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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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1화
원경릉은 이런 주명취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아 예. 감사합니다.”“남주(南珠)는 미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한번 보여주시지오.” 주명취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아직 안에서 태상황님을 모셔야합니다. 지금 보여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주명취의 말이 모두 의심스러웠기에 그녀가 하는 말마다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건 그렇네요. 태상황님의 상태는 어떠신지요?” 주명취가 말했다. 원경릉은 그녀를 보며 “궁금하시면 제왕비께서 직접 들어와 문안을 드리는게 어떠십니까?” 라고 말했다.주명취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자 제왕이 한걸음 다가와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황조부께서 왜 본왕을 만나주시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주명취가 못들어오는거지, 제왕이 못들어갈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원경릉은 사실을 말해 제왕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태상황님은 원래 사람이 바글바글 한 것을 싫어하시니까 그런게 아닐까요.” 라고 웃으며 답했다. “하긴 본왕 생각도 그럽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주명취를 바라보았다.“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갑시다. 황조부께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시면 찾아뵙시다.” 밖에서 줄곧 서서 기다리던 제왕은 급 피로감이 느껴졌다.주명취는 분노를 속으로 삼키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태상황은 원래 제왕과 자신을 매우 아꼈는데 이럴수는 없다. 그녀는 이렇게 손도 못써보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태상황의 총애를 되찾아야 한다. 만약 그녀가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원경릉이 태상황 옆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신경이 곤두섰다. 주명취는 제왕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건 도리가 아니지요.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하지만 어마마마의 몸도 좋지 않으신데, 돌아가서 어마마마를 돌보는게 어떠십니까?”제왕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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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2화
원경릉은 태상황이 한 마지막 말을 흘려들었다. 그녀는 절을 하고 남주(南珠)를 들고서는 건곤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희상궁이 푸바오에게 죽을 먹이고 궁녀를 불러 그릇을 가져가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왕비님 지금 별전으로 돌아가십니까? 그럼 쇤네랑 함께 가시지오.” 희상궁이 말했다. 원경릉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도와주었던 희상궁의 얼굴을 보니 문득 고마움 마음이 들었다. 별전으로 향하던 도중 희상궁이 물었다. “황제께서는 왜 왕비님께 남주 두 꿰미를 하사하셨을까요? 이 남주는 매우 귀해서 해마다 류큐에서 서너 줄 밖에 바치지 않는데, 태후마마, 황후마마, 그리고 현비마마에게 드리는게 태반입니다. 왕비께 두 꿰미를 하사하시면 아마 모자를텐데……”“오.” 원경릉은 건성 건성 대답했다. 희상궁이 그녀를 보며 “왕비님 쇤네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마십시오. 왕비님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현비마마를 왕비 편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남주 두개 중 하나를 현비마마께 드리는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희상궁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속으로 생각했다. “희상궁님 말이 일리가 있네요. 나중에 사람을 시켜 한 꿰미를 현비마마께 드리겠습니다.”희상궁이 웃으며 답했다. “지금 쇤네가 현비마마께 전해드리겠습니다.”“그럼 희상궁님 부탁드립니다.” 원경릉은 남주 한 줄을 꺼내 희상궁에게 건네었다. “제가 항상 현비마마를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꼭 전해주십시오.” 원경릉이 말을 덧붙였다. “좋습니다! 왕비님 그럼 먼저 별전으로 돌아가십시오.” 희상궁은 남주 한줄을 받아 들고는 몸을 돌렸다. “예.” 희상궁이 몇 발자국 가더니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불렀다. “왕비님!”“왜 그러십니까?”희상궁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혼자 찾아가실 수 있죠? 별전 가는길을 아시나 해서……” 라고 조심스럽게 원경릉에게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었다.희상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던길로 돌아갔다. “희상궁님!” 이번엔 원경릉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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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화
“아니 이건 부황께서 하사하신겁니다.” 원경릉이 답했다.원경릉은 남주을 받은 것만 말하고 차용증서에 관한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부황께서 하사하셨다고?” 우문호는 의아해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침묵하다 희상궁 일이 떠올라 고개를 들었다. “왕야께서는 저를 믿으십니까?”“그건 왜 묻는거냐”“그저 하나만 묻겠습니다. 저를 믿으십니까?”우문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를 믿냐고? 아니 전혀. 비록 원경릉이 다친 자신을 치료했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저를 믿고 제 편이 되어주십시오.” 원경릉은 그를 보고 말했다.“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무슨 짓을 한것이냐?”우문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눈빛에서 불신을 느꼈다. 그녀도 우문호가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왜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은 다 제가 했다고 하는거죠?” 라고 말했다. 우문호는 몹시 초조해 하며 “왜 자꾸 본왕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야!”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돌렸다. “주명취가 줄곧 일을 벌이고 있어요.”그녀의 입에서 주명취가 나오자 우문호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입 다물어라! 너는 주명취라는 이름을 언급할 자격이 없어!”별전 안이 조용해졌다. 그 둘의 눈빛이 잠시 교차하는 순간, 원경릉은 우문호의 흔들리는 눈빛을 발견했다. 원경릉은 속상하고 분한 감정이 들었다. “예. 맞아요. 저는 자격이 없죠!” 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어젯밤,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처음으로 따듯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와 나눈 짧은 대화에서 잠시나마 이 남자를 믿어볼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우문호에게 원경릉은 주명취 발톱만도 못한 존재였던 것이다.원경릉은 한 손에 남주를 들고 무턱대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는 정처없이 걸었다. 이 별전은 어서방(御書殿)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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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4화
우문두의 말에 원경릉은 웃음이 났다. “왕야, 소인이 부황과 다시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장담하긴 이릅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저랑 먼저 약속을 하시지오.”손왕(孙王)이 말했다.“왕야께서는 이미 수라상을 많이 드셨지 않습니까.”“왕비는 모릅니다. 부황께 따로 요리사가 있습니다. 설마 먹고도 맛의 차이를 못느끼셨다는 겁니까?” 손왕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깝다! 아까워!” 손왕은 매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왕비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어요! 그런 태도로 음식을 대하는 것은 죄입니다!”그는 손에 들린 닭다리는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닭다리든 부황의 수라상이든 모두 짐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는 할말을 마친 표정으로 닭다리를 마저 뜯었다. 원경릉은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음식에 참 진심이구나’하고 흐뭇해했다. 손왕을 보아하니 딱히 일이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그녀도 정처없이 걷던 상태였기에 그녀는 손왕과 몇 마디 더 주고받기로 결정했다.“왕야, 근데 왜 풀숲 속에 숨어서 드십니까?” 그녀가 손왕에게 물었다. “본왕이 몰래 닭다리를 먹고 있는 것을 다른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몰래?” 원경릉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닭다리를 몰래 먹는걸까?“본왕은 살을 빼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닭다리를 하나 다 먹었다. 그는 먹고 남은 닭뼈를 호숫가에 던졌다. 그는 손을 슥슥 닦더니 원경릉을 보며 손을 흔들고는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유유히 걸어갔다.살 뺀다면서 몰래 먹는건 뭐람? 원경릉은 명원제의 아들들 중에 정상인 아들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었다. 그녀는 호숫가에 서서 심호흡을 몇번 했다. 손왕과 대화를 하고 나니 화난 감정도 약간 가라앉았다. 사실 화낼 필요가 있었나? 우문호는 주명취가 좋은 사람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상태고, 또 그 둘은 죽마고우로 만약 원경릉이 없었다면 결혼까지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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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5화
“현비마마를 뵈옵니다!” 제왕과 주명취가 와서 안부를 물었다. “예의는 생략하고 어서 앉으세요!” 현비는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앚자 주명취가 현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듣자하니 현모비께서 두통이 있으시다고 하던데, 어의는 보셨습니까?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현비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이렇게 효심이 깊은 여인이 우문호의 짝이 되지 못하다니.’“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머리가 좀 아픈 것 뿐입니다. 익숙해졌습니다.” 현비가 답했다. “현모비님 건강을 잘 살피셔야합니다.” 주명취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현모비에게 다가갔다. “제가 문질러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현비의 관자놀이를 능숙하게 주물렀다. 현비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기술이 좋으십니다. 노집사보다 훨씬 실력이 좋으십니다.”그러더니 제왕을 바라보며 “제왕은 이리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니 얼마나 복이 있습니까.”현비는 안타까운 마음을 애써 숨기며 말했다.제왕은 몹시 자랑스러운 얼굴로 주명취를 한번 쳐다보며 “현모비께서 말씀한 것이 맞습니다.” 라고 하였다. 주명취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황송하옵니다. 왕야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오. 제가 현모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제왕은 군말없이 자리를 떴다. 왕이 밖으로 나가자 주명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모비님. 몸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가 항시 여기에서 보살펴 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인이 참 걱정이 되옵니다.”이 말을 들은 현비는 주명취의 손을 잡고 손등을 다독였다. “다섯째는 정말 복이 없구나. 자네 같은 여인을 아내로 삼지도 못하고, 이제와서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지만…… 참 안타깝네.”“초왕께서는 잘지내십니다. 요 근래 황제께서 초왕비를 굉장히 아끼십니다. 황제께서 초왕비에게 남주(南珠) 두 꿰미를 하사하셨습니다. 그 중에 한 꿰미를 마마께 드린다고 하니 효심이 지극하지 않습니까.”현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가 그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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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화
현비는 원경릉이 한 행동을 곱씹어 보았다. 생각해보면 그리 일리가 없는 행동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화를 꾹 참아냈다. 희상궁은 중신궁(中珅宫)에 도착하여 남주를 바치며 말했다. “초왕비가 황실의 며느리로서 남주를 혼자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하며 황후마마를 섬기는 마음으로 드린다고 했습니다.”황후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본궁은 필요 없습니다. 가져가세요.”희상궁이 미소지으며 “마마께서는 왜 왕비의 효심을 저버리십니까? 좋든 싫든 황제께서 하사하는 물건인데 마마님께서 받지 않으시면 귀비나 현비의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받으시는게 낫지 않으시겠습니까? 받으시고 어떻게 처리하시든 그건 마마의 몫입니다.” 라고 말했다.“희상궁의 말이 맞습니다. 마마께서 받아서 황제께 보내십시오. 초왕비가 기가 살아서 위세를 부리는건지 아니면 황후마마께 아첨하려고 한건지 황제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시지요.” 중신궁의 집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황제는 자신이 하사한 물건을 황후에게 준 것을 알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황후는 두 사람의 말에서 황후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네들의 말이 맞네. 황제께는 태후마마께서도 받지 못한 남주를 황후인 내가 어찌 받겠느냐고 말하며 보내면 좋겠네.”그녀는 류큐에서 보낸 남주 꾸러미가 아직 태후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쇤네는 건곤전으로 돌아가 태상황님을 모셔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예. 들어가보시지오.” 중신궁 집사가 희상궁을 배웅했다. 희상궁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 빚은 모두 갚았으니, 이 한 평생에 더 이상 빚진 것은 없다.”맞은 편에 주명취가 미소를 머금고 희상궁을 보고있었다. 희상궁은 그녀를 보고 몸을 굽혀 인사했다.주명취는 다가와 희상궁에게 조용히“수고하셨어요.”라고 말했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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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7화
목여태감이 놀랐다. 황제는 초왕이 당시에 원경릉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을 알았을까? 초왕에게 원씨 집안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도록 황명을 내려놓고는 지금 그는 왜 초왕에게 분노하는 걸까? 목여태감은 오랫동안 황제를 모셨지만 그의 속마음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폐하, 초왕이 원씨 집안의 혼인 계략에 속았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왜 그렇게 냉대하십니까?” 목여태감이 물었다. 명원제는 노여움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다섯째는 정후와 원경릉 이 둘이 만든 진흙탕에서 뒹굴던 사람이다. 이미 때가 탔다는 말이지. 그런 이에게 짐이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목여태감은 명원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명원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명원제가 화가 났을 때는 말을 걸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랑 같기 때문이다.사실 목여태감은 이 일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명색에 황후 쪽에서 보낸 사람이기 때문에 그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제도 황후가 보낸 옥집사를 꽤 신뢰하고 있었다. 옥집사는 황실의 법도를 잘 알고 있었으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함부로 말을 전하지 않았을 것이다.명원제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태자의 자리를 염두한다는 것은 곧 그의 역린(逆鳞)을 건드리는 것이다. 우문호가 태자 자리를 탐내는 것은 그렇다 치지만, 이를 위해 결코 정세를 위협할만큼의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짐이 하사한 남주를 초왕비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으니, 차용증서와 함께 가져오거라.” 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보며 말했다. 목여태감은 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호숫가에서 사색에 잠겨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별전 밖에 돌계단에 잠깐 앉아 있었다.“왕비님!” 목여태감이 걸어와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는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총애를 얻었지만, 꾀가 많아 이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구나 아깝다 아까워’목여태감은 속으로 생각했다. “태감님!’ 원경릉이 목여태감을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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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8화
목여태감이 들어간 뒤 원경릉도 따라 들어갔다. 우문호는 몸을 살짝 일으키며 목여태감을 보았다. “태감님, 부황께서 남주를 받으셨다는 말씀입니까?”목여태감은 빙빙 돌려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묻는 우문호를 보고는 자신도 솔직하게 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왕야께서 그렇게 물으신다면, 제가 몇 말씀드리지요.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을 고깝게 듣지 마시지오. 왕야께서 황후에게 마음을 표하려거든 다른 방법도 많았을텐데, 굳이 황제께서 초왕비에게 하사한 남주를 황후께 보낼 필요가 있었습니까?”이 말을 듣자 우문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원경릉을 향했다. 원경릉은 눈을 아래로 드리우고는 무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향했던 눈동자가 천천히 목여태감 쪽으로 움직였다. “태감님께서는 이만 돌아가주시지오. 본왕이 왕비에게 긴히 할말이 있습니다.”목여태감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일단 남은 남주 한 꿰미와 차용증서부터 돌려주시지오. 황제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습니다.”“태감님 남주 한 꿰미는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직접가서 부황께 사죄를 드릴테니 먼저 돌아가십시오.” “지금와서 소용 없습니다. 황제를 더 화나게 하시려는 겁니까?” 원경릉의 태도에 태감은 화가 났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태감께 돌려드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잃어버렸으니 제가 사죄드리러 가야죠.”목여태감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비께서 남주를 잃어버렸다고만 하신다면 저희 쪽에서도 달리 도울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왕비께서 잃어버린 그 남주 한 꿰미를 중신궁(中珅宮) 옥집사가 가져왔습니다. 정말 왕비께서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한다면 중신궁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시 잘 생각해보시지요!”태감은 말을 마치고 우문호를 보았다. “왕야. 소인 먼저 돌아가보겠습니다. 왕비께서 끝까지 황제께 직접 사죄를 하길 원하신다면야. 다만 분실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저 왕비께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변명없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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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화
“왕야!” 탕양이 다급하게 불렀다. “왕비가 황제님을 더 노하게 할까 염려됩니다!”우문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원경릉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그의 귓전에 맴도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맘대로 하라 그래. 부황은 이미 본왕에 대해 실망할 대로 실망했으니 더 실망시킬 수도 없을거야.”“왕비는 왜 황후께 남주를 선물했을까요? 서일은 애써 그녀의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왜 겠는가? 당연히 아첨하려는 목적이지!” 우문호가 대답했다. “아첨을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서일이 다시 물었다.탕양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서일을 바라보았다. “바보도 알겠다! 정후는 줄곧 주씨 집안에 기대려고 했지않는가? 이는 자네도 모르는 일은 아닐테고.”서일은 코웃음을 쳤다. “정후 그 노인네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왕야께서 황제에게 총애를 받을 때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다가, 지금 우리가 권세를 잃으니 바로 주씨 집안에 발을 담그려 하다니요!”서일은 우문호가 듣고 있다는 것도 깜빡 잊었다. 우문호가 이를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자 탕양이 서일을 보고 “무슨 헛소리야! 입 다물거라!”라고 소리쳤다.서일은 자신이 실언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우문호를 한번 보더니 자신의 입을 막았다. 우문호는 마음이 시큰거렸다. 아무도 그가 마음 속으로 원경릉이 변하기를 바라는지 모른다. 그의 마음 속에는 말할 수 없이 분노와 실망스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원경릉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귓가에 스친다. 그녀는 손을 들어 뺨을 만져보니 피가 손에 묻어나왔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더욱 씩씩하게 걸었다. 걸으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래나 저래나 죽을 목숨, 이깟게 무슨 대수라고.’별전과 어서방(御書殿)의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오래 걸었다. 입구에 다다른 원경릉을 발견한 목여태감이 명원제에게 알렸다.“기다리라고 해.”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원경릉은 밖에 서서 꼼짝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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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화
몹시 화가 난 명원제는 목여태감으로 하여금 원경릉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손왕은 동정어린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부황이 화를 원경릉에게 풀까봐 걱정이 되었다. 듣자하니 우문호가 다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고 하던데, 우문호에게 가서 초왕비를 데려올 방법을 찾아보라고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경릉이 궁 안으로 들어오자 명원제는 “무릎을 꿇어라!” 하고 소리쳤다. 그녀는 명원제의 말에 따라 무릎을 꿇고는 “부황을 뵙습니다!”라고 말했다. 궁 안은 어수선해다. 황제가 크게 노하여 손왕을 향해 물건을 던진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바닥 한켠에는 남주 한 꿰미도 떨어져 있었다. “방금 목여가 돌아와 전해주었다. 짐이 네게 하사한 남주를 한 꿰미 잃어버렸다고? 어디서 잃어버린 것이냐?” 명원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건곤전에서 잃어버렸습니다.”“보아라. 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남주가 네가 건곤전에서 잃어버린 남주가 아니더냐?”원경릉은 바닥에 남주를 보며 “맞습니다.” 라고 했다. “이 남주는 황후를 모시는 집사가 가져온 것이다. 네 말이 맞다면, 황후가 남주를 훔쳤다는 말이냐?” 명원제의 목소리에 실망스러움이 가득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소인은 누가 남주를 가져갔는지 알고 있습니다.”“어?” 명원제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누가 가져갔는지 알고있다고?”“네. 누가 가져갔는지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냐?” 명원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원경릉이 잠시 침묵하더니 “희상궁.”이라고 말했다. 명원제가 분노하여 탁자를 내리쳤다. “터무니 없는 소리!”이 상황을 지켜보던 목여태감이 급히 달려왔다. “왕비!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다니요. 희상궁은 태상황님의 사람이지 않습니까?”“네. 그렇죠.” 원경릉은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난해한 표정으로 말했다. 명원제가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는 방금 원경릉이 뱉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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