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가 멍하니 넋을 잃었다......오후에 박연희는 박연준을 떠나보내고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줄곧 진범이의 곁을 지켜주었다.진범이는 그들의 사랑을 만끽하며 하얗고 통통하게 잘 자랐다. 집안의 아주머니는 모두 그를 매우 좋아했고 특히 장씨 아주머니는 진범이를 정말 친손자처럼 아껴주었다...밤에 박연희는 진통제를 먹고 몸이 좀 나아져 목욕을 한 뒤, 진범이를 안고 토닥여주며 가볍게 달래주었다.아마 몸에 배어있는 바디워시 냄새가 좋았는지 진범이는 계속하여 엄마 품속을 파고들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몽롱해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그를 바라보는 박연희의 눈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진범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동요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진범이가 이 순간을, 그리고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진범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자정에 꿈을 꿀 때, 엄마의 냄새를 꾸게 되지 않을까.진범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 눈을 반쯤 감은 채, 어떻게든 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아이의 작은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던 박연희가 얼굴을 살짝 갖다 댔다.진범아, 엄마는 정말 오래 살고 싶어. 그러면 네가 자라는 것을 보고, 학교에 가는 것도 보고, 네가 녹음이 우거진 풀밭에서 축구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거야.진범아, 엄마는 네가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진범아, 그런데 엄마는 또 네가 너무 빨리 자라서 갑자기 어른이 될까 봐, 많은 고민을 안고 자랄까 봐 두려워.밤이 깊어 만물이 쥐 죽은 듯 평화롭고 고요했다.그때, 누군가 침실 문을 밀고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조은혁이었다.그는 살짝 문을 열어놓고 진범이가 잠들듯 말 듯 한 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진범이 왜 아직도 안 자?”“장씨 아주머니가 낮에 많이 잤다고 하더라고요.”그는 천천히 다가와 아이를 안고 살며시 몇 번 만지작거렸다...그리고 박연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
전화는 사설탐정으로부터 걸려온 것이다.“대표님, 박연준은 스위스로 가지 않았습니다.”조은혁의 표정이 조금 싸늘하게 굳어버렸다.“그렇다면 어디 간 거지?”잠시 머뭇거리던 사설탐정이 답해주었다.“아직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계속 조사해!”조은혁은 전화를 끊고 손가락을 길게 뻗어 휴대폰을 가볍게 쓰다듬고 나서야 부드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그는 박연희를 매우 냉담하게 대했다.그는 더 이상 하와이에서처럼 그녀에게 그 일을 하라고 조르지 않고 매일 밤늦게 돌아오곤 한다.하지만 박연희는 개의치 않는다.할 일도 많고 준비할 일도 많지만 유독 조은혁은 그녀의 계획에 없다......일주일 후, 박연희는 장씨 아주머니를 데리고 진범이에게 옷을 사주기 위해 쇼핑하러 갔다.장씨 아주머니도 마침 좀 구경도 하고 싶었던지라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다만, 그녀는 사모님이 지금 진범 도련님이 입을 옷뿐만 아니라, 두 살과 세 살까지... 심지어 열 살 때까지 입을 옷을 백 벌 넘게 샀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이상한 낌새를 느낀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를 한쪽으로 끌고 가 조용히 말했다... “사모님, 세일을 하고 있어 가격이 싼 건 맞지만 몇 년 후에는 이 옷들도 유행이 지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진범 도련님은 분명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 될 겁니다. 도련님도 이런 낡은 옷들을 입고 싶지 않아 하겠죠.”그 말을 듣자 박연희도 문득 깨닫고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그때 진범이가 입기 싫다면 희망초등학교에 기부하죠.”장씨 아주머니도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웠다.이날 따라 그녀는 사모님이 유난히 이상하게 여겨졌다. 박연희는 그녀와 쇼핑도 같이 해줄 뿐만 아니라 커피도 같이 마셨다. 그들은 좌석마다 병풍이 쳐져 있는 그런 카페를 찾아 함께 커피를 마셨다.장씨 아주머니는 사실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4만 원이 넘는 이 커피의 맛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시골의 말 오줌 맛과 같다
박연희는 허리를 굽혀 그 작은 알약을 조금씩 주워 담으며 담담하게 답했다.“요즘 위가 아파서 좀 사뒀어요. 속이 계속 안 좋더라고요.”그녀의 설명은 매우 합리적이었다.장씨 아주머니도 그 말에 설득되어 박연희를 도와 함께 그 진통제를 주워 담으며 그녀를 나무랐다.“사모님께서는 B시에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삶을 살고 계시는데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각별히 자신을 돌봐야 해요.”장씨 아주머니도 박연희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대표님께서는 성질이 고약해 때로는 순종적으로 구는 것이 더 살기 편하더라고요.”박연희도 그녀가 호의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볍게 응했다.그녀의 거듭된 부탁에 장씨 아주머니는 잠시 두 개의 통장을 모아 보관하게 되었다. “사모님, 안심하세요. 그럼 일단 저한테 맡겨두시고 언제 깔끔하게 나았다 느끼시면 다시 가져가세요!”장씨 아주머니는 박연희가 계속하여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리라 생각했다.아마도 우울증일 것이다....저녁 무렵,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그녀가 쇼핑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차에서 내릴 때, 다른 고용인들은 그들에게 다가와 물건을 들어주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진범 도련님한테 옷을 이렇게나 많이 사주시고... 아이고, 양털실도 있네!”박연희는 진범이를 품에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진범이에게 양털 목도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우리 진범 도련님은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레이 컬러는 좀 너무 성숙하지 않을까요.”박연희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진범이의 얼굴을 맞대고 답했다.“그럼 조금 크게 뜨개질해서 학교 갈 때도 두를 수 있게 하죠... 색깔이 진중하니 오래 둘릴 수 있을 거예요.”고용인은 그녀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덩달아 웃었다.“사모님께서 역시 생각이 깊으시네요.”박연희는 그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그녀는 진범이를 데리고 정원을 산책하며 해
조은혁이 눈을 뜨자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시아였다.그녀는 대담하게 그의 다리에 앉아 몸을 그에게 바짝 붙이고 고의인 듯 아닌 듯 그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지만 조은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고개를 숙여 한 개비를 털어냈다.연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품에 안긴 여인을 곁눈질하며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 놀았다. 그리고 조은혁이 내뱉는 말투는 더욱 무심했다.“남자가 생겼는데 감히 나와서 날 훔쳐먹어? 그 사람이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지난번에 그들은 상당히 불쾌하게 헤어졌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2, 3년 동안 만난 적이 있으니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진시아는 빠르게 감각을 찾고 조은혁의 다리에 앉아 마음껏 남자가 주는 즐거움을 즐기며 그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갈망했다...하여 진시아가 그의 목에 기대어 속삭였다.“은혁 씨 몸 엄청 뜨거워요.”조은혁은 빠르게 그녀의 손을 내팽개쳐 그녀가 만지지 못하도록 막았다.물론 진시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흩날리고는 붉은 입술을 조은혁에게 가까이 대고 키스하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나에게 엄청 대범하긴 하지만 아직 애송이가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그 방면에서 저는 줄곧 만족을 얻지 못했어요.”진시아는 말을 마치자 매혹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유혹했다.조은혁도 곧이어 일어날 일은 두 사람 모두 기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 누구도 이 일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조은혁의 반응이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흥미도 높지 않은 모양인지 확실히 원하고 있던 진시아가 자발적으로 그의 벨트를 풀기 위해 손을 뻗었다...그러나 조은혁이 그녀를 말렸다.진시아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남자 특유의 천한 뜻이 담겨 있었는데 조은혁은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이 진시아는 혼자 느낌이 오고 반응이 왔다...조은혁은 몸을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김 비서는 여전히 공손한 모습을 하고 답했다.“예, 대표님, 제가 안배해 두겠습니다.”여자로서 그녀는 진시아의 엉망이 된 모습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진시아를 경멸하고 있다....늦은 밤, 조은혁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안방 문을 열자 그는 이곳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커튼은 얇은 베일로 바뀌었고 무늬도 해당화 모양으로 바뀌었는데 그 덩굴들은 마치 하얗고 부드러운 옥처럼... 고귀한 모습으로 부드럽고 얇은 베일 위를 올라탔다.그리고 그곳에는 바깥의 달빛이 새어 들어와 부드러운 자태를 이루었다.거실에는 한 뭉치의 털실과 아이들의 옷이 쌓여 있었는데 조은혁이 다가가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니 그 작은 옷들은 진범이가 입기에는 다 너무 커 보였다.그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박연희는 엄마가 처음이고 전에 아이를 돌봐본 적도 없지만 쇼핑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잘못 살 줄이야.박연희를 바라보던 그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일말의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다.박연희는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그녀는 큐빅 가루가 묻은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검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절반을 살짝 가려 드러난 나머지 하얀 얼굴은 짙은 색의 영국식 소파에 살짝 닿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박연희는 가볍고 연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조은혁은 그녀 앞에 서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그 순간 갑자기 박연희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났다.금지옥엽.예전에 조은혁은 항상 동생 조은서만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의 마음속에도 한 명 더 생겼다.그러나 곧 그는 속으로 경멸을 느꼈다.‘조은혁, 네가 박연희를 데리고 B시에 가서 살고 그 사람과 다시 재혼한 건 네가 박연희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야. 이 모든 건 전부 진범이를 위해서야. 조은서의 권유 때문이고 단지 더 이상 원망 속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이 생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부드러운 마음도 다
그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나한테 주는거야?”박연희가 말을 하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기성복 사는 게 편해.”박연희가 창백한 얼굴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털실을 꺼내고는 흰 손가락으로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어루만졌다.한참 지난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진범이 줄거예요.”조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한참 후에야 그가 겨우 웃었다. "하긴, 진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조은혁은 그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냉담하게 말했다."가서 씻고 올게.”……조은혁은 박연희에게서 여인의 부드러움을 얻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내를 위해 정조를 지킬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진시아와 관계를 이어나갔다.그 후, 그렇게 두세 달 동안 그는 진시아와 관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그의 시중을 드는 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녀관계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한번은 T시로 출장을 갔는데 조은혁은 진시아와 호텔에서 무려 3일을 머무르게 되었다.그러면서 평소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다 했다.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진시아는 재벌 2세 남자친구가 있었고, 조은혁은 그 남자친구의 집안과도 사업상 거래관계에 있어 이 관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 재벌 2세는 이미 진시아에게 꽤 화려하게 청혼을 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아무도 박연희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은혁과 같은 침대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지난 두세 달 동안 조은혁은 줄곧 박연희와 자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의 곁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 그녀의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조은혁의 거친 몸짓을 이기지 못했다.그날은 조진범의 생일이었다.이른 아침, 박연희는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도우
결국 조은혁의 바람대로 일은 진행됐다.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침실 안으로 비쳐들어오며 부드러운 그녀의 몸에 닿았다.큰 침대에 수척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반듯이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위의 남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취해 이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태도였다.“띠링!””띠링!”……머리맡에 있던 박연희의 핸드폰 알림이 계속 울렸다.그녀는 남자를 감당하면서도 몸을 비틀어 핸드폰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 움직임이 오히려 조은혁에게 자극을 주어 그의 몸짓이 더 격렬해졌다.조은혁은 그녀의 핸드폰을 꺼서 못 보게 하며 말했다.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 했다.”집중 좀 해.”하지만 박연희는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다른 여자와 바람 난 남편 앞에서 그녀가 어떻게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한구석을 봉인해야만 이런 남자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다.이 행위는 조은혁에게만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고 박연희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얼굴을 하얀 침대 시트에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박연희는 곁눈질로 떨어진 핸드폰을 보더니 결국 다시 더듬어 집어들었다.그가 움직이든 말든 바들바들 떨며 휴대전화를 켰는데, 모르는 사람이 메시지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내왔다.동영상들은 조은혁과 진시아가 함께 보냈던 3일을 담고 있었고 누가 봐도 둘은 썸을타는 관계였다.박연희는 눈을 깜빡였다.추측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듣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비록 그녀는 일찍이 그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나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그를 힘껏 밀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심한 헛구역질을 할 때, 조은혁도 박연희가 받은 영상을 봤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가 보냈는지 추측이 됐고, 그는 진시아가 박연희를 도발하여 조은혁의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려는 것임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단지 그녀의 아이, 진범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조은혁의 마음은 일찍이 복수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시아와 그런 일을 벌였을까.박연희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오늘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런 좋은 날, 그녀가 이렇게 빌어도 조은혁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진범이는 내 아들이야.”그 말에 박연희는 힘이 빠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조은혁이 떠난 뒤에도 박연희는 여전히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녀는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조은혁과 함께 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느낌을 잊었고,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도 거의 잊었다.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날 것이다.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진범이었다.조진범은 잠에서 깬 뒤 엄마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기 고양이처럼 깜찍했다.박연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일어나더니 간단히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금방 갈게.”조진범은 송아지 잠옷을 입은 채 앉아 있었는데 아이의 가슴 앞에는 박연희가 절에서 받아 온 부적이 걸려 있었다.박연희가 걸어오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아기를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오늘은 우리 진범이 생일이야!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아볼까?”조진범이 박연희를 껴안더니 입을 맞추었다.“진범이는 엄마 좋아!”30분 후, 박연희가 조진범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도우미들은 일찌감치 아래층에서 기다리며 조진범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우리 도련님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