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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정해진 규칙

홀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분위기가 엄숙했다.

설경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의종이랑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구나.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가러라. 결과 나오면 너랑 저 사람...”

그는 반승제를 모르는 사람처럼 잠깐 주춤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결과 나오면 알려줄 테니까 남자 친구랑 하룻밤 자고 가도 괜찮을 것 같구나.”

성혜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아버지께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안문희는 저도 모르게 반승제의 얼굴에 시선이 향했으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경필은 걸음을 옮기며 집사에게 신신당부했다.

“혜인이랑 남자 친구분 위층까지 모셔가.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고.”

마침 성혜인은 자리에 있는 이 사람들한테서 벗어날 핑계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20여 명이 넘는 가족들은 설경필이 자리를 뜬 순간 미쳐 날뛸 게 분명 했으니까.

성혜인은 반승제 손을 꼭 붙잡은 채 집사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다.

“이쪽에서 지내면 됩니다.”

문을 열어보니 방안은 아주 널찍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곳이라 해도 돈을 흥청망청 쓰는 지하 격투장의 모습이 눈에 익었는지 그 어떤 감정 기복도 없었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cctv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눈살을 찌푸렸다.

“왜 두 분을 보면 이렇게 찝찝한 느낌이 드는 거죠?”

성혜인은 세상만사를 다 겪었을 사람들이 반승제의 얼굴을 본 순간 충격받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반승제는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사람은 창가 쪽으로 걸어갔고 반승제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어두웠다.

이런 신분과 지위를 갖고 여자 친구의 가족들에게 미움받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만약 궁합이 안 맞는다고 밝혀지면 성혜인은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

성혜인은 반승제의 걱정을 눈치챈 듯 손을 들어 그의 팔목을 잡았다.

“궁합이 안 맞더라도 우린 함께할 거예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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