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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눈을 뜬 윤혜인 앞에 온통 흰검회로 가득 찬 낯선 방이 보였다.

잔뜩 인상을 쓴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깼어?”

한구운는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윤혜인은 이마를 만졌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넌 쓰러졌어. 의사는 단지 과로 때문이라며 집에서 조금 쉬면 된다고 했어. 네가 사는 곳을 몰라 우리집으로 온 거야.”

윤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외딴 남자의 집에서 깬 사실에 대해 이해해 보려 했다.

한구운은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해. 부적절한 행동이라 느껴져 소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어.”

한구운의 말에 윤혜인이 오히려 더 어쩔 바를 몰랐다.

선배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바닥에서 잠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선배.”

야윈 그녀의 모습에 한구운은 마음이 아팠다.

“내가 도착했을 때 너의 남편이 어떤 여자를 안고 떠나는 걸 봣어. 그...”

눈썹을 치켜세운 한구운이 덧붙였다.

“사이가 안 좋은 거야?”

잠시 침묵하던 윤혜인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됐어. 그건 중요하지 않아.”

한구운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쉬고 싶다면 지금 데려다줄게.”

그녀는 돌아가겠다고 했다.

날이 어두워졌으니,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 함께 있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았다.

한구운은 신사답게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차에 오른 후 병뚜껑을 딴 물병을 건넸다.

“고마워요.”

윤혜인은 한모금 들이키고 컵홀더에 넣었다.

한참을 달린 후 차가 조금씩 막혔다.

한구운이 상황을 살펴보니 앞쪽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그는 천천히 운전하며 해외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재주가 좋았던 터라 그녀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었고, 그녀도 즐거워했다.

재미있는 구간에서는 박장대소했다.

한구운은 그녀의 명랑한 모습을 힐끔 보았다. 마치 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고 한눈에 이 후배를 알아보았다.

앞쪽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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