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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야속한 세월

설기웅은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설우현에게 설인아가 했던 말들은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설우현은 당장이라도 총을 들고 설인아를 찾아가 죽이고 싶었다.

그와 달리 설기웅은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떠한 조직이라고 했어. 반 대표가 알 수도 있으니까 네가 직접 물어봐봐.”

설기웅은 이제 성혜인뿐만 아니라 반승제도 볼 자신이 없었다.

그저 쥐구멍이라도 숨어들고 싶었지만 혼수상태의 아버지를 떠올린 순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장남으로서 이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그날 밤 봤던 사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마음이 편치 않았고 사진 속의 여자가 나미선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어딘가 불안했다.

만약 그 여자가 나미선이 아니라면 나하늘일 수밖에 없다.

설의종은 의식을 찾지 못했을 때도 줄곧 ‘하늘’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어머니를 사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걸까? 이때까지 나하늘이라는 분을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는 거네...’

설기웅은 공허했다. 나미선의 아이로서 그는 이것이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미선은 자격을 갖춘 어머니라고 할 수 없었다. 비록 설의종의 앞에서는 굽신거리며 존재감이 강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집안 내부는 늘 질서정연하게 관리되었다.

설기웅은 한숨을 내쉬며 설우현에게 계속 설명했다.

“해독제 있는지도 알아봐 줘. 약을 탄 게 맞는지도 확인해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설우현은 곧장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반승제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성혜인에 입에 맞는 임산부 특식을 준비하기 위해 친히 셰프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셰프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지켜보면서 입으로 임산부들이 금기시하는 음식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때마침 핸드폰이 울렸고 반승제는 둘만의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은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성혜인과 함께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오니 반드시 설씨 가문의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핸드폰 너머로 설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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