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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목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느껴지자 한수민은 동공이 움츠러들며 손에 쥔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은정숙은 손에 든 칼을 꽉 쥐고는 더 가까이 들이댔다.

“민정이한테 돈 돌려줘요!”

“돈... 돈은 다 우리 남편한테 줬는데 무슨 돈을 달라는 거야. 얼른 칼 내려놔, 아니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한수민은 애써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협박에 은정숙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가만두지 않으면 어쩔 건데? 평생 손에 핸드백보다 더 무거운 걸 들어본 적도 없는 사모님께서 무슨 힘으로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건지 참 궁금하네요.”

한수민은 목이 조금 아파지는 것이 느껴졌다. 칼끝에 베여 피가 나는 것만 같았다.

“진정해. 원하는 거 돈이잖아. 내가 줄게.”

죽음 앞에서는 역시 잘난 인간은 따로 없었다.

한수민이 죽는 걸 두려워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은정숙이 오늘 죽이려는 건 그녀가 아니었다.

“엄마, 문은 왜 닫고 있어요? 나 엄마한테 볼일 있으니까 문 열어봐요.”

이때 방문 밖에서 갑자기 박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은정숙은 일부러 당황한 듯 조급한 말투로 말했다.

“당신 죽여버릴 거야. 민정이 대신해 복수 할 거야!”

잔뜩 겁이 난 한수민은 황급히 그녀의 손에 든 칼을 빼앗으려고 잡았다.

바로 그때, 은정숙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칼끝을 자신한테 겨눠 힘껏 찔렀다.

“아!”

순간 한수민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새빨갛게 물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렇듯 피가 흥건했지만 그녀는 왠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시 보니 은정숙이 그녀의 손을 잡고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른 것이었다.

“뭐... 뭐야!”

충격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한 채 서둘러 칼은 쥔 손을 놓자 은정숙이 쿵, 하며 바닥에 쓰러져서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당신네처럼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내가 상대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한가지는 할 수 있어요. 내 목숨으로... 당신을 평생... 불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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