먹었어? 입맛에 안 맞는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시켜서 보내줄게!”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배 안 고파요!”유선우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그윽했다. 그 때문에 유선우의 눈을 보고 그의 감정을 읽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조은서는 가슴이 조여왔다. 바로 그때, 유선우가 조은서를 향해 천천히 걸어와 침대 곁으로 갔고 손을 뻗어 조은서의 손에 있는 책을
유선우는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도우미들은 유선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도우미들은 조은서가 입원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유선우가 단기 출장을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도우미가 차 문을 열어주며 인사했다.“대표님, 식사하셨습니까? 대표님 스케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식사 준비를 시작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유선우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띠었다.“담백한 음식으로 몇 가지만 준비하세요.”도우미가 급히 주방으로 가서 전달했다.유선우는 차에서 내려 별장 로비로 들어갔다. 의외로 도우미들이 신경을 많이 썼는지,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여전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룻밤을 바쁘게 보낸 유선우는 샤워하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안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침대 머리맡에 걸려 있는 커다란 웨딩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조은서는 달콤하게 웃고 있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한 데다 조은서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선우는 그녀와 함께 사진 찍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조은서가 1억 6천만 원을 주고 합성한 것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부질없는 짓 한다고 비웃었지만, 조은서는 오히려 감쪽같고 예쁘다고 했었다. 사진을 받고 신나 하던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그랬던 조은서가 지금은 울면서 이혼해달라고 애원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를 괴롭게 할 뿐이라고 하면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더 이상 유선우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인정했고, 지금까지도 조은서를 용서하지 않았다.그리고 이젠 더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유선우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데, 먼저 그만하자고 얘기하다니...침대 끝에 서서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드레스룸에 들렀다가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드레스룸에서 물건을 찾을 때도 유선우는 찾으려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허둥댔다... 사실 유선우도 조은서가 없는 생활이 익숙하지
그가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자 조은서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그러나 유선우는 손을 내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까.그녀는 몇 번 더 애원했지만 유선우는 끝내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그 후 그는 H시에 약 일주일간 머물렀고, 바로 그 일주일 동안 백아현은 첫 번째 다리 수술을 마쳤고, 백아현과 그의 관계를 언론에서 파헤쳐 처음으로 그에 대한 불륜설이 터져 떠돌기 시작했다.출장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친정 얘기를 더는 꺼내지 않았고,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짐을 정리하고 목욕물을 준비하였다...유선우는 씻고 나서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로 향해 그녀와 두 번이나 관계를 가졌지만 그건 그들이 결혼한 후로 가장 침묵이 흘렀던 잠자리였다. 잠자리하는 내내 그는 아무 소리 내지 않았고, 그녀도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쾌락과 전율을 신음으로 터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죄책감을 줄이고 싶었다.한바탕 뒹굴고 나서 그는 침대 머리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조은서가 작은 소리로 그한테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꺼냈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잠시 그녀를 보다가 이천만짜리 수표를 건넸다.일 년이 지났는데도 유선우는 그 일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수표를 받으면서 심하게 떨고 있던 그녀의 손... 아마 그 시각부터였을까,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그때부터 그녀는 유선우의 어린 아내가 아닌 유 대표 사모님으로 변신하였다.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의 회상을 멈췄다.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식사가 다 준비되었는데 내려가서 식사하시겠어요?”“좀 이따 내려갈게요!”유선우는 일기장의 맨 마지막에 쓴 글귀를 지그시 쳐다보며 하인한테 대답했다.그건 조은서가 제일 마지막으로 남긴 여자애의 속마음이었다.몇 글자 안 되는 구절이었지만, 유선우의 뇌리에서 끊임없이 맴돌며 크게 울려
거실에서 온 오후 앉아있은 유선우는 해 질 녘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진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장 변호사한테 별장에 들르라고 해. 이혼 합의서 한 장 작성해 오라 하고.”전화기 너머에서 진 비서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 차려 물었다.“대표님, 이혼 말씀이세요?”유선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저쪽의 진 비서는 눈을 살짝 깜빡이며 상사의 뜻을 마침내 알아차렸다.순간, 그녀는 기쁜 마음이 들면서 생각했다.대표님이 이혼하면 자신한테도 기회가 돌아오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자신이 백아현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며.......30분 후, 진 비서가 장 변호사를 데리고 별장으로 왔다.서재 안의 분위기는 숨 막힐 정도로 저조했다.하인도 대충 낌새를 차려 커피를 가져다준 후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도 장 변호사를 알아보고, 속으로 주인님이 부인과 이혼하려는 것이라 추측했다.향긋한 커피 향이 서재에 퍼졌지만, 그 누구도 마시지 않았다.유선우는 통창 앞에 서 있었다. 석양이 그의 그림자를 쓸쓸할 정도로 길게 호선으로 끌어당겼다.그는 가볍게 그의 뜻을 밝히고 장 변호사에게 합의서를 작성하게 했다.그의 합의서 내용은 결코 조은서한테 후한 편은 아니었다.3년 동안 부부 생활을 하였지만, 그녀에게 주는 위자료가 30 몇 평의 아파트 한 채와 현금 4억이 겨우였다. B 씨에서 손꼽는 부잣집으로 이혼하는 위자료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소문나면 사람들이 실컷 비웃고도 남을 일이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에게 이만큼밖에 주고 싶지 않았다!조은서가 원하는 대로 자유를 얻었으니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가혹한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들이 결혼할 때 합의했던 부분도 있고, 이 정도면 그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었다.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스스로 자신이 마음이 여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그 이유가 조은서가 베개에 엎드려 우는 모습을 본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눈시울
자그맣고 앙증맞은 8인치 케이크였다.노란 별들이 있는 짙은 푸른 하늘 아래, 미니 사이즈의 텐트와 예닐곱 살쯤 되는 소녀가 그 텐트 안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고 있는 모양의 케이크......병실에서 조은서는 소파에 앉아 그 작은 케이크를 보고 있었다.매우 소녀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그녀의 눈은 마치 무수한 작은 별들을 숨긴 것처럼 반짝였다.온몸이 부드럽고 나른한 게, 마치 그녀가 신혼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유선우를 보는 그녀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었는데... 지금 그녀는 다른 남자 때문에 그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있다.케이크 하나로 이렇게 기뻐하다니.유선우는 문득 다시 그 말을 떠올렸다. 그녀가 이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말.그럼 그녀는 허민우를 좋아하게 된 건가?유선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며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그는 조은서를 이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 이혼 서류를 꺼내 두 쪽으로 찢어 쓸모없는 휴지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조은서가 막 케이크를 자르려던 참에 유선우는 문을 밀고 병실로 들어왔다.그녀는 유선우를 보더니 작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무의식적으로 케이크를 숨기려고 했다. 이 작은 케이크는 유선우한테 갇히고 나서 유일하게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고 그녀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이다.이 케이크를 누가 보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카톡으로 감사 인사도 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고마움을 마음에 간직했을 뿐이다.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다.한참 후, 유선우는 그녀 옆에 다가와 앉아, 눈길을 케이크로 향했다가 다시 그녀의 작은 얼굴로 옮겨 유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생일이라고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 점심에 아주머니가 당신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였는데 내가 그걸 다 먹어 치웠어. 이젠, 이 케이크 같이 먹으면서 생일을 축하해볼까?”“선우 씨!”조은서는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