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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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특별 방문
푸르던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냉랭한 공기가 불안감을 실어다 주었다.소은정은 예정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확인한 뒤 사무실에 딸려 있는 드레스 룸으로 향하였다. 어지간한 신상 의류들이 항상 구비되어 있었기에 입고 갈 의상을 고르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톤다운 빛깔의 미니 드레스와 세련된 디자인의 하이힐,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던 가방까지 들고서 걸음을 옮겼다.만남이 예정된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저 자신의 지인들과 열변을 토하기에 바빴다. 이 곳에는 주인이 따로 없었다. 부호들끼리 모여 교제를 가질 때 이 곳을 사용하곤 하였다.소은정은 작게 플레이팅 된 디저트를 하나 집고는 구석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까지도 임상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 오는 것은 아니겠지?“소은정?”그 때, 앞을 스쳐 지나가던 누군가가 물어왔다.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성강희…? 여긴 어쩐 일로?”“우리 정말 인연인가본데….” 소은정은 그를 흘끗 째려보고는 말했다.“어서 말 해.”“우리 어머님께서 여기 파이가 드시고 싶으시대서 온 거야. 난 그냥 돌아다니는 거고.”성강희는 절레절레 손을 휘저었다.소은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어머니는 미식에 뛰어난 사람이었다.“그러는 넌?”“나……. 난 그냥 즐기려고? 근데 즐길 거리가 아직 안 왔네….”소은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다시 한번 시계를 들여다보았고,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깨달은 소은정이 몸을 일으켰다. 그 때, 성강희가 자리를 뜨려던 소은정의 손목을 붙잡아왔다.“어디 가는데?”소은정은 핑계 거리를 생각해냈다.“별거 아냐. 화장실 좀 가려고. 갔다가 바로 돌아갈 거야.”그는 손에 힘을 슬쩍 풀었으나, 소은정에게 다가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기다릴게. 집까지 바래다 줄게 내가.”“나 운전해서 왔어.”“그럼 네가 나 집에 데려다 줘.”…….홀을 벗어나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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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때리려 거든, 직접 때려야 해
임상희의 몸이 빳빳이 굳었다. 이내 머리를 확 쳐들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소은정 너 미쳤어?!”그녀의 옆에 있던 두 시녀들도 임상희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여기가 어떤 자리인 줄 알고 온 거야? 당신은 여기 있을 자격 없다고!”“그래! 누가 환영한다고 여길 와? 당장 경비 불러서 쫓아내라 할 거야!”소은정은 두 시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임상희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뒤에서 그렇게나 떠들어대더니, 이럴 일이 생길 건 예상 못 했나?”임상희는 되려 큰 소리를 냈다.“누가 뭘 떠들었는데? 그리고, 네 행적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니?”소은정은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더니 임상희의 한 팔을 세게 붙잡고는 벽으로 그녀를 힘껏 밀쳤다. 저항하는 임상희에 소은정은 다른 한 팔로 그녀의 목을 압박하였다.“임상희, 내가 너한테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임상희의 눈은 불안감으로 가득 차 떨리고 있었다.“녹음이라도 했나? 뻔하긴, 넌 내 상대가 안돼! 소은정, 넌 영원히 내 발 밑 신세라고!”소은정은 눈 하나 깜짝 않은 채 굳은 얼굴로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그래? 아쉽지만 너야 말로 내 상대가 안돼.”소은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저거…. 임상희 아니야?”“SC그룹 임 이사 잖아?”“그 옆엔 누구야? 장한명? 부인 남편 분이 왜 저기에…….”바깥의 웅성거림이 간간이 임상희의 귀에 흘러 들어왔고, 그녀의 안색 빛은 순식간에 파리해졌다.“너…. 무슨 짓을 한 거야?”“내가 녹음만 했겠니?”소은정은 쯧쯧 혀를 차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어서 가서 내 선물 확인해 봐.”임상희는 소은정이 물러서자마자 급히 홀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제대로 서있을 틈도 없이 누군가의 손바닥에 의해 고개가 돌아갔다.“아…….”“여우 같은 년. 내 남편한테 꼬리를 쳐? 염치도 없지…. 나보고는 소은정 소문이나 퍼뜨리라고 이간질 해놓고 뒤통수를 쳐? 정신 차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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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트러블 메이커
두 여자들은 소은정을 대하는 성강희의 태도에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소은호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소은해와 스캔들을 터뜨린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 여자를 감싸는 성강희가 이해되지 않았다.성강희에게서 손을 홱, 하고 빼낸 소은정이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자진해서 사과하던지, 아니면 내가 사과하게 만들어줄게. 선택 해.”두 여자들은 서로를 흘끔 바라볼 뿐, 여전히 경직된 모양새였다.소은정의 옆에 선 성강희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고르라니까, 귀 먹었어?”소은정이 독설을 하는 것이라면 성강희는 손찌검을 해대는 느낌이었다.그때, 찰칵 소리가 울려퍼졌다.소은정은 핸드폰을 거둔 뒤,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다.“무슨 짓이지?”두 여자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 자신들의 사진을 찍은 것인가?“우린 문명인이잖아? 직접 손대긴 싫고, 너넨 나한테 사과할 마음도 없어보이니까…. 너희 아버님에게 대신 사과받는 수밖에. 그 때는 사과 한 마디로 지나칠 수 없겠지?”소은정이 싱긋 웃어보였다. SC그룹의 능력이라면 중소회사 몇 개쯤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두 여자는 무어라 대화를 하더니 이내 소은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사과할게…. 미안… 해요.”소은정이 직접 나서 고자질한다면 상황은 손 쓸 틈도 없이 악화될 것이 뻔했다. 애초부터 빈둥거리며 시간을 죽이던 재벌들인데, 그런 이들의 집안이 망한다면… 쫓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들리는데….”두 사람은 이내 이를 꽉 깨물고는 한 음, 한 음 내뱉었다.“죄송해요, 아가씨…….”소은정은 그제서야 웃음을 띄웠다.“다음 번이 있다면, 그 때는 사과고 뭐고 없어. 분명 경고했으니 그 때 가서 탓하지 마. 알았어?”그들은 분한 듯 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핸드폰을 내려다 본 소은정은 시간이 꽤나 흘렀음을 알아챘다. 밖의 소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듯 하였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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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녀를 건드리지 마
성강희는 분명히 차를 몰고 왔음에도 소은정에게 저를 태워다 주길 요구해왔다. 소은정은 이를 골치 아프다는 듯, 어쩔 수 없이 동의하였다.차에 올라탄 뒤 출발하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길다란 그림자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성강희는 어이가 없는 듯 실소를 내뱉으며 말했다.“박수혁은 어쩜 그림자도 음침하지?”그는 길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듯 곧장 차 앞으로 다가서왔다. 분명 할 말이 있는 듯하였다.곧 차창을 두드려오는 박수혁에 소은정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채 창문을 내려 보였다.“대표님, 무슨 일로?”박수혁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네가 말한 두가지 조건…….”소은정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의 말을 가로 채었다.“드디어 대표님이 선택을 하셨나 보네. 그래서, 뭘 고르셨어요?”박수혁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조건을 바꿔야겠어. 서민영은 건드리지 마.”그의 말을 들은 소은정의 웃음이 한 순간에 멎어 들었다. 건드리지 말라고? 도대체 얼마나 그녀를 아끼는 것인가….박수혁에게 중요한 존재란 서민영뿐인 것일까?분명 머리 속으로는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어딘가 익숙한 아픔이 쿡쿡 찔러오는 듯하였다. 소은정은 이 익숙한 아픔을 오랜 시간동안 견뎌왔었다. 박수혁이 상처 준 것은 결국 자기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쓰렸다.그 때 따뜻한 손이 소은정의 오른손을 꽉 쥐여왔다. 한참을 멍하던 소은정은 그제서야 정신을 퍼뜩 차렸고, 옆을 돌아보니 손을 잡아온 성강희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서민영 밖에 눈에 들지 않으시나 봐요. 제가 당신이었으면 스스로 눈을 찔렀을겁니다.”박수혁에게 쏘아붙이는 성강희 덕에 소은정은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시금 덤덤한 눈빛을 한 채 실소하며 말했다.“주도권은 저한테 있다는 걸 자꾸 잊으시는데…. 무조건 내가 제안한 두가지 중에서 선택하세요.”소은정은 표정을 싹 굳히더니 곧 차창을 올려 닫았고, 지체없이 가속 페달을 밟으며 나아갔다. 차는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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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꺼져버려
박수혁은 냉랭한 눈을 한 채 그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왜 인지 가슴이 답답했다. 소은정은 손을 잡아오는 성강희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어딘가 포근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영문도 모르는 강서진은 재잘대기 바빴다.“대체 누가 이런 거냐고! 대체 누가 내 소중한 차에…! 바다 건너 유럽에서 오는 걸 보름이나 기다려서 만났는데! 어느 미친놈인지…!”SC그룹.며칠 후 임상희는 회사에서 깔끔히 내쫓겼다. 감사회는 장한명의 회계장부를 조사하였고, 어느 순간 장한명의 지분 일부분이 비싼 값에 팔려 나갔음을 인지하였다. 끝까지 치졸한 사람이었다.우연준이 모든 일을 보고하는 내내 소은정은 오히려 홀가분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여댔다. 그는 소은정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왜 저리도 덤덤하신 거지?“본부장님, 지분이 누구에게 팔려 나갔는지 당장 조사를 시작할까요?”만일 그 상대가 또 다른 회사라면, 이 역시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었다.그러나 소은정은 싱긋 웃어 보이더니 서류 한 부를 꺼내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큰 오빠가 준비 다 해주셨죠. 그 오빠가 어떻게 자기 지분이 남한테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겠어요?”우연준이 의아해하며 서류를 들여다보았고, 이내 그 지분을 사들인 상대가 바로 SC그룹이었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정말이지 감쪽같아 놀라울 뿐이었다.“장한명이 몰래 지분을 판 상대가 대표님이셨고…. 그걸 다시 본부장님께 파셨다는 얘기군요?”“네, 그렇죠.”소은호는 다른 이들보다도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작부터 이를 계획하고 있었다.그날 늦은 밤, 소은호가 입국하였다는 소식을 접수한 소은정은 집에서 빈둥대던 소은해와 함께 공항으로 향하였다.저번의 스캔들에 크게 데였던 둘이기에, 이번에는 주차된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를 기다렸다. 아무도 없이 조용한 것이 매우 안심되었다.몇 분이 흐른 뒤, 고개를 푹 숙인 소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은정은 푹 숙인 고개에 움츠린 자세에도 그를 알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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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특별한 손님
곧 셋은 별장으로 향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별장의 집사는 기뻐하며 사람들에게 저녁 준비를 준비시켰다.소찬식의 부재에도 그는 항상 별장을 깨끗이 관리해야 했고, 별장의 집사 아저씨는 이 일을 30년이나 문제없이 지속해왔다.삼 남매가 오랜만에 모여 술자리를 가지니, 만취한 그들은 미친 사람과 다름없었다. 비틀거리며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소은해의 팬이 봤더라면, 분홍색 하트가 거무죽죽하게 물들 것이 분명했다.소은정은 소은호가 가져온 선물들을 바닥에 쭉 늘어놓은 뒤 쪼그려 앉아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국외의 수집가에게서 들여온 물건들은 시중에 파는 명품 브랜드의 물건보다도 가치가 높았다.술기운이 올라 멍하던 중,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김하늘에게서 온 전화였고,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알딸딸한 채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고, 한 손으로는 지휘하듯 집안 아주머니에게 물건들을 방으로 옮겨 달라 지시하였다. 흐느적대는 손짓에도 아주머니는 단박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하늘아, 너 귀국한 거야?”김하늘은 응, 하며 대답한 뒤 말을 이었다.“내일 시간 있으면 나와. 내 쇼 오프닝에 네가 빠지면 안 되지. 유라랑 같이 꼭 와!”소은정은 자매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의항이 있었다. 게다가 김하늘의 쇼 오프닝은 화려하기로도 유명했다.“알았어, 꼭 갈게.”김하늘은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네 오빠 셋도 같이 올 수 있으면 꼭 데려와….”소은정은 의아했다. 김하늘은 어지간하면 소은해와 대치하려 들지 않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 세 형제까지 부르는 걸까?김하늘은 큼 큼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소은해도 어쨌거나 유명 배우니까…. 와서 힘 좀 실어줘. 응?”소은정은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겸손하긴. 네 표는 몇 백 줘도 구하기 힘들거든? 아무튼 너도 먼저 제안해줬으니까 꼭 같이 가도록 할게.”해외 유입 패션이 국내 트렌드를 이끌던 것도 잠시, 김하늘은 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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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네가 숨 쉬는 것 조차 역겨워
서민영은 고개를 슬쩍 들어 보였고, 나른한 얼굴의 소은정이 와인 잔을 슬슬 흔드는 것을 목격하였다. 소은정은 아래층을 개의치 않은 채 모델 전시를 이어갔다.서민영은 이내 홱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하려 하였고, 곧 직원에게 저지당하였다.“죄송하지만, 2층은 출입이 불가하십니다.”박예리는 그 한마디에도 불같이 쏘아붙였다.“너 뭐라고? 뭐가 불가해? 난 너네 VIP 고객인 거 몰라?! 너네 서비스가 더럽게 형편없어, 알아? 싹 다 고소해서 쫓아낼 거니까 그런 줄 알아!”직원은 아랑곳 않고 미소지은 채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중요 고객 분들이셔서 중도 출입은 불가하십니다. 2층은 내일부터 사용 가능하세요.”“안돼. 오늘 저녁에 중요한 파티가 있거든? 꼭 오늘이어야 해!”박예리의 성질은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였다. 누가 감히 이 박예리를 무시해?직원은 그저 난감할 뿐이었다.“박예리 고객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서민영은 박예리의 팔을 슬쩍 잡으며 말했다.“됐어,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이 난리인지…. 1층으로 가자.”박예리는 그녀의 만무에 오히려 화가 더욱 뻗쳤다. 이 박예리의 심기를 건들인 것들의 얼굴이 궁금해졌다.그녀는 픽, 하는 비웃음과 함께 직원을 밀쳐냈고 당당히 위층으로 향하였다. “2층 아니면 안 되겠으니까, 저것들 보고 내려오라고 하던가 해.”직원이 말릴 틈도 없이 그녀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고, 직원들은 허둥지둥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안됩니다 고객님…!!!”서민영의 눈에 의기양양한 웃음기가 서렸다.결국, 위층의 소은정과 마주치게 되었다.점장은 이 소란에 죄송스럽다는 듯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녀를 제지할 생각이었으나 성큼성큼 다가선 박예리를 제지할 틈 따위는 없었다.소은정의 얼굴을 확인한 박예리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완전히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이를 지켜보던 한유라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어떤 지조 없는 인간이 이렇게 소란 피우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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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내 눈 앞에서 꺼져
소은정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였으나, 서민영의 가짜 미소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안 들려? 당장 내려가라니까? 뻔뻔스럽게 어딜 동석하자는 거야?”한유라가 거들었다.점장은 입장을 완전히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두 분은 내려가주십시오. 맞춤 직원들을 안배해드리겠습니다.”서민영의 안색이 어둡게 물들었다. 박예리는 이미 폭발하기 직전인 듯하였다.지금 이 일도, 뒤 돌아서면 소문에 소문을 탈 것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너네, 저 년이 결국 고른 옷이 어떤 건지 당장 나한테 가져와! 돈이라면 상관없으니 저 년이 고른 옷으로 내 앞에 가져오라고!”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들썩이더니 말했다.“정말 그럴 생각이야?”“그래, 내 말 못 들었어?!”박예리는 의기양양해진 듯 점장에게 다그쳤다.“그러니까 당장 저것들 여기서 꺼지라고 해. 지금 당장!”점장은 미소를 간당간당하게 유지 중이었다. 난처한 눈망울로 소은정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이에 웃으며 점장에게 말했다.“예리 아가씨께서 그러시겠다니, 뭐…. 점장님, 방금 봤던 그거, 포장 부탁해요.”점장은 조금도 화나 보이지 않는 소은정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만 하였다.“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점장은 곧 사람을 불러 옷을 포장하라 주문하였고, 소은정은 박예리를 바라보더니 무심한 듯 질문을 툭 던졌다.“예리 아가씨? 비싸다고 나중에 반품하시는 거 아니시죠?”점장은 또 다시 긴장감에 숨이 막혀왔다.박예리는 질문의 의도가 분명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반품? 난 한 번 산 물건은 버리면 버렸지 반품 따위 안 해!”턱을 괴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음성을 재생하였다.‘예리 아가씨? 비싸다고 나중에 반품하시는 거 아니시죠?’‘반품? 난 한 번 산 물건은 버리면 버렸지 반품 따위 안 해!’박예리는 잔뜩 인상을 쓰며 쏘아붙였다.“너 이게 무슨 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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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내면의 아름다움
서민영은 전화를 마친 뒤 박예리에게로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걱정 마. 곧 올 거래. 별 말 안 했어.”전화를 끊은 박수혁의 표정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차가운 톤의 수트가 그의 분위기를 한껏 더 차갑게 보이도록 했다. 그 모습에 이한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대표님….”“박예리 찾아서 옷 값 계산해. 그리고 옷은 소은정에게로 보내.”서민영은 그 옷을 소은정이 박예리에게로 떠넘긴 것이라 하였지만, 중간 과정을 굳이 듣지 않아도 박예리가 성질을 부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이한석은 다시금 그에게 질문하였다.“소은정 아가씨께… 보내는 것 맞습니까?”“그래.”“네, 알겠습니다….”이한석은 다시 확답을 받은 뒤에야 일을 이행할 수 있었다.이한석은 곧 박예리가 있는 매장에 들어섰다. 박예리는 매장 사람들의 시선을 참을 만큼 참았다. 겉으로는 공손한 척했으나 모두 그녀의 눈이 없는 곳으로 가 키득거리기 바빴다.점장의 손에 녹음이 없었더라면, 없던 일로 무르고 자리를 떴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박예리와 서민영을 마주한 이한석은 고갯짓으로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계산을 하러 향하였다.이에 박예리는 의기양양하게 다가와 점원에게 말했다.“내가 이 집안 사람 아니었으면 절대 못 샀을 거라고, 이번은 지갑을 두고 왔어서 사람을 부른 거야….”“그럼, 차까지 실어다 드리면 될까요 아가씨?”“그럼 당연히…….”“아, 잠시만요 아가씨.”이한석이 한 손을 들어 보였다.“대표님께서 물건을 소은정 아가씨께 보내라 하셨습니다. 주소지가 없다면 SC그룹 쪽으로 보내라고….”“뭐라고?”박예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 소은정에게 보내지? 이건 내 옷이야!옆에 서있던 서민영 역시 놀라 말을 거들 수밖에 없었다.“네, 이건 예리 옷이에요. 소은정이 예리에게 넘긴 거라고요…….”이한석은 미소지어보인 뒤 대꾸했다.“대표님 지시입니다. 저는 따를 수밖에 없어요.”곧 그가 점장을 향해 고갯짓하였고,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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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그녀는 쓰레기통이다
제 90장 그녀는 쓰레기통이다 소은정은 의아해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럭셔리하나 단조로운 포장, 또 익숙한 브랜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유라는 고개를 숙여 그것을 하나 집어 올리더니 이내 ‘어?’ 하는 소리를 내었다.“이거 방금 가게에서 골랐던 그거 아니야?”정말이잖아!너무나도 익숙한 이 옷가지들에 소은정의 눈썹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분명 박예리가 빼앗아 갔던 것들이지 않는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프런트의 직원이 곧 말을 걸어왔다.“방금 점장님께서 직접 가져오셨어요. 말씀하시길 이미 계산은 하셨고, 박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물건이라고…” 박수혁?소은정의 안광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행동들은 전부 제 손에 있는 담뱃대가 이유 일 것이다.안됐지만, 소은정은 이를 거절할 것이었다.한유라는 냉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박수혁? 이게 대체 무슨 뜻인 거지?”소은정은 덤덤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이거, 박 대표에게 다시 돌려주실래요? 다른 사람에게나 주라고 해주세요.”프런트 직원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둘은 이미 화해한 걸로 알고 있는데?하지만 이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다.“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곧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불러왔다.“아주 호구로 만들어 버리자, 그 옷 남겨둬! 박예리랑 서민영한테 엿 먹이자고!”한유라가 제안해왔다.소은정은 그런 한유라를 힐끗 보더니 가볍게 웃음 지었다.“난 그 사람이 준 거라면 입을 수 없어. 단 한 푼도 빚지고 싶지 않거든.”결혼 3년 내내 그는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무언가 선물해 온 적이 없었건만, 이제 와서 옷이 웬 말인가? 이혼까지 한 마당에 이런 위선적인 꼴이라니, 그저 우스웠다.한유라가 여전히 찌푸려진 얼굴로 대답했다.“그래, 네 말도 맞다.”이후, 물건은 모조리 태한그룹으로 되돌아갔다. 이한석은 바닥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내 그는 눈을 딱 감고는 박수혁의 사무실로 향하였다.가볍게 노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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