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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소녀

몇 분 후, 케빈이 돌아왔다. 그는 문 앞에 서서 손을 내리고 있었다.

시영은 말없이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속의 공허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감을 느꼈다. 시영은 케빈의 검은색 정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의 벗어.”

케빈은 외투를 벗었다. 속에 입은 하얀 셔츠에는 이미 피가 배어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채찍에 맞은 상처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물에 젖었고 치료하지 않아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시영의 허락이 없었기에 케빈은 스스로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다. 셔츠를 벗을 때 피부가 당겨지면서 케빈의 이마가 잠시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에 외투를 벗어던졌다.

“이리 와.”

시영은 발끝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케빈은 순종적으로 다가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영은 의약 상자를 열고 알코올과 과산화수소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알코올을 집으려다 잠시 멈추고 과산화수소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액체가 상처에 닿는 순간 케빈은 본능적으로 이를 악물고 고통을 기다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영이가 사용한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과산화수소였다. 상처에서 거품이 이는 것을 보며 케빈은 놀란 표정으로 시영을 한 번 쳐다보았다. 케빈은 그녀가 실수한 줄 알았다.

“아가씨...”

“닥쳐!”

시영은 거칠게 상처를 소독한 후 가정의를 불러왔다. 그사이 시영은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가정의는 케빈의 몸에 종종 나타나는 상처에 익숙해졌지만 그의 조수인 청순한 소녀가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다니,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정의는 그녀를 꾸짖었다.

“헛소리하지 마.”

소녀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치료를 마친 후 방에서 나온 가정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곳에서 의사로 일하려면 벙어리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해. 알겠어?”

“삼촌,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의사로서 환자를 걱정하는 게 뭐가 잘못이에요?”

가정의는 소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넌 책만 봐서 바보가 된 거야. 어쨌든, 기억해. 말은 적게 하고 참견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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