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2층은 VIP 휴식실이었다. 연유성은 난간에 기대어 무표정한 얼굴로 홀 안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유성아, 거기 서서 뭘 계속 보고 있는 거냐?”지승우는 여자와 술에 일관적인 흥미를 보였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를 찾아와 사업에 관해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여자보다 늙은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겨우 여유 시간이 생겼다.만약 홀에 만들어진 거대한 런웨이가 없었더라면, 이곳이 패션 연회인지 뭐 하는 곳인지 알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그는 술 한잔을 들고 연유성의 곁으로 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그 이름이 연유성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뭔가 욱하는 감정이 들었다.지승우는 기분이 불쾌해졌다.“사랑이가 뭐 어때서? 그리고 사랑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랑 듬뿍 자란 아이처럼 동글동글했어. 사랑이든, 하랑이든 다 좋은 이름이거든? 단씨 가문 막내딸 이름 또한 단사랑이야. 왜 죄 없는 사람을 욕해.”연유성은 태도는 애매했다.하지만 그가 단씨 가문에 호감이 없다는 것만큼은 아주 확실했다.연유성은 더는 이름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퍽 엄숙해졌다.그는 아주 진지하게 분석했다.“단씨 가문에서 막내딸을 찾았다고 한
“다른 남자 욕하면서 남편까지 곁들이는 거야? 여보, 나 그러면 섭섭해, 아주.”목소리의 주인공은 단유혁과 같은 브랜드의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얼굴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어 아주 신사적으로 보였다.“아, 고모부 오셨어요?”강하랑은 바로 일어나 웃으며 인사를 했다.“얼른 앉아라. 가족끼리 뭘 그렇게 격식을 차리냐.”도성민은 손을 저으며 강하랑에게 앉으라고 했다. 그리곤 단지희 옆에 꼬옥 붙어 앉더니 들고 온 텀블러 뚜껑을 열어 단지희에게 건넸다.“자, 얼른 뭐 좀 먹어. 늦은 밤까지 연회에 신경 쓰느라 힘들었지?”뚜껑
단이혁은 계약서까지 들고 왔다. 그는 바로 옆에 앉은 강하랑에게 내밀었다.“자, 우리 막내. 한번 확인하고 문제없으면 사인해.”계약서 내용은 스튜디오 숨과의 협력이었다. 하지만 계약서는 하나가 아니었다.XR 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나머지 오빠들의 회사도 있었다. 계약서 조건은 단독 사용이 아니었다.그 말인즉 스튜디오 숨의 디자인은 여러 회사에서 공용 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계약서의 마지막 장엔 벌어들인 수입의 60%가 전부 스튜디오 숨의 것이라고 했다.이것은 그야말로 강하랑에게 거저 돈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강하랑은
패션쇼 틈새 휴식시간을 통해 계약 소식을 밝혔을 때, VIP 휴식실에 있던 그들도 라이브를 통해 현장의 반응을 살펴보았다.물론 소식을 듣고 중도에서 나가버리는 연유성의 모습도 지켜보고 있었다.“사랑이 너 이미 HN 그룹이랑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거야? 좀 더 고려해 보는 게 어때?”이성적으로 분석한 도성민은 HN 그룹과 계약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여하간에 연유성은 실비아가 본인이 직접 해외로 보낸 와이프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사업가의 각도에서 생각하면 HN 그룹과 재계약은 이익만 많을 뿐 손해는 없는 계약이
남자가 한 명도 아니었다!심지어 지승우가 같이 춤추자고 해도 강하랑은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그에겐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강하랑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고 설명하기도 싫어졌다.“연유성,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혼은 네가 먼저 하자고 한 거야. 네가 우리 결혼을 장난으로 여기고 마음대로 결정한 거면서, 왜 나한테 지랄하는 건데? 네가 3년 동안 강세미랑 같이 있었다고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있었냐?”“그래서 지금 단이혁과 그런 사이라고 인정하는 거냐?”그녀의 손목을 잡은
“너...”연유성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당연히 그 피가 무슨 피인지 알고 있었다. 오래전, 어린 소녀가 처음 그의 앞에서 난처한 얼굴을 보였을 때 그는 직접 그녀를 위해 생리대를 산 적이 있었다.어린 시절의 일을 떠올리면 그는 아직도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와 강하랑의 사이가 이렇게 변해있을 거라고는 말이다.다만 지금 상황은 확실히 옛 추억을 회억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강하랑은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고 황급히 치맛자락을 당겨 다리를 가렸다. 그리고 다소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를
“이혼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넌 내 와이프야. 됐어?”강하랑은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확실히 나랑 결혼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거네요? 그럼 이혼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연 대표님을 여보라고 계속 불러야 하는 건가요?”그녀는 일부러 그 호칭을 달달하게 부르면서 말했다.눈앞에 있는 연유성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하랑이 그의 앞으로 한발 다가가도 뒤로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도 사실 그녀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강하랑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