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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도로에 차들이 적어 이제는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아마 차가 평온하게 달려서 윤혜인은 잠이 쏟아졌던 것 같다.

임신으로 잠이 많아졌다. 견뎌보려 했지만 결국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청월 아파트에 도착하자 회색 벤츠가 천천히 멈춰 섰다.

한구운은 그녀를 깨우지 않고 차 시동만 껐다.

그는 에어컨을 적당한 온도에 놓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윤혜인은 대학 시절보다 성숙된 모습이었다. 그땐 볼살이 빠지지 않은 귀여움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선명한 턱선으로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순수함이 어지럽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 남자의 이성을 자극했다.

한구운의 눈빛이 짙어졌다.

기다란 손가락이 코에 걸린 안경테를 살짝 밀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물병을 집어 목을 축였다.

그 물맛이 입술과 혀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유독 물맛이 꿀맛이었다.

차창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웠다.

여자는 뒤척이며 깨려 했다.

한구운은 갑자기 몸을 기울고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 자세가 너무 친밀해 밖에서 봤을때 키스를 하고 있는 연인 같았다.

때마침 윤혜인이 깼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남자의 손이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녀는 멈칫했다.

“선배...”

막 깬 그녀는 어린양처럼 어리둥절했다.

한구운의 심장이 겉잡을 수없이 뛰기시작했다.

그는 손을 거두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머리카락이 상처에 닿을 것 같았어.”

“고마워요.”

윤혜인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임세희가 가방으로 흠집 낸 상처가 있었다.

한구운은 대신 차 문을 열어주었다.

바람이 너무 세서 그녀를 위해 바람을 막아주었다.

윤혜인은 오늘 너무 많이 도와준 선배가 감사했다.

예의상 안으로 들여 커피 한잔이라도 대접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찍 쉬어.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돌아갈게.”

한구운이 적절한 타이밍에 대신 입을 열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선배.”

“그래. 다음에 봐.”

“조심히 돌아가세요.”

윤혜인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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