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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명절이 다가오다

하천의 눈은 음산했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

유소옥은 무릎을 꿇고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저쪽의 진강도 긴장한 듯 벌벌 떨었다.

“그래, 약속할게.”

“그 대회 나도 참가하지!”

이 말을 한 후 하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하천이 떠난 지 한참 뒤에 유소옥은 마침내 긴 한숨을 내쉬었고, 땀은 그녀의 온몸을 적셨다.

“소옥아,하 선생님과 하씨 집안 사이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왜 너가 하씨 집안을 언급했을 때, 그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신 거지?”

유소옥은 돌아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진강을 바라보았다.”오빠, 당신은 아는 것이 적을수록 좋아.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진강은 벌벌 떨며 더 이상 알려 하지 않았다.

진씨네 집을 빠져나온 것은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하천은 택시를 타고 정씨 네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었고, 가족들도 모두 마당 위의 커다란 둥근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젓가락을 들고 있지 않았다.

하천이 들어서자 가족들은 그에게 미안한지 민망 해하였다.

하천이 들어온 것을 보고 정준우가 제일 먼저 일어섰고, 하천을 맞이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다들 널 기다리고 있었어.”

하천이 말을 잇기도 전에 정우림이 말했다.”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니?”

정준우는 말했다.”오늘 복싱장에서 하천에게 링 위로 올라가 싸우라 했지만, 이 자식은 너무 겁에 질려 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정우림은 얼굴을 찡그리며 하천을 바라보았다.

“자고로 사내 자식이며 지는 걸 두려워 해선 안 돼. 져도 다시 일어날 줄 알아야지.”

“무대에 설 용기조차 없었다니, 한심하구나.”

정우림은 한숨을 내 쉬었다.”어떻게 이런 사위가 우리 집안에 왔지.”

“외손녀 사위도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다니, 참 내가 못난 놈이구나.”

“아이고, 내 팔자야.”

이선희는 정색하며 말했다.”닥쳐, 이 늙은 노인네야.”

“흥!”

정우림은 젓가락을 탁자를 향해 치켜세우며 하천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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