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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뒤로 회의실 문은 한 시간 동안 안에서 잠겨 있었다. 격렬한 몸부림이 지나간 뒤, 유월영은 휴대하고 다니던 티슈를 꺼내 책상을 깨끗이 닦았다.

청소를 끝낸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연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거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셔츠가 살짝 구겨졌을 뿐, 다른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유월영은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를 집어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연재준은 평소처럼 턱을 치켜들고 그녀가 넥타이를 매줄 때까지 기다렸다. 유월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본사로 돌아가고 싶어요.”

연재준은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프로젝트 진행하는 동안만 지방에 있으라고. 이제 프로젝트도 무사히 끝났으니 돌아가고 말고는 유 비서가 결정하면 돼.”

그렇게 되어 연재준의 지사 탐방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량에는 한 사람이 더 늘게 되었다.

백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연재준에게 물었다.

“대표님, 언니도 이번에 저희랑 같이 돌아가는 거예요?”

연재준은 서류에서 눈길도 떼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유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월영에게 말했다.

“정말 잘됐어요, 언니! 안 그래도 언니가 출장 가 있는 사이 많이 외로웠거든요!”

유월영은 오렌지 계열의 볼터치를 곱게 바르고 자연스러운 아이라인을 그린 소녀 느낌이 충만한 여자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화장 잘 됐네.”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듯 안 한듯한 투명 메이크업이었다.

백유진은 순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태운 차가 신주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때가 넘은 시각이었다. 백유진을 먼저 집에 데려다주라는 연재준의 지시에 운전기사는 번화가로 방향을 꺾었다.

유월영이 잠시 야경에 한눈을 파는 사이 차는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

회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화 빌라 단지였다.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린 백유진이 차 창 너머로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월영 언니, 다들 수고 많았어요. 내일 회사에서 봐요!”

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빌라 입구로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운전기사가 차에 다시 시동을 걸자 유월영은 나긋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유진 씨한테 여기 집 사줬어요?”

연재준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에 사뒀던 집이야. 애 혼자 그런 낡은 아파트에 사는 게 불안해 보여서 여기 들어와서 살라고 했어. 유진이 부담 가질까 봐 월세라고 했으니까 혹시라도 말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해.”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는 뭔가 떠오른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순진하기는. 매 달 나한테 월세라면서 3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하더라고.”

유월영이 말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구역 월세가 최소 백만 원은 넘어간다는 걸 알 텐데요.”

연재준이 고개를 들고 시비 조로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유월영은 여우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재준은 백유진의 그런 순수함이 좋다고 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

“백유진 씨한테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시네요.”

그들을 태운 차는 동해안 별장으로 직행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유월영이 씻고 나오기 바쁘게 침대로 끌고 갔다.

회의실에서 잠깐 나눴던 사랑으로 그의 욕망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유월영은 오늘 밤은 잠들기는 글렀다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성난 야수처럼 몸을 부딪혀 오는 그에게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백유진 씨랑 진도 안 나갔어요? 마음에 들어서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었나요?”

연재준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대꾸했다.

“걔는 이런 거 몰라.”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남녀 사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데요.”

유월영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라서 혼전 순결은 꼭 지키고 싶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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