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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불안함

민지가 떠난 후 케빈은 문을 닫고 침실 앞으로 가서 두 번 두드렸다.

“아가씨.”

침실 안에서는 오랫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케빈은 다시 두드리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기분이 안 좋으니까 꺼져.”

케빈은 팔의 상처를 내려다보며 방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시영은 이 보름 동안 채찍질을 제외하고는 케빈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무릎을 꿇는 케빈에게 뺨을 몇 대 때리는 정도였고 예전처럼 고문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케빈은 시영의 태도가 예전과 다름을 느꼈다. 그가 느낀 것은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한 번 버림받은 적이 있는 케빈은 이번이 두 번째 예고일까 봐 두려웠다.

지난번 시영이가 그를 버리며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개처럼 말을 잘 듣네. 정말 재미없어.”

시영이가 또다시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봐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케빈은 시영의 명령을 일부러 조금 늦게 수행했고 그 결과 처벌을 받았다.

고통이 밀려오는 순간 케빈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케빈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시영이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영은 더 이상 상처로 그를 괴롭히는 데 흥미가 없었고 그더러 스스로 의사를 찾아가 치료하도록 했다.

시영이가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

이튿날.

시영이가 회사에 가보기로 했기에 케빈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타려 했으나 시영이가 입을 열었다.

“기사를 불렀으니 이만 돌아가.”

케빈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전 아가씨의 안전을 지켜드려야 합니다.”

시영은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 누가 나를 해치겠어?”

케빈은 말문이 막혔다. 시영의 현재 지위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해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케빈 역시 쓸모가 없어졌다.

케빈은 그 자리에 서서 시영의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케빈은 매일 시영과 함께 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자처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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