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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내가 눈이 멀었지

설인아는 이 두 남자의 행동이 설기웅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오로지 설기웅을 만나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제발, 제발 용서해 주세요! 오빠를 만나고 싶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성혜인을 괴롭힌 것도, 성혜인에게 독을 먹인 것도, 죽일 뻔한 것도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차라리 죽여줘요.”

하지만 두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들은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설인아는 크나큰 절망감에 빠졌다.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였고 이제 더는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녀가 금방 이곳에 던져졌을 때 설기웅이 한 번 보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녀는 증오에 미쳐 있었다.

“후회? 내가 왜 후회해. 설의종은 평생 그렇게 누워있어야 할 거야. 오빠, 나를 잘 살게 해주지 않으면 해독제를 넘겨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오빠 동생 성혜인도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겠지. 쌤통이야. 그러게, 누가 날 그렇게 믿으래?”

매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설기웅의 심장을 미친 듯이 찔러댔다.

그때만 해도 설인아는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여전히 설기웅이 그녀에게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만 믿었다. 설기웅의 표정은 마치 그녀의 말에 아무런 동요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차분했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눈이 멀었지. 다신 보지 말자.”

이 말에 설인아는 매우 당황했지만 여전히 설기웅이 자신을 무르게 대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설기웅이 그녀를 괴롭힌다니 참으로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때 그녀를 강물에 빠뜨리려고 할 때도 계속 스피커폰으로 경호원과 통화하지 않았던가?

그저 그녀의 반응을 떠보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사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성혜인이 설씨 가문으로 돌아온다고 한들 어차피 설기웅은 영원히 성혜인을 친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을 건데. 오로지 설인아만 신경 쓰고, 언제나 설인아만 예뻐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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