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설씨 가문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설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하기 전 사주팔자를 보고 적합해야만 결혼했다.당시 설의종과 나하늘이 헤어진 것은 사주팔자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안문희는 두 손을 겹쳐 가슴에 얹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서 말인데, 혜인이는 남자 친구와 함께 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겠어.”성혜인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단호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할머니, 전 불교를 믿지 않아요.”이 한마디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설우현은 성혜인에게 눈짓을 하고 싶었지만 생각 끝에 포기했다. 그는 성혜인의 성격과 반승제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께한 사이였다. 몇 마디 말로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사이가 절대 아니었다. 생각 끝에 설우현은 침묵을 택했다. 설경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설씨 가문 사람들은 믿기 싫어도 믿어야 해.”반승제는 이내 성혜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미소를 지었다.“혜인이가 설씨 가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잖아요.”“그런가? 하지만 이 아이의 몸에는 설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설씨 가문의 피를 깨끗이 비워낸다면 이 문제를 추궁하지 않겠네.”이 말은 성혜인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반승제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는 성혜인을 완전히 뒤에 가렸다.“어르신은 혜인이의 목숨을 원한다는 말씀이세요?”설경필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투를 누그러트렸다.“혜인이의 목숨을 원하는 사람은 자네야. 자네와 헤어지면 전체 설씨 가문이 혜인이 것이 될걸세. 물론 내가 가장 아끼는 손녀가 될 테고. 자네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지 않던가? 설씨 가문의 일까지 나서서 더럽히지 말게.”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옆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그럴 수 없어요. 이미 승제 씨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전 평생 이 사람과 함께할 거예요.”응접실 안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설씨 가문 사람들은
성혜인은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 자신조차 믿을 수 없었다.“농담이 아니에요. 아침에 할머니가 저를 서재로 불러 상의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몇 마디도 못 하고 찻잔이 떨어지려는 걸 제가 도와주며 손을 만졌어요. 그분의 주름진 손등은 사람의 피부와 매우 흡사한 장갑이에요. 하지만 얼굴은 진짜였어요. 아마 할머니와 같은 얼굴을 만들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그러나 신체의 다른 부분은 따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은 주름진 피부와 매우 유사한 장갑으로 대체 했을 거예요. 승제 씨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이 두 사람은 아마 나이가 50쯤 됐을 거예요. 50살과 70, 80살의 피부 상태는 완전히 달라요.”여기까지 말한 성혜인은 심장이 몹시 빨리 뛰었다. 당시 서재에 있을 때 그녀는 겨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들은 아마도 두 노인을 대체하기 위해 아주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된 것은 그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에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설우현에게 물었다.“오빠, 나미선이 우리 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죠?”설우현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그는 완전히 포기한 듯 쓴미소를 지었다.“몰라.”성혜인은 반승제가 아직 설우현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나하늘과 나미선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자기가 발견한 사실들도 같이 알려주었다.“오빠의 기억 속에 있는 조부모님에 대해 말해 주실래요?”“매우 엄격한 분들이셨어. 설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분들의 말을 들어야 했고,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누구든 절대 용납하지 않고 벌을 내리셨어.”“그렇다면 그렇게 세심하고 엄격한 두 분이 설씨 가문에 시집온 사람이 나하늘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요? 아침에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어요. 그들은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고 자신의 규칙을 어겼어요. 하지만 저와 마주했을 때 그들은 제 몸의 피를 바꾸라 하며 아이까지 지우라고 했죠. 오
설기웅은 그동안 플로리아 왕실과 아주 가깝게 지냈다. 특히 왕자와는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웠다.한편 설우현은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제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큰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이제 안정을 찾은 성혜인은 조용히 커피잔을 들고 숟가락으로 저었다.“우현 씨, 기웅 씨를 믿어도 될까요?”설우현은 멈춰서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형이 비록 설인아의 일에서 큰 잘못을 했지만 이런 일은 절대 허투루 하는 법이 없어요. 아마 이틀 안에 소식이 있을 거예요.”안색이 어두워진 설우현은 짜증 나서 머리를 쥐어뜯었다.“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있을 수 있죠.”이 두 노인이 가짜라면 도대체 누가 그들을 조종하고 있으며,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반승제는 성혜인의 옆에 앉아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말을 이어갔다.“만약 연구 기지의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그들은 야망이 크거든요. 아마 손꼽히는 재벌들을 통제하려고 했을 거예요. 설씨 일가와 같은 엄격한 가풍을 가진 가문이 가장 통제하기 쉬웠을 거예요. 최고의 권위를 가진 두 사람만 교체하면 되니까요.”설우현은 믿을 수 없어 온몸이 격직된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 말은 이 연구 기지가 설씨 가문뿐만 아니라 모든 재벌 가문을 노린다는 건가요?”“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이에요. 그들은 모든 사람을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려고 하죠. 게다가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아주 은밀하고 강대한 조직이거든요. 한 사람을 위장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예요. 만약 우리 형이 그 인체 실험에 대해 더 자세히 기억할 수만 있다면 좋았을 텐데.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없었겠죠.”지금 그들은 왕실이 설기웅과 협력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배를 어루만지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기웅 씨, 쪽에서 소식이 오면 바로 그곳으로 가야 해요
성혜인이 들어왔을 때 매달려 있던 두 사람은 이미 입이 터져라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지만 반승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빛이 흔들렸다.이상한 건 이런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순간에도, 신분이 드러난 상황에도 그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설경필과 안문희와 매우 흡사했다.마치 두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 이미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성혜인은 단 한 번만 보고 그들이 깊은 최면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깊은 최면만으로는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이때 ‘안문희’가 입을 열었다.“우현아, 기웅아, 다 할머니가 너희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은 탓이야. 우리가 그때 나하늘 그 계집을 내버려뒀기 때문이야. 전부 우리 잘못이야. 이게 바로 설씨 가문의 재앙이야. 역시 대사님의 점괘가 틀리지 않았어.”이 시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페르소나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반승제를 보았을 때만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 대사님이라는 사람은 잡았어요?”그녀는 설기웅에게 물었지만 그는 등을 뻣뻣이 굳힌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용호가 대답했다.“이미 도망쳤어요.”“그럼 이 두 사람을 검사해 봤어요? 최면당한 게 맞아요?”속을 헤아릴 수 없는 여우 같은 눈매를 가진 최용호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최면으로는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어요.”방 안이 조용해지자 몇 초 후 반승제는 장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미 누나, 주소 보내줄 테니까 배현우를 끌고 잠깐 여기로 와줘.”이 두 가짜는 왜 반승제의 얼굴을 보고 잠시 동요했을까?연구 기지에서 반승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뭔가 떠올린 것일까?배현우는 헬기로 이송되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두 가짜의 안색이 다시 바뀌었다.의미심장한 점은 배현우가 그들을 보자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는 것이다. 반응한 후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두 사람은 누구야?”‘설경필’은 자기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흔들며 눈을 크게 뜨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성혜인은 이 말에 이끌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최용호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썹을 치켜올리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설우현이 말하길 당신들 구금섬으로 간다면서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반승제가 그녀에게 준 주소였다. 최근 그녀도 정보를 찾고 있었지만 얻을 수 있는 소식이 너무나 적었다.최용호는 손끝으로 종이를 잡았다. 그의 자세는 대범하고 여유로웠다.“마침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조금 알고 있어요.”성혜인의 눈빛이 반짝였다.“고마워요.”“고맙긴요. 기웅이 동생이면 당연히 제 동생이기도 하죠.”눈꼬리를 휘며 미소를 짓는 그는 설우현의 말대로 웃음 속에 칼을 숨긴 사람이었다.그녀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종이에 적힌 몇 가지 단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가 여기에 몇 줄 나열된 것을 보니 최용호의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성혜인은 그 종이를 반승제에게 건넸다. 반승제의 시선이 최용호와 마주쳤다.분명히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아마도 플로리아에서 부딪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언뜻 보기에도 친구는 아닌 것 같았다.성혜인이 외쳤다.“승제 씨?”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이 막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벽에 매달려 있던 ‘설경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먼저 반승제를 바라보더니 다시 반승우를 바라보았다.“실험체, 실험체, 전부 실험체야.”“성공한 실험체, 버려진 실험체.”이 두 마디는 현장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 이때 배현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닥쳐!”그의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머릿속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울부짖으며 갑자기 어떤 장면이 스쳤지만 그는 그것을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더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벽을 짚으며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치 여기 머무는 것이 몹시 고통스러운 것처럼.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반승
지하 격투장으로 돌아온 성혜인은 설우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혜인아, 설씨 가문 일은 다 해결됐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주식 양도 증서는 아직 유효해. 네가 없는 동안 내가 설씨 가문을 보고 있을게. 이제 일도 해결됐으니 형더러 떠나라고 했어.”설기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온 도구나 다름없었다.수화기 반대편에서 설우현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펼쳐보며 설명했다.“회사 일은 내가 천천히 익히면 돼. 정 안 되면 형을 다시 불러오면 되니까 넌 아무 걱정 말고 가서 해독제를 찾아. 기다리고 있을게.”성혜인은 안심이 됐다. 그녀는 설우현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매우 짧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설우현은 언제나 오빠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반대로 설기웅은 설인아를 극도로 애지중지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그때 성혜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을 사람은 그녀였을 것이다.설기웅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그 아낌없는 사랑과 포용을 올바른 사람에게 하지 못했다는 거였다.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창가에 서 있는 반승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 두 가짜가 지껄인 인체 실험이라는 말이 신경 쓰였다. 설마 이 모든 것이 반승제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성혜인은 뒤에서 천천히 반승제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손들을 덮었다.“혜인아,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깊게 생각하지 마.”그녀는 이마를 그의 등에 기댔다.“제가 어떻게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요?”반승제는 무력한 듯 돌아서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더러 설명하라고 하면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조차도 너무 혼란스러워. 그래서 이번 여정에 배현우를 데려가야 해. 그라면 도중에 뭔가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몰라.”고개를 끄덕인 성혜인은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휴대전폰을 꺼내 장하리에게 전화했다.성혜인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장하리의 목소리가 약간 쉰 것 같았다. 왠지 아픈 것 같았다.“하리야
장하리는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그냥 무시해요. 제가 안 내려가면 그만이에요.”다행히도 회사 사람들은 매우 단결하고 있었다. 예전 장하리가 어머니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을 때도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이것 또한 성혜인이 모두에게 가르친 것이기도 했다.장하리는 성혜인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다른 회사였다면 사장의 비서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일찌감치 권위를 잃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S.M 사람들은 전부 서수연의 욕을 흘려들으며 장하리에게 협조했다. 회사가 단결할수록 장하리는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곳은 대가족과 같았다. 모두가 성혜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해은은 가방에서 영양제 몇 박스를 꺼냈다.“전 분명 알려줬어요. 하리 씨 지금 안색이 말이 아니에요. 사장님 휴게실에 가서 반 시간이라도 자요. 조금 있으면 또 파티에 참석해야 하잖아요.”장하리는 손끝을 움찔했다. 그녀는 마음이 뭉클해졌다.“전 괜찮아요.”유해은은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유해은이 나가려고 돌아서자 장하리가 물었다.“백현문 씨랑 요즘 친해지지 않았어요?”지금 백현문이 유해은을 쫓아다닌다는 소문은 업계에 쭉 퍼졌다. 모두가 백현문이 유해은의 뒤를 봐준다고 생각했다. 성 상납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은 감히 유해인을 건드리지 못했다. 감독들도 그녀에게 예의를 갖췄다.“친해지진 않았지만 매일 우리 촬영장에 와서 죽치고 있어요.”눈살을 찌푸린 유해은은 백현문이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투가 평온했다.“하리 씨, 만약 힘든 일이 있으면 저에게 말해야 해요. 백현문을 이용하면 되거든요. 이것도 사장님이 저에게 가르쳐 준 거예요. 필요할 때는 실컷 이용해야죠. 백현문이 저에게 빚진 거니까요.”장하리는 서수연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백현문이 나서면 서수연이 다시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 일은 없
장하리의 시선은 다시 서주혁에게로 향했다. 그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는 담담하게 잔을 들고 마시지 않았지만 술을 권한 사람들은 마지못해 잔을 비웠다.서주혁은 어디서든 빛나는 금수저였지만 그녀는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흙수저였다. 역시나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 자신만 인연이라고 우길 뿐이었다.조현은 장하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장하리는 몇 분 동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때 서수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X년이 왜 또 여기 있어! 우리 오빠 뒷조사를 하고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서수연은 오늘 밤 분홍색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분명 부드러운 이미지였지만, 입으로 내뱉는 말은 마치 길거리의 불량소녀 같았다.“장하리 맞지? 그 미천한 여자.”서수연의 주변에는 여전히 거짓된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장하리는 그녀들 중 몇 명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지난 몇 번의 파티에서 이 몇 명은 계속 장하리를 괴롭혔다. 다만 장하리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그녀의 신분으로 어떻게 이 부잣집 아가씨들에게 강력히 맞설 수 있겠는가. 게다가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서수연은 턱을 치켜들고 오만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장하리, 따라 와!”그녀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서수연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어쨌든 서주혁이 예전 장하리에게 꽤 관심이 많았는데 혹시라도 그녀가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본다면 갑자기 없던 정이라도 살아난다면 큰일이었다.그래서 장하리를 괴롭힐 때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조용히 괴롭혔다. 장하리는 물러터져서 그녀들이 마음껏 괴롭힐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그녀들은 장하리를 여자 화장실에 데려와서 미친 듯이 뺨을 때렸다.“X년! 앞으로 우리 오빠한테 접근하지 마!” “수연아, 너 왜 힘없이 때려. 내가 때리는 거 봐.”짝! 짝!쉴 새 없이 뺨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마치 학창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