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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유선우는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회색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차준호를 바라봤다.

“내가 웃음 파는 사람이야?”

차준호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이제 막 조은서에 관해 물어보려 할 때 이지우가 와인잔을 들고 이리로 다가왔다.

그녀는 오늘 작정하고 예쁘게 꾸몄다.

페미닌룩의 치마를 입고 제스처마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녀는 유선우 옆에 앉아서 낯익은 말투로 홀가분하게 물었다.

“오빠 왜 은서 씨랑 함께 안 왔어요? 두 분 결혼하고 나서부터 은서 씨 데리고 나오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뭐죠? 대기업가님께서 제가 마음에 안 드신 거예요 아니면 아내분이 마음에 안 드신 거예요?”

그녀의 말속에 3할의 애틋함과 7할의 떠보는 듯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게다가 이 말을 건넬 때 온몸이 유선우의 어깨에 닿을 것만 같았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남자의 흰 셔츠에 달라붙어 은근 비벼댔는데 이런 유혹에 안 넘어올 남자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이지우는 그렇게 믿었다.

차준호는 눈꼴사나워서 아예 못 들은 척하며 양주를 마셨다.

유선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 돌려 이지우를 바라봤는데 야한 치마가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여자의 도발적인 암시를 남자가 모를 리 있을까?

유선우는 시선을 거두고 정색하며 가볍게 웃었다.

“이런 장소는 그 사람한테 안 어울려!”

이지우가 갖은 플러팅을 해댔지만 유선우는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살짝 화나려 할 때 유선우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근데 네가 언급한 김에 이리로 불러와야겠어. 마침 내가 급하게 오느라 선물을 못 챙겨왔으니 네 언니더러 챙기라고 할게!”

선물, 언니...

차준호는 하마터면 마시던 술을 내뿜을 뻔했다.

고개를 번쩍 들자 이지훈이 보였고 순간 그는 유선우가 왜 이런 식으로 말했는지 알아챘다. 일부러 이지훈을 들으라고 그런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지훈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저쪽에서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전화해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내와 통화했다. 이지우의 생일파티에 참석해달라고, 또한 선물도 챙겨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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