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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로버트의 떠나는 뒷모습에 조현영은 급기야 통곡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실로 비참한 결과였다. 그녀는 앞날이 창창한데도 탐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밥그릇을 차 버렸고, 남자 친구에게 몸을 내준 건 고사하고 돈마저 사기당할 뻔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자업자득인 셈이니 다른 사람을 탓할 수야 있겠는가.

이때 이민혁이 일어나며 손예진에게 말했다.

“잘 위로해 줘. 난 이만 갈게.”

손여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함께 식사하기는 글렀고 조현영을 해고한 장본인이 함께 위로하며 앉아있는 것도 의아한 광경이니 이것이 최선이었다.

이민혁은 조현영을 힐끗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계산대에서 계산한 뒤 밖으로 나갔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민혁은 여전히 밥값이 아까웠다.

무려 400만 가까이 되는 돈이다. 이민혁은 태어나서 이렇게 사치를 부려본 적이 없다.

돈에 한창 마음 아파하며 차를 몰던 그는 차가 다리 위에 도착한 뒤 앞의 차들이 요지부동인 것을 발견했다.

길이 막히는 것 같아 이민혁은 어쩔 수 없이 무료하게 차 안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으로부터 새된 비명을 뒤이어 다급하게 달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민혁은 답답함에 차에서 내려 살펴보았다.

앞으로 십여 미터를 걸어갔을 무렵, 다리 중앙 지점에서 한 30대 남성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마구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양쪽에서 놀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이민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갔는데, 남성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정석형, 이 개새X야. 내 회사랑 돈 돌려내. 안 그러면 다 죽여버릴 거야.”

두 눈이 충혈된 채 예리한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양이 이미 이성을 잃어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 듯했다.

이때 아이를 데리고 도피하던 한 부부가 마침 남성의 눈에 들어왔고, 남성은 곧바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러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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