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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말하지 마요, 아줌마. 의사가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힘을 아껴요.”

목소리가 벌써 잠겨버린 박민정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

“응...”

은정숙은 억지로 웃음을 내보이며 그녀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손을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세한 움직임으로부터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박민정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갖다 대었다.

“아줌마...”

“그래... 민정아... 울지 마, 울지 마...”

너무 울어서 눈두덩이가 벌겋게 부어오른 박민정은 흐느끼며 대답했다.

“네, 저 안 울어요. 아줌마는 괜찮아질 거예요. 꼭 괜찮을 거예요.”

은정숙의 아직 남아있는 기운은 분명 회광반조로 인한 것이었다. 그녀의 눈길은 천천히 창밖으로 향해 하얀 바깥세상을 눈동자에 담았다.

“이제... 곧 새해구나... 설날이야...”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민정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 맞아요.”

“우리 집에 가자꾸나.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네, 그래요. 우리 집에 가요.”

박민정은 두 팔을 뻗어 은정숙을 안았다.

마르다 못해 뼈밖에 없는 은정숙은 별로 힘이 없는 박민정도 거뜬히 안아 들 수가 있었다.

은정숙을 안고 긴 복도를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그녀가 갑자기 떠나갈까 봐 박민정은그녀한테 계속하여 말을 걸었다.

“지금 바로 집에 갈 거예요. 설이 되면 떡국도 먹고 만두도 빚어요, 우리. 설이니까 물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겠죠? 윤우랑 예찬이가 세배도 하고, 세뱃돈도 주셔야죠.”

은정숙은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 느껴지고 눈앞도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박민정도 품 안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엄마... 가면 안 돼요. 제발... 저랑 계속 같이 있기로 약속했잖아요...”

박민정은 진작에 은정숙을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엄마보다 더 친한 엄마였다.

그녀가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들은 은정숙은 마지막 힘을 다 해 두 글자를 뱉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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