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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그녀의 얼굴을 손에 가두고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

“소원아, 이제 다 그만하자. 난 널 놓지 않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부탁이 아니라 선포였다.

이 순간에 그런 말을 하면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원망할지 알면서도 그는 해야만 했다.

어차피 자신이 뭘 하든 그녀는 미워할 테니까.

“언젠가 너에게 기회를 줄게.”

나를 죽일 수 있는 기회.

소원은 절망하며 고통에 잠식된 목소리로 흐느꼈다.

“육경한, 난 죽어야만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꿈도 꾸지 마!”

육경한의 눈꺼풀이 파들 떨리며 소리쳤다.

“네가 감히 죽으려고 하면 널 도와줬던 사람들 한 명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소원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늘 증오와 고통을 안고 사는 건 두려웠다.

육경한은 그녀를 흔들며 경고했다.

“내 말 기억해.”

소원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밝아오고 오늘은 소진용이 화장되는 날이었다.

이준혁, 윤혜인도 마지막 작별을 위해 찾아왔다.

화장이 끝난 후 소원은 나지막이 말했다.

“육경한, 아빠의 마지막 소원은 바다에 뿌려지는 거였어.”

육경한은 얼굴을 찌푸릴 뿐 차마 거절의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차에 타기 전, 소원은 윤혜인에게 말했다.

“혜인아, 네 절친이 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

한 마디에 윤혜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윤혜인은 소원의 손목을 잡고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기다릴게.”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육경한의 차에 탔다.

육경한은 모든 일을 뒤로 하고 그녀의 곁을 조금도 떠나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소원은 소매를 걷어 올린 그의 팔에 이빨에 물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안쪽 살이 뒤집힌 걸 보아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육경한은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낮게 말했다.

“남겨두려고.”

이빨 자국을 말하는 것이다.

소원은 충동적으로 그를 깨물었던 걸 후회하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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