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닥쳐!” 민씨 어르신은 페이버를 못 마땅하게 쳐다보았다. “나도 이미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어? 내가 몰랐다 해도 네가 매일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려서 나도 알고 있다고!” “네.” 페이버는 민씨 어르신의 이 어린애 같은 성질을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페이버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조연아는 곧바로 페이버를 위해 말을 거들었다. 민씨 어르신은 조연아의 말을 듣고 페이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날 걱정하는 거 알아.” 민씨 어르신이 이런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페이버가 웃었다. 그런 다음 민씨 어르신은 젓가락으로 참마를 집어 민지훈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자, 지훈아. 이 참마 많이 먹어. 정력에 좋아!” 민씨 어르신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이것도 많이 먹어라, 이건 활력에 좋아” “이거 해삼도 먹어. 이건 보양식이야. 양기를 북돋워 줘!” 민지훈은 자신의 그릇 위에 올려진 음식을 보고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친손자 능력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조연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웃었다. 민지훈은 조연아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할아버지!” 그가 민씨 어르신을 크게 불렀다. “왜?” 민씨 어르신은 대답하며 그의 그릇에 토마토를 올려주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하시면 연아가 힘들어요.” 그는 차분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민지훈의 말을 들은 조연아는 사레 들여 기침이 나왔다. “콜록, 콜록......” 이 남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인가? 이 남자가 정말 그녀가 기억하는 민지훈이 맞나? 민지훈은 매번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그녀를 놀라게 했고, 그가 정말 뻔뻔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여보, 괜찮아?”민지훈은 걱정하는 말투로 말하며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주었다. 조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
민지훈이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거야? 조연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조연아의 눈빛을 느낀 민지훈은 그녀를 향해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뒤, 민씨 어르신 앞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애정을 표현했다. “부끄러워하지 마, 할아버지도 다 경험해 보신 일이야.” 완전히 멍해진 조연아는 마음속으로 민지훈을 수천번이나 욕했다. 이 나쁜 놈아! 할아버지가 아픈 틈을 타서 이런다고? 이 나쁜 놈! 정말 동물만도 못한 놈! 조연아는 과일 주스를 몇 모금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힌 후, 조연아는 민씨 어르신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서 집까지 멀지 않아요. 여기에 머무르고 페이버와 일하시는 분들께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민씨 어르신은 말했다. “안 귀찮아, 안 귀찮아, 페이버도 다른 사람들도 귀찮다고 생각 안 해.” 그리고 페이버를 바라보며 물었다. “페이버, 귀찮아?” 질문하는 민씨 어르신의 그 눈빛은 파이버에게 네가 감히 귀찮다고 말하면 넌 끝장이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조연아는 희망에 찬 눈으로 페이버를 바라보며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귀찮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핑계 삼아 그곳에서 잠을 자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씨 어르신의 눈빛 경고가 있는데, 페이버가 어찌 감히 귀찮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조연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 페이버가 보기에도 두 사람이 화해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민지훈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조연아의 간곡한 눈초리를 완전히 무시했다. “어르신께서 귀찮지 않으시다고 하셨으면 귀찮지 않으신 거예요.” 페이버가 웃으며 말했다. 민씨 어르신은 손뼉을 치며 조연아를 즐겁게 바라보았다. “연아야, 들었어? 페이버가 귀찮지 않다고 했어. 가족끼리 귀찮은 게 어디 있어?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훈이랑 여기서 하룻밤
저녁 식사 후, 조연아는 부엌에서 쿠키를 굽느라 바빴다.밤이 되자 산수 마을 전체에 조명이 켜지면서 강가와 정자 테라스는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게 했다.민씨 어르신은 강남 정원을 매우 좋아해서 산수 마을의 정원은 강남 정원의 스타일로 설계되었다.밤이 되자 산장전체에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강남의 정원과 같은 산수 마을에 운치가 더해졌다.민씨 어르신은 갓 구운 쿠키를 먹으며 음악 가사를 이따금 흥얼거리며 듣고 있었다.민지훈은 긴 손가락으로 태블릿pc를 만지며 최근 받은 이메일을 훑어보고 있었다.메일을 보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그 메일은 최근 오민이 보낸 것이었다.-지훈 도련님, 연아 씨가 인조이 엔터 인수작업에 들어갔습니다.조사한 바로는 스타 엔터의 인수인계팀, 법무팀 등 임시로 구성된 팀이 이미 인조이 엔터에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연아 씨는 인조이 엔터를 인수하기 위해 이미 여러 방면에서 손을 쓰기 시작했고, 고주혁과 같은 최우수 변호사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인조이 엔터를 인수할 것같습니다.—하지만 인조이는 발전 전망이 없습니다. 스타 엔터가 인조이를 인수할 가능성과 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상 비슷합니다. 나중에 제가 조사해보니, 연아씨의 여동생은 인조이 엔터와 계약을 맺었는데, 거의 종신 계약인 데다가 계약을 파기하면 엄청난 위약금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인조이 엔터에서 하율 씨는 거의 가망성이 없습니다. 모두 하율 씨의 노력과 행운에 달려있는 실정입니다. 아마 연아 씨가 인조이를 인수하려고 하는 이유는 하율 씨를 위한 것 같습니다.메일에 첨부된 사진에는 스타 엔터 직원들이 규모가 작은 인조이 엔터에 출입하는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또한 인수 사항과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오민은 이 모든 내용을 철저하게 조사했다.메일을 다 읽은 민지훈은 태블릿pc를 끄고 휴대전화를 들고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정원으로 들어선 그는 오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오민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너
지금 이게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인가?전화를 끊고 민지훈은 뒤돌아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트로트 소리는 계속 들렸고 민씨 어르신은 기분 이 좋은지 접시에 있던 쿠키도 다 드셨다.“우리 손자며느리 음식 솜씨 참 좋아. 만든 쿠키도 이렇게 맛있다니까. 좀 더 줘!”페이버는 빈 접시를 받고 민씨 어르신을 향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르신, 오늘 너무 많이 드셨으니 더는 안됩니다. 이러면 위장에도 좋지 않아 내일 다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방금 연아 아가씨께서 포장한 걸 봤습니다.”“나 지금 쿠키 먹을 거야!”지금 민씨 어르신은 마치 어리광 부리는 아이처럼 말이 통하지 않았다.이때 페이버는 너무 난감했다. 마침 거실로 돌아온 민지훈을 보고 재빨리 도움을 요청했다. “지훈 도련님, 어르신께서 또 쿠키를 드신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미 많이 드셨으니 더는 안됩니다. 이러다 위장이 불편할 수 있으니 안됩니다.”민씨 어르신은 페이버가 민지훈한테 고자질하는 걸 보고 마치 표정이 안 좋았다. 마치 사탕 잃은 아이처럼 불쌍해 보였다.“할아버지, 더 드실 건가요?” 민지훈은 조금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민씨 어르신도 자기 손자의 이런 표정을 보고 너무 분해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민지훈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리고 어르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남자가 연아가 왜 좋다고 그랬을까? 이 세상 깔린 게 남자인데 너처럼 이렇게 사나운 남자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안가네. 지금 자기 할아버지한테도 이렇게 무섭게 대하고. 내가 좋아하는 쿠키도 못 먹게 하고 이거 분명히 노인 학대인 거 몰라?”민씨 어르신은 말발로 소문난 사람인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존재다. 이 상황을 쉽게 자기한테 유리하게끔 만든 거다. 이때 마침 주방에서 나온 연아가 이 상황을 보게 되었다. 딱 보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어쩔 줄 몰랐다.그래서 바고 페이버한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무슨 상황이죠?”그녀의 말에 페이버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민씨 어르신처럼 먹기 좋아하고 간식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민씨 어르신은 바로 말했다. “내가 증손자가 중요하다고 말했잖아. 너희 두 사람 여기서 두 눈 뜨고 뭐 하고 있는 거야?”“할아버지, 트로트 같이 들어요 .” 연아는 재빨리 이유를 데고 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민씨 어르신은 막 부은 차를 연아한테 건넸다. “물 좀 마셔. 오늘 바쁘게 일하느라 물 마실 시간도 없었지?”연아는 순간 의아했다. 갑자기 자기한테 차를 건네는 게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얼른 마셔. 페이버 솜씨 괜찮아.”연아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차를 건네받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향이 너무 좋네요. 역시 페이버 솜씨 너무 좋네요.” 연아는 페이버를 향해 엄지를 보냈고 환하게 웃었다.페이버는 어색한 듯 표정이 굳었고 재빨리 웃음을 지으며 연아한테 고개를 끄덕이었다. “연아 아가씨가 좋다니 다행이네요. 좋아하시면 자주 오세요. 그러면 페이버가 차 맛있게 타 드릴게요.”“네 좋아요.” 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민씨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둘이서 트로트를 듣고 있었다.“지금 이게 진주탑 아니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 할아버지 혼자 들으면 외롭잖아요. 제가 같이 있어줄게요. 같이 들어요.”연아는 정말 민지훈과 같은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두 남녀가 같은 방에 있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상태라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민씨 어르신 마음속에서는 이미 증손자를 원하고 있기에 연아랑 같이 트로트 들을 리가 없다.“페이버랑 같이 들으면 돼. 너희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야지. 두 사람 오랜만에 같이 시간 보내는데 이번 기회 놓치면 안되지. 차도 다 마셨으니까 얼른 올라가서 편하게 쉬어라.”민씨 어르신의 말에 연아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더는 안되니 어르신이 재빨리 일어나 지팡이로 두 사람을 쫓으려 했다. 그러자 마치 화난 듯
연아는 화가 많이 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뒤돌아 거실을 향해 갔다.하지만 그녀가 입구까지 걸어가자,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혼 증서 매일 보고 있어.”연아는 잠시 멍해져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 채 소리쳤다. “이 손 놔!”“매일 후회하고 있어. 널 잊어버리고 지켜주지 못해서 완전히 잃은걸.”연아는 멍해져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그의 눈빛은 고통과 후회로 가득했다. 이런 그는…… 연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이미 잃은 건 잃은 거니까, 돌이킬 수 없어.”가벼운 말 한마디도 민지훈에게는 잔인함 그 자체였다.그러고 연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시선을 거두고 빠르게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이 문 손잡이에 닿은 순간, 그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가 문 앞에 계셔.”민지훈의 말을 듣고 연아는 문 손잡이에서 느껴진 한기에 깜짝 놀랐다.이 붉은색 나무 문밖에 딱 문 하나의 거리를 두고 남의 얘기를 엿듣는 “개구쟁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문을 열지 않아서 다행이지, 열었다면 아주 난감했을 것이다.그렇게 똑똑하신 할아버님께서 두 사람의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었다.게다가 정말 문을 연다면, 할아버님이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건데, 할아버님 연세에 체면도 챙겨드려야 한다.연아는 다행스럽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민지훈이 빨리 알려줘서 이런 민망함을 피할 수 있었다.갑자기 등 뒤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연아가 뒤돌아 서자, 그는 연아를 문으로 몰아붙였다.“할아버님께서 문밖에 계셔!” 연아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연아는 두 눈을 크게 떴지만, 그가 그녀의 두 손을 문에 고정시키면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아……” 그녀는 그에 의해 단단히 고정되어 힘을 주어 빠져나오려 했지만 몇 번이고 문에 부딪혀 “쿵쿵쿵” 소리를 냈다.얼마나 지났을까,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마음속의 구렁텅이는 끝내 극복해 내지 못했다.다시 사랑한다고 해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녀는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기 힘들어졌는데, 이 사람은 어떻겠는가?“넌 내가 예전에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이 뭔지 알아?”얼마나 지났을까, 연아의 아주 평온한 목소리가 울렸다.“나.”그는 아주 확신에 찬 말투로 한 글자를 내뱉었다.연아가 웃으며 말했다. “너도 알고 있었네?”그렇다. 예전의 그녀는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그렇게 헌신적으로 사랑했다. 그가 한 번만 봐주기를 바라면서 목숨 걸고 멍청한 짓들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네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내가 그 누구보다 네가 얼마나 나를 미워하는지도 잘 알고.”그의 말을 들은 연아는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말했다. “기왕 너도 아는 거, 굳이 이렇게 할 필요 없겠네?”“그러길 바래.”연아는 멍해졌다. “그러길 바란다고?”“예전의 너처럼 내가 널 사랑하기만을 바랐으면 좋겠어.”지금의 그는 여전했다.그는 그녀가 다시 그를 사랑하길 원했고,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길 바랐다.“기회는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내가 한 말 잊었어? …… 나랑 주혁 오빠……”“거짓말.”이 세 글자가 연아의 심장에 그대로 박혔다.그녀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아주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머리도 어지러웠다. 그녀는 머리를 살짝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려 했다.그러고 그의 확신에 찬 말이 등 뒤에서 다시 들려왔다. “너랑 그 사람은 결혼도 안 했잖아.”연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투에 겁을 먹고 제자리에 서있었다.그녀는 자신이 부정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민지훈이 이렇게 확신에 차서 하는 말은 그가 이미 조사해 보았다는 뜻이기도 했다.“아직 안 했지만, 앞으로 할 수 있잖아. 주혁 오빠가 얘기했었어……”“나도 얘기했었으니까, 나도 뺐을 수 있겠네
“거짓말쟁이. 아직 나 사랑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안 사랑해?”민지훈은 뭔가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큰 침대에 놓고 등을 돌려 나가려 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애초에 차가운 그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다.“가, 가지 마……”“안 사랑하면 여기 남아있을 필요도 없지.”연아는 급히 부정했다. “아니……”“뭐가 아니야?”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사고 능력 자체가 없어졌고, 그저 쉬지 않고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그는 침대에서 온몸이 빨개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또 물었다. “진짜 나 안 사랑해? 응?”“사랑 못 해…… 안 돼…… 안 돼……”“너만 할 수 있어.”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쉬지 않고 저었다. 그녀는 반쯤 잠든 상태로 자신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제 그녀는 아무런 의식도 없어졌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안 돼!”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민지훈을 사랑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이런 그녀 때문에, 그는 약간 화가 나서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서 떨어졌다.다시 큰 얼음을 잃어버린 연아는 더더욱 뜨거워졌고, 손을 뻗어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그녀의 이런 행동을 보고 그는 눈썹이 약간 찌푸려졌다.정상적인 남자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한테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바보, 할아버지가 약 탄 것도 모르고.”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차를 마셨고, 민지훈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 그녀는 이미 바닥을 보였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이 드신 어르신이 증손자를 위해 목숨을 내걸었을 줄은 몰랐다.민지훈은 이렇게 열이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원칙적인 문제는 확실하게 물어봐야 했다.그는 여태까지 남의 위기를 틈타 뭔가를 한 적이 없었다. 특히 그녀에게는 더 그랬다.그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녹음 펜을 켜서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나 안 사랑해? 거짓말쟁이.”그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