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8화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박민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남준 씨, 곧 설날이에요.”

“응, 맞아.”

“이제 아줌마는 여기 없네요.”

박민정은 유남준의 옷을 꽉 붙들며 슬픔을 참아보려 했다.

유남준은 위로의 말 대신 그녀를 꼭 껴안으며 이마에 다정한 뽀뽀를 남겼다.

그 순간, 이미 흘릴 만큼 흘려 말라버린 줄만 알았던 눈가에 또 눈물이 차올라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 제 탓이에요. 나 때문이 아니면 한수민을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지도 않았을 건데...”

“아주머니가 너한테 남긴 편지가 있어. 영천댁이 아주머니의 심부름을 받고 그 편지를 가져왔어.”

그녀의 자책을 끊어내며 유남준이 말했다. 박민정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을 들고 그를 보며 물었다.

“어디 있어요, 편지?”

유남준은 몸을 일으켜 협탁 서랍을 열고 그 안에서 편지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

박민정이 서둘러 그 편지를 열어 보니 은정숙이 쓴 몇 구절 글씨가 눈 안에 들어왔다.

“민정아. 아마 네가 이 편지를 보게 됐을 때는 난 이미 세상에 없을 거야. 너무 슬퍼하지 마. 이건 다 엄마의 팔자고 운명이야.”

“엄마가 너한테 했던 얘기 기억하니? 사람이 늙으면 결국 다 죽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두렵지 않아. 그저 죽기 전에 널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 싶을 뿐이야.”

“의사 말로는 엄마가 이제 살날이 며칠 안 남았대. 나도 한수민을 어찌 못할 거란 걸 잘 알아. 어리석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 여자를 감옥에 보내면 다신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

“끝으로, 너의 엄마라고 자칭한 걸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정말로 널 내 친딸로 생각해 왔어. 이번 한 번만 염치 불문하고 싶구나. 다음 생엔 우리 꼭 친 모녀로 태어나자. 나랑 약속할래?”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면서 박민정은 마음이 찢겨나가는 듯이 아팠다.

“그런 거였구나...”

그녀는 은정숙이 무슨 마음으로 이 편지를 남겼는지 알 것만 같았다.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한수민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