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은 그의 눈빛을 보고 너무 두려운 나머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감히 내 여자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 건가? 이젠 살기가 싫은가 보죠?”민지훈의 얼굴빛은 더욱 무섭게 변했다.오민은 너무 놀라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예쁘다고 해도 안 되고, 예쁘지 않다고 해도 안 되고…… 어쩌라는 거지?’마침내 1s11show의 서막이 올랐고, 모델들의 워킹이 시작됐다. 수많은 한정판 의류와 구두, 가방의 등장에 상류층들은 앞다퉈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눈독을 들였다. 조연아가 다이아몬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그녀에게로 쏠렸다.“저거 이번 쇼에서 제일 비싼 드레스 아니야? 정말 너무 잘 어울린다!”“맞아! 저거 아까 진열대에 있던 드레스야. 어디 갔나 했더니 벌써 사 갔네? 70억 정도 한다던데? 난 70억짜리 드레스는 살 자신 없어.”“보나 마나 또 전남편이 사줬겠지. 애인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전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남자는 정말 처음 봐!”……“조 대표님, 이 다이아몬드 하이힐을 보세요. 이번에 열한 명의 1s11 창시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하이힐입니다. 한땀 한땀 직접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어요. 지금 입고 계시는 드레스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그 하이힐은 수많은 한정판 상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일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아름다운 하이힐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여자가 하늘 아래 어디 있겠는가? 하이힐은 당연히 조연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 순간, 한 모녀가 다가와 교만하게 직원을 쳐다보았다.“이 신발 괜찮네요. 우리 딸이 사고 싶다고 하거든요? 우리 딸한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모녀는 하이힐이 있는 곳 을가까이 가기 위해 직접 조연아를 밀어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조 대표, 미안하지만 우리 딸이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정말 잘 어울리겠죠?”모든 사람의 시선이 모녀한테 쏠렸고, 사람들은 일제히 살이 피둥피둥 찐 두 모녀를 보면서 고개를 숙여 비웃기 시작했다.하지만 조연아는
”엄마, 고마워.”이 상황을 본 종업원도 웃으며 바로 물었다.“혹시 따님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250”그녀의 대답을 들은 관객들은 웃음이 터져버렸다.1s11쇼에서 디자이너 11이 디자인한 한 쌍뿐인 한정판 신발이 자기 자신을 위해 설계한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발 사이즈가 235인 11이 디자인한 신발을 사이즈가 250인 사람이 신는다고? 불가능한 일이다.이 모녀는 어디서부터 온 졸부인지 고가를 들여 1S11쇼 티켓을 구해 비집고 들어와 그나마 상류층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예정인듯하다.종업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신발은 235사이즈 밖에 없습니다. 저희 쇼의 주최자이자 이 신발의 디자이너분이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서 디자인한 제품이라서 한정판제품은 모두 235 사이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뭐? 250이 없다고? 쇼가 왜 이 모양이야? 왜 우리 딸 사이즈가 없어?”“죄송합니다.”종업원은 비록 예의 바른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 뻔하다.연아는 한편에 서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몇억 원을 주고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신발을 사 갈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곧이어 그녀는 그 여인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저는 결혼이 신발을 고르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한테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죠. 맞지 않는 결혼은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맞지 않는 신발은… 사 봤자 쓸모가 없잖아요?”조연아의 말에 화가 난 여자는 딸의 팔을 끌고 다른 한쪽으로 걸어갔다.“다른 거 보러가자 주은아! 이 매장에 우리가 살 수 없는 물건이 어디있다고?”“엄마… 난 이거 예쁜데…”주은의 눈길은 계속 신발에 머문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신지도 못하는 걸 왜 사? 보고만 있게?”여인은 딸을 억지로 끌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주변에는 다시 폭소가 터져버렸다. 올해 1s11쇼가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는 걸 생각도 못 했었다.곧이어
“다른 남자가 신발 바꿔주는 걸 지켜만 보라고?”조연아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가락을 움츠렸다.민지훈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긴장돼?”“…”보는 눈이 많지만 않았더라면 한 발 찼을 것이다.신발을 다 신은 후 민지훈은 눈웃음을 지으며 조연아를 바라보았다. 민지훈의 눈빛은 조연아를 볼 때만 달랐다.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연아가 신을 신고 일어난 순간, 주위에는 박수갈채가 터졌다.하늘색 드레스에 이 한정판 하이힐은 오늘 1s11주제와 찰떡이었다. 은하수를 넘어 너한테 닿기를.지금 둘이 포옹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하지만 연아는 일부러 한 발짝 물러서 민지훈과 거리를 유지했다.옆에서 지켜보던 관객들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모두 놀랐다.민지훈이 거절한 것이 아니라 조연아가 거절한 것이었다고…민 도련님이 거절도 당하다니?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도 않고 도리어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는 말했다.“연아는 언제나 저의 왕비입니다.”순간, 현장의 모든 불빛이 그들 몸에 집중이 되어 주위의 다른 물체는 모두 무색해졌다.민지훈의 뜨거운 눈빛에 조연아는 긴장된 나머지 치맛자락만 꽉 잡고 있었다.예전엔 그녀는 민지훈이 자기를 지켜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것이 민지훈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만 바보처럼 제자리에서 그가 손을 뻗어 지켜주기만을 기다린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조연아가 고개만 끄덕이면 무엇이라도 다 퍼부어 줄수가 있는데 그녀는 이미 민지훈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았다.사랑은 타이밍이다.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물건이 지금 보면 얼마나 소중한 건지.연아는 덤덤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려 민지훈을 뒤로 둔 채 문밖으로 걸어갔다.이 행동에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이건, 민지훈을 거절한 건가?연아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
“지금 이러면 내가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아?”연아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언론을 공제하고 실검에서 내려주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스타 엔터의 주식은 대거 사들이면 내가 고마워해야 해? 오늘 나타난 그 여자, 내가 진짜 누구인지 모를 것 같아? 왜 여기 나타났고, 왜 나한테만 이런건 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다 너 때문이잖아, 민지훈!”“네가 나타난 탓에 내 생활이 엉망진창이 된 거야! 그래서 네가 한 이 모든 것, 감동은커녕 네가 역겹기만 하거든.”연아의 말은 비수처럼 그의 맘에 꽂혔다.“네가 나서서 공식 대응해 줄 필요도 없어. 난 여론이 무섭지도 않고 신경이 쓰이지도 않아. 남의 구설에 오른게 한두 번인 줄 알아? 이 모든 것도 다 네 덕이지. 민지훈 도련님.”예전에는 그녀한테 상처만 주더니, 지금은 그 전의 행동들에 속죄라도 하는 듯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나한테 잘해주지 마. 난 그게 부담스러우니까. 난, 네가 알고 있던 그 조연아가 아니야. 네가 지켜줄 필요도 없고, 네 사랑은 더욱더 필요 없어!”지금은 나 자신으로도 날 잘 지킬 수 있으니까.연아는 말을 다 끝내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무릎은 뼈저리게 아파졌다.민지훈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조연아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연아는 진짜 이젠 내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진짜, 늦은 건가?민지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조연아도 자신이 어떻게 그 긴 계단으로 내려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온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는 주차장에 들어가 이준국의 차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차에 들어가자마자 참지 못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이준국은 우왕좌왕하며 물었다.“왜, 왜, 무슨 일인데.”연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저 대답만 했다.“운전해.”이준국은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운전하기 시작했다.오는 내내
연아는 그저 그런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화장실 좀.”울음기가 섞인 조연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래그래.”하율은 바로 수긍하였다.조연아가 화장실을 향해 가는 뒷모습을 보고 이준국과 하율은 대체 그녀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야?”하율은 팔꿈치로 이준국을 툭툭 치고는 물었다.“나도 모르지. 나도 쟤 우는 거 처음 봐. 그 전에 자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나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던 애가 오늘 차에 오르자마자 펑펑 우는 거야. 어디서 억울함을 당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쟤 성격에 당했다면 분명 배로 갚아줬을 텐데.”이준국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하율한테 알려줬지만, 조연아가 울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분명히 쇼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하율은 핸드폰을 꺼내 1s11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떤 검색어가 신속히 1위로 올라왔다.훈연 부부 하율은 이 검색어를 보고 순간 눈치를 챘다.“분명 민지훈과 관련이 있을 거야.”곧이어 하율은 실시간검색어를 검색해 들어갔다.역시나 온통 1s11쇼 현장에서 생긴 일이다. 조연아가 한 여인한테 계란을 맞고 민지훈이 나서서 조연아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조연아가 홧김에 여인한테 따귀를 날렸다고…민지훈이 조연아 앞에 나서서 지키는 영상은 이미 온통 퍼져버렸다.그리고 민지훈이 관객들 앞에서 조연아한테 신발을 신겨주는 화면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조연아 너무 불쌍한 거 아님? 어제까지 모두 조연아가 했다며 악플만 달다 아무런 대응도 안 하더니 민지훈이 한 일이었어? 오늘 또 이런 또라이 같은 사람을 만나 계란이나 맞고. 다들 예쁜 애한테 뭐 하는 짓이야?”“민지훈 마침 잘 왔네. 항상 민지훈이 조연아를 지켜주잖아. 역시 훈연부부 찐 사랑! 두
하율은 댓글을 읽고 이준국과 눈이 마주쳤다.조연아의 입장에 공감한 하율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이준국은 갑자기 터져버린 그녀의 울음에 다시 당황했다. 조연아가 우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지금 하율이도 울어버리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하,하율아… 울, 울지마… 왜 울어? 너…”이준국은 당황한 나머지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하율은 이준국의 옷소매를 잡고 그의 품속에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우우우… 언니랑 민지훈 회장 너무 불쌍해… 언니가 전엔 그렇게 민 도련님을 좋아했는데, 지금 언니가 내려놓으려고 하니까 도련님이 도리어 찾아오잖아. 언니한테도 많은 걸 퍼부어주고… 둘이 대체 뭘 잘못했는데 번마다 타이밍이 안 맞는 거야…”이준국은 하율의 말을 듣고 갑자기 어젯밤 조연아가 한 말이 떠올랐다.“어제 연아가 나한테…”하율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되물었다.“언니가? 뭐라 했어?”“세상에 자기를 예뻐해 주는 사람 한 명이 없어졌으면 사랑해주는 사람 한 명이 나타나야만 공평한데 어머니를 잃고 나서 주변에 자신을 예뻐해주는 친척들도 없고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도 지금 자기 처지를 모르는 척한다고 말하더라고. 그런데 지금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까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에휴…”“그러니까 마음이 아프다는 거야! 왜 자꾸 놓치는 거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면 안 돼?”하율은 끊임없이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이준국은 바로 눈물을 닦으라고 티슈를 하율한테 건네주었다.“울지마… 하율아, 울지마… 응?”190되는 사내가 아기 달래는 말투로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하율은 눈물을 닦고 이준국을 보며 물었다.“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이준국은 그녀의 물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준국아,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으면 망설이지 마. 놓쳐버리면 다신 붙잡을 수 없을 거야…”이준국은 고개를 끄덕였다.화장실 안.연아는 거울 속 화장이 온통 번져버린 자기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마의 상처도 더 눈에 띄었고 눈도 엄청
그는 앞에 있는 오씨를 보고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주상민이 자처한 결과라며 계란 몇백 개 맞았다고?”오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쇼에서 발생한 일을 송진희한테 알려주었다.“네. 주상민 곁에서 맞장구칠 수 있는 사람 몇 명 심어 넣었는데 그들이 현장에 다녀와서 알려준 것입니다. 주상님이 무대로 난입해 조연아한테 계란을 뿌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 도련님이 오셔서 조연아는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해명하고 다들 보는 앞에서 그녀의 편을 들었답니다. 지금 영상도 퍼졌는데 사실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주상민도 도련님 쪽에 갇혀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멍청한 자식들! 우리 송 씨에 친척에 어떻게 이런 멍청한 놈이 있을 수가 있지? 조연아가 모든 사람의 표적이 되게 수를 쓰라고 했지, 계란을 뿌리라고 하진 않았어.”송진희는 화가 난 나머지 가슴팍을 움켜잡고 소파 한쪽에 기대었다.“1s11 쇼에서 이런 짓을 벌여? 역시 촌놈이라 뭘 모르네…”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 민지아가 죽고 친척 중에서 관계가 먼 놈으로 옆에 두고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멍청한 놈을 고르다니.이렇게 된 이상 오씨도 송진희를 위로했다.“사모님, 화 푸세요. 주상민을 쓰자고 했을 때 촌에서 온 놈인 줄 알고 선생님까지 모셔서 가르쳐줬는데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상상도 못 했잖습니까… 일도 벌어진 이상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죠.”“해결책?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어떻게 해결해? 진짜 멍청해서. 이런 일을 하는 주제에 어떻게 당당해. 1s11쇼를 뭐로 보고, 그 상류층 사람들을 뭐로 보고? 내가 사람 꽂아 넣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데 여론을 조작해서 조연아를 공격시키게 만든 게 아니라 계란을 뿌리러 들어가?”“사모님…또…”“또?”송진희는 화가 더 났다.“또 뭔데?”오씨는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주저하다 한마디를 했다.“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야 합니다.”“지금, 이 시점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빨리 말해요. 또 무슨 멍청한
“살아있어?”그는 냉랭하게 물었다.오씨는 민지훈의 태도에 잠깐 얼어붙었다. 민지훈이 이 정도로 관심을 하지 않을 줄은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한동안 지켜보아야…”“괜찮다며 전화는 왜 걸었는데?”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도 더 냉담했다.오씨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사이에 민지훈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지훈이한테 전화했어? 지훈이가 뭐라는데?”송진희는 전화를 서서히 내려놓는 오씨를 보며 물었다.송진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러있었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사모님, 지금은 쉬고 계시는 게…”“묻잖아, 지훈이가 뭐라는데? 언제 날 보러온대?”“그...그건 도련님게서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오씨는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그저 뭐라고?”“살아계시냐고…”겁에 질린 듯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송진희의 안색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도련님한테 사모님께서 지금은 많이 괜찮아지셨고 병원에서 한동안 쉬어야 한다고 하니 도련님께서 괜찮은데 왜 연락했냐고 하셨습니다…”송진희는 순간 눈을 둥그렇게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의사! 의사!”오씨는 그런 상황을 보고 벨을 누르고는 밖을 향해 소리를 쳐서 의사를 불렀다.…여론은 계속 확산이 되고 다들 훈연 부부는 진짜 부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달달하긴 하지만 짠하기도 한…그날 이후로 민지훈은 다시 조연아 주위에 나타나지 않았다.허전한 느낌은 마치 민지훈이 없을 때의 삶으로 돌아간 듯했다.좋은 일일지도 모른다.조연아도 더는 하율의 오피스텔에서 살지 않았고 자신의 우여청 오피스텔로 돌아갔다.주말을 빌어 하태윤이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선물도 하지석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었다.“아저씨, 하태윤이 마음의 계곡에서 산 선물이라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하지석은 조윤아가 건네준 봉지 두세개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놈이 이런 쓸모없는 물건만 항상 사 들고 와서. 번마다 강아지한테 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