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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육경한이 천천히 다가왔다. 이국땅에서 맨손으로 늑대도 찢어 죽이던 손이 지금은 파킨슨병 환자처럼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힘겹게 하얀 천이 벗겨지고 순간 무언가 머리를 세게 내리친 듯했다.

주위에 적막이 감돌았다.

순간 이명이 들린 육경한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감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되어도 얼굴 윤곽이 소원의 얼굴과 일치했다.

“말도 안 돼! 내가 네 속임수를 모를 것 같아, 소원!”

육경한의 눈은 무서울 정도로 시뻘겋게 빛났고 그는 미친 사람처럼 갈아입힌 시체 옷을 찢었다.

소종이 깜짝 놀라며 제지했다.

“대표님!”

허리 자락을 들어 올리자 가느다란 허리에 유일하게 남은 피부 조각에 작은 붉은 점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너덜너덜한 시체랑은 어울리지 않게.

“헉!”

새빨간 피가 흰 천에 튀었다.

육경한은 치명적인 한 방을 맞은 듯 피를 토했다.

잔인한 현실은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아악!!!”

육경한은 너덜너덜해진 시체를 안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극심한 고통의 비명이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요란한 소리 뒤엔 숨 막힐 듯한 적막감이 돌았다.

기억 속에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던 눈물이 남자의 눈에서 툭툭 떨어졌다.

“소원아, 더는 널 가두지 않을게. 돌아와 제발, 곁에 묶어두지 않고 자유롭게 보내줄게… 내가 잘못했어, 내가...”

육경한은 미련이 가득한 모습으로 뼈가 다 드러난 머리에 얼굴을 갖다 댔다.

소종은 이 시체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솔직히 말해서 진아연의 흉측한 얼굴보다 더 소름 끼쳤다.

진자연은 기껏해야 아주 못생겼을 뿐 그래도 숨 쉬고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이 시체는 피투성이가 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뿜었고, 특히 움푹 파인 두 눈은 사람의 영혼까지 송두리째 뽑아갈 정도로 오싹했다.

육경한은 진아연의 소름 끼치는 모습은 싫어하면서 품 안에 피투성이가 된 시체는 내치지 않았다.

“소원아, 제발 돌아와, 제발. 내 목숨이라도 줄 테니...”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품에 안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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