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정우림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확실히 정홍란은 올해 마흔이 넘었지만 아직 시집을 갈 생각이 없었다.정준우는 다급하게 이선희를 말렸다.”할머니, 화내지 마세요.”“큰 고모는 겉모습만 좀 사나우시지, 사실은 아주 상냥 하시잖아요.”“남녀가 결혼하는 건 인연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그 아이가 부드럽다고?”이선희는 세 남자를 노려보았다.정홍길은 다급하게 말했다.”준우 말이 맞아요. 우리 홍란이가 얼마나 상냥 한데요.”정우림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너희가 말하는 상냥과 내가 말하는 상냥은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구나.”바로 그때 주방 쪽에서 외숙모의 비명이 들렸다.앞치마를 두른 덩치 큰 정홍란은 황급히 달려갔다.외숙모는 손에 국자를 틀고 냄비 안에 팔딱팔딱 움직이는 물고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아무리 볶아도 물고기가 죽질 않아요. 배를 갈라도 죽지 않고 움직여요.”정홍란은 눈살을 찌푸리면 냄비 안에 있는 물고기를 노려보았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죽어!”그리고는 그 생선을 아작 내버렸다. 그러자 그 생선은 냄비안에 얌전히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그제서야 냄비 안에서 생선 익는 향이 났다!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온 가족이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밥을 먹을 때 정우림과 정우영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하천을 달가워하지 않았다.하천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그들에게 보여준 그의 모습은 확실히 찌질 하였다.오히려 외할머니 이선희와 외숙모는 하천에게 계속 음식을 먹으라며 살갑게 대했다. 그제서야 하천의 어색함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우람한 체격을 가진 한 청년이 들어왔다.“대현아, 드디어 왔구나, 빨리 와.”진대현이 오는 것을 보고 정준우는 가장 먼저 그에게 인사를 했다.진대현과 정준우는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심지어 군대도 같이 입대해서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그리고 제대한 후 같이 복싱 클럽을 열기로 약속도 했다.진대현의 할아버지와
“이해했어.”진대현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치켜세우며 험상궂은 얼굴을 하였다.정준우는 말했다.”하천 그 놈은 거의 계집이야. 이따가 나에게 망신 주지 말고 잘 해.”진대현은 웃으며 말했다.”이 정도는 껌이야.”그리하여 다음 날 오후, 그들은 하천을 데리고 나갔다.주가을은 정준우와 진대현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그들을 따라갔다.가는 내내 진대현은 주가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전에 선물로 인한 어색함을 만회하고자 했다.하지만 진대현은 여자들의 환심을 어떻게 사는지 전혀 몰랐고, 꺼내는 이야기 내내 피비린내가 가득했다.주가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하천도 내내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대한 모멸감마저 느껴졌다.진대현은 그들을 데리고 한 복싱관으로 갔다.복싱관에는 사람이 가득했다.이 복싱관은 일을 해결하는 데 주먹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이 복싱관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복싱관이다.강변에서 유명한 선수들은 모두 여기서 모여 있었다.진대현과 정준우는 신체 단련을 이유로 하천과 주가을을 여기에 초대했다.주가을은 이런 곳을 정말 싫어했다. 심지어 이 두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가을은 그녀의 사촌 오빠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진대현이 복싱관에 들어가자 마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대현 형님, 오셨습니까.”“형님, 좋은 아침입니다.”진대현은 이 복싱관의 단골손님이고, 여기서 꽤 유명한 선수였다.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의 인지도를 뽐낼 수 있어 진대현은 매우 기뻐했다.한편 정준우도 여세를 몰아 말했다.”가을아, 대현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란다.”“참 대단한 형이라니깐.”그러더니 정준우는 하천 옆에 공중에 떠 있는 모래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모래 주머니가 여기 복싱관의 보물이야.”“무거운 쇠모래가 가득 들어있어.”“지금까지 이 모래 주머니를 움직인 사람은 단 두 명뿐인데, 그 중 한 명이 1년 전 이
가을이는 절대 정준우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하천은 그들을 따라 나가지 않고 서서 생각했다.군중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다들 링 위에 올라가지 못하는 하천을 보고 찌질한 남자라고 소리쳤다,무대 위의 진대현도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 댔다.하천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의미심장한 눈으로 진대현을 바라보았다.진대현은 사람들의 환호성에 눈이 멀어 있었다.“하천, 내가 오늘 한 손으로 너를 무너뜨릴거야.”주위에서 다시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하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겁쟁아, 내가 겁나?”“빨리 링 위로 올라와. 넌 정말 사내자식도 아니군.”“맞아. 대현 형님이 기다리고 계신데 아직도 안 올라가?”무대 위의 진대현은 두 주먹을 높이 치켜들고 날뛰었다.”어서 올라와!”“하천 내가 겁나는 거야?”“빨리 올라오라니까…”진대현은 마치 미친 수사자처럼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다.하지만 하천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진대현은 그 모습을 보고 머리 끝까지 분노가 차올랐다.“네가 올라오지 않으면 좋아. 내가 내려가지.”“역시 너 같은 쫄보는 우리 가을이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어. 내가 한 주먹으로 오늘 너를 죽여 버릴거야.”진대현은 링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행동은 광기 그 자체였다.그는 으르렁거리면서 하천에게 달려갔다.뚝배기만한 주먹은 소 한 마리를 금방이라도 넘어뜨릴 것 같았다.퍽 하는 폭발음이 터져 나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 소리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진대현의 주먹은 하천의 몸에 닿기 1초전 하천이 움직였기 때문이다.하천의 주먹은 날라갔지만 표적은 진대현이 아니었다.표적은 바로 앞에 있는 철이 들어있는 모래주머니였다.방금 이 모래주머니를 움직인 사람은 고작 두 명밖에 없었다.한 명은 강변 출신인 국가대표였고,다른 한 명은 진대현이였다.그런데 지금 무시 받던 하천이 이 철제 모래주머니를 터뜨려 버린 것이다!그의 주먹은 마치 폭탄 같았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주머니는 터졌고, 안에
모퉁이에서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청년 한 명이 나왔다. 그 청년은 진원호였다.“하천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방금 그 주먹은 세계 최강이었어요.”“당신은 정말 저한테 신 같은 남자예요.”하천은 진원호의 아첨하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그 레스토랑에서 진원호가 스프에 던졌던 목걸이가 자꾸 생각났다.그의 순식간에 바뀐 행동이 여전히 하천의 머릿속에 맴돌았다.그때 당시를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웠다.하천은 숨을 가볍게 들이마신 후 진원호에게서 눈을 돌렸다.그는 다시 모퉁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유소옥. 숨바꼭질 그만하고 나와.”진원호의 뒤에서 묘한 자태가 걸어 나왔다. 틀림없이 그 여자는 유소옥이였다.청주 보석의 여왕인 유소옥은 매우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사람이다.올해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완벽한 늘씬한 몸매에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의 수양아들인 진원호와 함께 서있으니, 정말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20살의 진원호는 오히려 30대 유소옥의 양아버지 같았다.“하천님.”유소옥은 공손한 태도로 하천에게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의 얼굴엔 긴장한 모습이 가득했다.“지금까지 나를 미행한거야?”하천의 말투에는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다.유소옥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유소옥과 진원호의 얼굴엔 하천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할 말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 나는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유소옥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하천님,지난 번 천사의 마음을 사셨던 그 일에 대해 저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말씀하셨다 들었습니다.”“그 때 약속하셨던 일은 아직 유효하나요?”“유효 해.”하천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유소옥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저희가 이번에 하천님을 찾아온 이유는 하천님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어서예요.”“말해 봐!”“오늘 진씨 집안을 지켜주세요!”하천은 진원호 쪽을 바라보았다.”진씨 집안? 무슨 일이라도 있어?”유소옥은 대답했다.”얘기하자면 깁니다.”“10여 년
진강은 한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전에 유소옥은 그의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었다. 반드시 싸움 고수 한 명을 불러서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그래서 진강은 계속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유소옥은 일 처리하는 데 있어 그를 단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유소옥이 데려온 하천이라는 남자를 보자 마자 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천의 외모와 체격만 놓고 보면 고수라는 이미지와는 정말 멀었다.진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봐도 당연히 이런 반응일 것이다.하지만 진강은 이보다 더한 일들도 겪었었기 때문에,하천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어서 들어오게. 하천 동생.”진강의 한마디에 유소옥과 진원호는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남자는 천왕궁의 주인이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이 집안을 박살 낼 수 있었다.그런데 진강 당신이 그를 동생이라고 부르다니?나이는 훨씬 진강이 많았지만 하천을 동생이라 부르다니.진강은 유소옥과 거의 동년배였지만, 유소옥은 모두 하천님이라는 극존칭을 사용했었다.진원호는 급하게 대답했다.”아빠, 하천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방금 복싱장에 있는 그 모래 주머니를 주먹 한방에…”“조용히 해.”그러나 진원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강은 그를 다그쳤다.“우리끼리 할 말이 있으니 넌 조용히 위층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말거라.”진원호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아버지의 말씀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천에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야 했다.어색해진 분위기에 하천은 당황하였다.진강은 불만을 진원호에게 쏟아 낸 것이었다.유소옥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며 다급하게 말했다.하천은 이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옆 소파에 가서 앉았다.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하였다.유소옥은 급히 하천에게 차를 따라주었지만, 하천은 무시하였다.유소옥은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유소옥은 진강에게 눈짓을 하며 하천의 기분을
진강은 하천의 이 한마디에 식은땀을 흘렸다.김우식은 그가 많은 공을 들여서 고용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하천의 불손한 인사가 그를 화나게 해 그가 떠나면, 진씨 가문은 오늘 큰 재난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하천, 넌 그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그는 원래도 하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진강은 더 이상 하천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없다.그래서 그의 말투에는 비난과 호통이 섞여 있었다,유소옥의 체면을 생각해 지금까지 참고 있었지만, 유소옥이 없었다면 이미 그를 쫓아냈을 것이다.옆에 있던 유소옥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강 도대체 넌 목숨이 몇 개이길래 감히 하천님을 이렇게 홀대하는 거지?“오빠, 입 다물지 못해?”“당신, 하천님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진강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유소옥은 왜 이렇게 지나치게 하천을 치켜 세워 주는거지?옆에 듣고 있던 김우식은 피식 웃었다.그는 하천에게 다가가 하천을 내려 다 보았다.“이 놈아, 너 왜 이렇게 건방져? 감히 나를 얕잡아 보다니.”하천은 대답했다.”그저 난 이 상황을 논할 뿐이야.”“너가 날려버린 그 30키로 모래주머니를 박살낼 수 있어?”“너 감히 나에게 대드는 거야?”“나는 지금 당장 이 손바닥으로 너를 죽일 수 있어.”“상대가 어떻든 난 두렵지 않아.내 손 한 개로 널 당장 죽여버릴 수 있다는 의미 란다.”“큭.”김우식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감히 나 김우식을 모욕해?”“이따가 적을 처리하면 그땐 이제 네 차례야.”“네 오만함을 내가 부셔버릴 거야.”바로 이때 집 밖에는 찬바람이 몰아쳤다.진강과 유소옥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렸다.밖에서는 한바탕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싸움 소리에 비명이 뒤섞여 있었는데, 20초 후 뚝 그쳤다.손가락에 쇠를 끼고 이마에 칼자국이 있는 냉엄한 남자가 집 안으로 걸어왔다.그의 손가락에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는데, 이 피는 분명 진강이 고용한 경호원의 것일 것이다.“누가 진강이야?”말투는
...집안은 마치 죽은 듯이 조용하다.그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진강은 여전히 두려워서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유소옥도 두려워서 벌벌떨고 있었다.심지어 그녀의 용맹한 눈빛은 어디 가고 없었다.이게…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방금 하천을 무시하던 진강은 정신을 차려 무릎을 꿇었다.쾅…진강은 황급히 하천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하 선생님,방금 이 진강이 당신을 몰라봤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제발 이 진씨 집안을 살려주세요.”하천은 일어서서 눈을 가늘게 뜨며 이혁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이혁은 마치 맹수 한 마리가 자신을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방금 김철우의 한 방으로도 이혁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하천의 그 눈빛은 김철우의 한 방보다 강력했다.“나는 북쪽의…”이혁은 두려운 듯 집안과 배경으로 하천을 진압하려는 듯했다.그러나 그의 말이 시작하기도 전에 하천이 움직였다.쾅…질풍처럼 빠른 주먹이 이혁의 가슴을 강타했다.이혁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날라갔다.하지만 이혁이 아직 땅에 떨어지기 전에 하천은 이미 그를 따라잡았다.또 다시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내려쳤다.의기양양하던 이혁이 땅에 떨어졌고, 그 충격은 아래 바닥의 벽돌이 모두 부서질 정도였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하천의 주먹이 빗발치듯 쏟아졌다.파사삭…그것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였다.몇 초 뒤 온 몸의 뼈가 부서진 이혁을 하천은 들어올렸다.하천은 그를 힘껏 문밖으로 내던졌다.겨우 10초만에 일이 벌어졌다!하천은 두 손을 툭툭 치며 돌아섰고,충격에 빠진 채 멍해 있는 유소옥을 보며 말했다.”이만하면 그때의 은혜를 갚은 거지?”유소옥과 진강은 어리둥절하였다.이 모든 일이 사실인가?방금 주먹 한 방으로 이혁을 무너뜨리다니.이혁은 방금 하천 앞에서 손쓸 기회조차 없었다.이 모든 것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유소옥과 진강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이미 하천은 몸을 돌려 문밖으로 향했다.진강은 흠칫 놀라며 급히 쫓아갔다.“또
하천의 눈은 음산했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유소옥은 무릎을 꿇고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떨었다.그리고 저쪽의 진강도 긴장한 듯 벌벌 떨었다.“그래, 약속할게.”“그 대회 나도 참가하지!”이 말을 한 후 하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하천이 떠난 지 한참 뒤에 유소옥은 마침내 긴 한숨을 내쉬었고, 땀은 그녀의 온몸을 적셨다.“소옥아,하 선생님과 하씨 집안 사이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왜 너가 하씨 집안을 언급했을 때, 그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신 거지?”유소옥은 돌아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오빠, 당신은 아는 것이 적을수록 좋아.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진강은 벌벌 떨며 더 이상 알려 하지 않았다.진씨네 집을 빠져나온 것은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하천은 택시를 타고 정씨 네 집으로 돌아왔다.이때 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었고, 가족들도 모두 마당 위의 커다란 둥근 테이블에 앉아있었다.그러나 이들은 젓가락을 들고 있지 않았다.하천이 들어서자 가족들은 그에게 미안한지 민망 해하였다.하천이 들어온 것을 보고 정준우가 제일 먼저 일어섰고, 하천을 맞이했다.“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다들 널 기다리고 있었어.”하천이 말을 잇기도 전에 정우림이 말했다.”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니?”정준우는 말했다.”오늘 복싱장에서 하천에게 링 위로 올라가 싸우라 했지만, 이 자식은 너무 겁에 질려 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정우림은 얼굴을 찡그리며 하천을 바라보았다.“자고로 사내 자식이며 지는 걸 두려워 해선 안 돼. 져도 다시 일어날 줄 알아야지.”“무대에 설 용기조차 없었다니, 한심하구나.”정우림은 한숨을 내 쉬었다.”어떻게 이런 사위가 우리 집안에 왔지.”“외손녀 사위도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다니, 참 내가 못난 놈이구나.”“아이고, 내 팔자야.”이선희는 정색하며 말했다.”닥쳐, 이 늙은 노인네야.”“흥!”정우림은 젓가락을 탁자를 향해 치켜세우며 하천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