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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긴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는 조연아의 여유로움이 옆에서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송진희의 모습이 더 우습게 보였다.

“넌 양심도 없니? 죄책감 같은 거 못 느껴?”

“사모님. 지금 죄책감이라고 하셨어요? 사모님이 제 아이 죽이셨잖아요. 그때는 죄책감 같은 거 안 느끼셨나 봐요?”

너무나 침착한 표정에 당황한 송진희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지금 보내는 일상들, 소중하게 보내세요. 앞으로 당신에게 이렇게 편한 날 따윈 없을 테니까.”

말을 마친 조연아는 거칠게 엑셀을 밟아 앞을 막은 차를 그대로 받아버린 뒤 주차장을 나섰다.

백미러로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송진희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저딴 사람한테 난 왜 그 동안 당하고만 살았던 걸까?”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조연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적어도 내 아이 정도는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 누군가는 그녀에게 새로 시작하는 바에 과거의 나쁜 일들은 전부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게 어떠냐며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못이 박힌 나무판은 못을 빼버려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법.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흉터로 남았을 뿐,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난 복수할 거야. 내게 상처준 사람들에게 복수... 하고 말 거야.’

핸들을 부여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15분 뒤.

추연의 집 앞에 도착한 조연아는 혹시나 운 티가 나지 않을까 얼굴을 살펴본 뒤에야 계단을 올랐다.

익숙하게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추연의 모습이 보였다.

“이모.”

“왔어? 어머, 너 눈이 왜 그래?”

주방에서 한달음에 달려나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습하느라고 했는데 그래도 운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눈이요?”

조연아가 짐짓 모르는 척 얼굴을 만졌다.

“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가?”

“연아야, 그룹 일도 중요하지만 뭐든지 건강이 최고야. 안 되겠다. 너 얼른 가서 쉬어. 밥 다 되면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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