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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일등 공신

반승혜의 천진난만함은 주변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평소 억지 부리기 고수만 만나왔던 성혜인은 오래간만에 마음 편히 타인을 마주했다.

성혜인이 자신의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을 보고 반승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녀는 별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때 성혜인은 붓을 들고 그림에 쓱쓱 몇 번 칠했다. 칙칙하던 그림에 순간 생기가 돌자 반승혜는 믿기 어려운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지금 그냥 색채만 바꾼 거죠? 그림이 완전히 확 살아났어요. 혹시 순수 미술을 매운 적 있어요?”

반승혜는 전문가의 손길을 바로 알아차렸고,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며 붓을 내려놓았다.

“승혜 씨는 기초가 아주 좋아요. 이제 색감만 조금 신경 쓰면 될 것 같아요.”

반승혜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덕분에 자신감이 확 생겼어요. 사실 저 이 그림으로 공모전에 나가려고 했거든요. 지도 교수님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해서 오빠한테 물어보려고 했더니... 얼굴도 모르는 형수 때문에 다 망쳤어요.”

반승혜는 투덜거리다가 반짝이는 눈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정말 고마워요. 이름이 페니 씨죠? 페니 씨는 어디 살아요? 저 이제 놀러 가도 돼요?”

성혜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반승혜가 좋기는 했지만 반씨 집안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제 집은 좀...”

단순한 반승혜는 성혜인의 말에 담긴 거절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거절당한 적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라인 추가할까요?”

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일할 때 쓰는 라인 계정으로 반승혜와 친구 추가를 했다. 반승혜는 신이 나서 물감을 만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덕분에 영감이 떠올라서 까먹기 전에 그림을 만져놔야겠어요.”

성혜인은 그녀의 말대로 곁에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쉴 새 없이 주절거렸다.

“이 화실은 원래 오빠 거였어요. 예전에 이곳에서 책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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