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2823 챕터
제41화
조의찬은 신세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대신 계산할게요. 대신 월급 받으면 두 배로 갚아요.”사실 신세희는 배가 무척 고팠다.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잠시 빚 좀 질게요. 월급 받으면 꼭 두 배로 돌려줄게요.”조의찬은 그녀를 작은 가게 한군데로 데리고 간 후, 가성비 좋은 음식 몇 가지와 닭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음식이 식탁 위로 서빙되자 신세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국수를 절반이나 해치웠는데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배가 거의 찼는지 그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에 반해 조의찬은 젓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조의찬씨는… 왜 안 먹어요?” 신세희가 그에게 물었다.조의찬의 태도는 무척이나 나빴다. “젠장! 내일 당장 이 가게 없애버릴 거예요!”“주문할 때 분명히 말했는데, 나 단 거 좋아한다고 음식이 좀 달았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뭐예요! 하나도 안 달잖아요! 맵고 시기만 하고! 기분 나빠서 못 먹겠어요!”“왜요? 신세희씨는 음식이 입에 맞아요? 그럼 많이 먹어요. 잘됐네요.”신세희는 그가 이미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조의찬은 그냥 그녀가 밥을 먹었으면 했다.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고마워요.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어디로 데려다줄까요? 형한테 갈 수는 있기나 해요?” 조의찬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흥미가 가득했다.신세희의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얼굴에 어려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씨 아주머니 병원에 데려다줘요. 먼저 병원에 갈래요.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게요.”하숙민이 부탁한 사진을 찍지 못한 그녀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늘 밤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다. 몸을 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병원에 가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참을성이 넘치는 조의찬은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는 차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병원에는 밤에 환자를 간호하지 못하게 한
더 보기
제42화
“신세희! 신세희! 정신 좀 차려봐!” 부소경은 손을 들어 신세희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그녀의 이마는 무척이나 뜨거웠다.남자는 신세희를 끌어안더니 빠르게 차로 걸어갔다. 그는 신세희를 안으로 내려놓고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어 자리를 떠났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였다.임서아는 그 뒤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소경 오빠…”하지만, 부소경의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임서아는 건물 밖에 있는 화단에 주먹질을 해댔다. 그녀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고 밀려오는 아픔에 임서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힘이 다 빠진 그녀는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지강과 허영은 거실에서 임서아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임서아의 이상한 상태를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착한 우리 딸, 왜 그래? 부소경이 널…” 허영은 임서아에게 조금은 부끄러울 수도 있는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임지강에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오히려 임지강이 조급해하며 임서아에게 물었다. “빨리 아빠한테 말해봐. 어제 부소경이랑 같이 밤을 보낸 거야? 얼른 서둘러야 해. 그리고 웬만하면 빠른 시일 내에 부소경의 애까지 가져버려. 그러면 부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떼놓은 당상이 될 테니까.”허영이 임지강을 때리며 말했다. “당신, 우리 딸 부끄러운 건 생각 안 해? 못 하는 말이 없어!”그때 임서아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난 신세희가 죽었으면 좋겠어! 나 꼭 걔 죽일 거야! 흑흑흑…”그들은 그제야 임서아의 눈이 빨갛게 부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우리 딸 왜 그래? 신세희 그년이 또 너 괴롭히기라도 했어? 빨리 엄마한테 말해봐.” 허영은 마음이 아팠는지 임서아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나 꼭 신세희 죽일 거야! 꼭 죽게 만들 거야! 부소경, 신세희 배 속에 남의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더 보기
제43화
먼 곳에 숨어있던 세 식구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한편, 부소경은 의사를 따라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 안쪽, 정신은 잃은 신세희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녀는 눈썹은 찌푸리고 있었고, 기다랗고 예쁜 속눈썹에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속눈썹은 무척이나 예뻤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속눈썹은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었다.주먹만 한 그녀의 얼굴이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다가갔다. 신세희는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가야, 계속 엄마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 떠나지 말아줘… 엄마한테는 더 이상 남은 가족이 없어. 엄마… 너무 외로워… 엄마는 동반자가 필요해… 그래야 살아갈수 있어…”그녀의 말투는 처량하고 불쌍했다. 주위에 있던 의사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부소경은 차가운 얼굴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량의 해열제 먹이는 거 말고 방법이 그거밖에 없어?”“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직접 하지!” 부소경의 말에 의사들은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직접의 사람의 체온을 내려주는 것, 옛날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의사들이 부소경과 함께 추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그들은 신세희를 온도가 낮은 방으로 옮긴 뒤, 모든 남자 의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방에 남은 남자라고는 부소경밖에 없었다. 여자 의사들만 방안에 남아있었다.의사들은 나가라는 뜻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부소경은 오히려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 내 여자야!”“…”의사들이 입을 열기도 전, 부소경은 이미 신세희의 옷을 벗겨버렸다. 누군가는 젖은 수건을, 또 누군가는 알코올 솜을 손에 들며 신세희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내기 시작했다.한 시간 뒤, 신세희의 열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의사는 그제야 그녀에게 약을 처방해주었다.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약 성분의 약을 말이다. 또 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신세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자리를 옮겼다.점심쯤, 신
더 보기
제44화
그리고 그날 만났던 서준명.그들은 모두 신분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그들을 기쁘게 해줄 가십거리.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열이 내리고 정신을 차렸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남은 길은 없다는 거.부소경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모든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감옥이 있을 때 임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보고 곧 죽을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라고 강박했다고. 그러다 임신을 해버렸고 그 남자는 죽어버렸다고.하지만, 부소경의 품에 안겨있는 임서아의 모습에 신세희 입은 그대로 막혀버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을 더 빨리 끝낼 뿐이었으니까.위쪽에서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 차렸으면 이제 눈 떠. 물어볼 거 있으니까!”신세희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녀는 심장을 얼려버릴 듯 차가운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도 섞여 있었다.요즘, 그녀를 대하는 부소경의 태도가 조금 좋아지긴 했다.먼저 그녀에게 천만 원도 빌려주고, 납치범의 손에서 직접 그녀를 구출하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약도 발라주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금방 출소 했을 때의 부소경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의 태도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사실, 그의 태도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똑같이 차갑고 무정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부소경씨, 우리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태도가 부소경을 당황하게 했다.신세희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맞아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당신 어머니한테 접근한 거예요!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남은 삶 부귀영화 한번 누려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날 성에 안 차 할 것 같아서 먼저 임신부터 했어요! 때가 되면 공개해버리는 거죠. 그럼 내
더 보기
제45화
”죽었어요.” 신세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녀의 대답에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이내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먼저 씨부터 받고 그 후에 사람을 죽인 건가? 너 진짜 내 상상을 초월하는구나.”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그 어떤 말을 해도 비겁해 보이기만 할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날 계속 옆에 두기로 한 거예요? 당신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지?” 부소경이 그녀에게 되물었다.“내 연극이 다 들통났잖아요. 난 당신이…”부소경의 냉소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이미 계약은 했어. 그러니까 넌 그냥 고분고분 우리 엄마나 제대로 모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네 연극? 한 번 두고 봐야 하지 않겠어? 네 연극이 나보다 더 대단한지 말이야!”“…”남자는 자리를 떠나려 발길을 돌렸고 신세희는 그런 그를 불러 세웠다. “당신… 잠깐만요.”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40만 원만 줘요.” 그녀가 말했다.“당신 애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말을 끝낸 후 남자는 자리를 떠나버렸다.신세희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혼자 침대에 앉아있었다.아무것도 없이 사는 삶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날 파티에서 만난 서준명이 돈을 빌려주겠다며 전화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오후, 신세희의 체온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의사는 또다시 그녀에게 한약 성분의 약을 주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퇴원하고 싶었다.비록 부소경이 대신 병원비를 내긴 했지만, 그녀는 일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 일자리마저 잃어버린다면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짐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더 보기
제46화
“소경이랑 나, 너무 힘든 길을 걸어왔어. 소경이 지키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소경이는 절대 모를 거야. 소경이도 똑같아. 나 지키겠다고 얼마나 고생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는지는 나도 상상할 수가 없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지. 내가 부씨 저택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 알기라도 하면 아마 물불 안 가리고 앞으로 달려들 거야. 난 걔가 나 때문에 모험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하숙민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아들에 대한 심려가 가득했다.신세희는 그녀가 얼마나 고독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숙민은 평생동안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평생 부씨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부소경이 모든 것을 손에 쥔 지금 이 상황에도 하숙민은 겹겹이 쌓인 고민 때문에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하숙민의 운명은 신세희랑 너무나도 닮아있었다.둘 다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부터 해버렸다.하숙민은 고독 속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인생을 마감할 것 같다.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하숙민을 조금 더 불쌍해졌다.“어머니, 내일 뵈러 갈게요. 어머님이 제일 좋아하는 전복죽도 만들어서요. 아침에 저 꼭 기다리셔야 해요.”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신세희는 가방에 넣어 놓은 서명준의 명함을 꺼내 위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쳤다.연결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난 후에야 전화가 받아졌다.예의 바른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누구세요?”“아… 저… 거기 서준명씨 핸드폰 아닌가요?” 신세희가 물었다.“네, 맞습니다. 서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세요. 저는 서대표님 비서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비서가 그녀에게 물었다.“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신세희는 서준명이 자신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명함을 주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물은 것… 도련님의 연극이었을 뿐이었다.게다가 초면에 돈을 빌려달라니…이런 첫인상을 남겼는데, 도망 안 가는 게 이상한 거지.전화를 끊은 후, 신세
더 보기
제47화
임서아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부소경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부소경은 팔 한쪽을 소파에 올려다 놓은 상태로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 불이 반짝이는 담배를 손에 낀 그의 모습은 차갑고 매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예쁘고 정교한 디저트가 놓여있었다.마카롱, 초코칩, 수플레… 전부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디저트였다.하지만 모두 한 입당 만 원이 넘은 가격의 음식이었다.특히 저 황도 푸딩, 황도 푸딩은 임서아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였다.신세희는 이런 정교하고 이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뭐가 뭔지 전부 알고 있었다.예전에 임씨 저택에서 살았을 때 임서아가 먹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임서아는 어릴 때부터 우아한 삶을 살았다. 갖고 싶은 거라면 뭐든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만족시켜주었다. 그리고 지금,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 부소경이 그녀의 옆에 있었다. 부소경은 그녀에게 아낌없이 퍼주었다.신세희는 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녀는 배가 고팠다.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임서아를 너무 오래 쳐다봐서인지, 임서아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현관에 어색하게 서 있는 신세희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임서아의 눈빛에는 허세와 도발이 가득했다.오늘, 임서아네 세 식구는 놀라 쓰러질 뻔했다.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서 부소경을 훔쳐보았다. 부소경이 신세희의 체온을 내려주려 직접 응급실로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세 식구는 차 안에서 내내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막 계획을 모략하고 있던 그때 전화를 치며 병실에서 걸어 나오는 부소경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치료비는 내줄 수 있어. 대신 다른 비용은 혼자 해결하라고 해!”그 말이 임서아 가족의 마음을 안심시켰다.그러니까, 부소경이 신세희를 살린 이유가 다 자기 엄마 때문이라는 거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고.그날 오후,
더 보기
제48화
신세희는 임서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부소경을 쳐다볼 뿐이었다. “방에 짐만 놓고 바로 나올게요. 세, 네시간 뒤에 돌아올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하세요.”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말에서 거리감과 냉정함, 결연함과 처량함을 느꼈다.그 느낌이 부소경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그녀가 이미 자신의 의도를 밝혔음에도, 그녀가 자신을 어머니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배 속에 있는 아이로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소경은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안 그래도 별로였던 남자의 얼굴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신세희는 짐을 방에 두고는 얼마 남지 않는 자신의 돈을 세어보았다. 그녀는 그중에서 천원을 꺼내더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번에 그녀는 부소경과 임서아를 쳐다보지 않았다.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 버렸다.임서아가 투덜대며 그에게 말했다. “세희 쟤 또 남자랑 뒹굴러 갔나 봐요. 쟤 자주 저러거든요...”“꺼져!”놀랐는지 임서아가 펄쩍 뛰었다. “소경 오빠, 방금 뭐라 그랬어요?”불과 반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직접 차를 몰아 그녀에게 디저트를 사줬는데.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고 그랬는데.지금은 나보고 꺼지라고?“집으로 꺼져!”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임서아는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씨 집안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에 그에게 말했다. “소경 오빠, 그… 닭곰탕 잊지 말고 꼭 먹어요. 바로 갈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임서아는 감히 숨을 들이켤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악랄하고 변덕스러울수록 부소경에 대한 임서아의 미련은
더 보기
제49화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어둠에 적응했다. 그녀는 부소경이 혼자 소파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지 않았고 그저 손을 무릎에 기댄 채 눈썹을 찡그리며 깊은 눈동자로 신세희를 쳐다보고 있었다.“당신…”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왜 아직도 안 자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임서아의 행방에 대해서도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물어보지 않았다.부소경의 표정이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리 와!” 부소경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신세희가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그 순간, 신세희는 자신이 부소경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첩처럼 느껴졌다. 또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았다.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를 악물며 부소경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말투는 담담하고 평온했다.부소경은 마음속으로 냉소하며 그녀를 경멸했다.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그는 임서아를 내쫓아버렸다.비록 임서아와 하룻밤을 보냈었지만, 그는 임서아의 몸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임서아가 몇 번이고 그에게 어필했을 때도 오히려 그의 반감만 살 뿐이었다.그날 밤, 임서아가 자신의 몸으로 그를 살려 복수를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아마 벌써 임서아의 갈비뼈를 부숴버렸을 것이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럴 수 없었다.그는 임서아랑 결혼할 수 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다 쓰지 못할 돈을 주며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수 있다. 그는 그녀를 아껴줄 수도 있다.하지만 부소경은 임서아에게 티끌만 한 마음도 없었다.특히 임서아가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 신세희의 면전에서 신세희의 각종 과거를 나불거릴 때. 임서아를 발로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하지만 그는 참아냈다.그는 단지 임서아를 집에서 쫓아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임서아가 집을 나서자마자 부소경은 신세희를 찾으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그는 신세희가 바닥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있다
더 보기
제50화
신세희에게는 주위의 환경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부소경이 그녀를 장난감 취급하고 있었으니까.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기댈 곳도. 그녀는 이미 지쳐버린 상태였다.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또 한 번 침범을 당한다면 그녀는 바로 죽어버릴 것이다.배 속의 애랑 같이 엄마 만나러 가는 일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지.고분고분한 신세희의 모습에 남자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신세희를 내려다보는 부소경의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나 부소경이 침대에 눕히고 싶은 여자 중에 반항하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어! 넌 자격이 없어!”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잘 들어! 나랑 계약한 시간 동안은 아내의 본분을 잘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다른 남자 건드릴 생각하지 마! 마지막 경고야!”말을 끝낸 후,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내가 다른 남자를 건드려?그녀는 임산부다. 돈 한 푼 없는 데다가 매일 밥도 배불리 못 먹는데. 이런 내가 누굴 건드려?그녀는 지금 그와의 계약을 잘 이행할 생각뿐이었다. 두 달 뒤, 돈만 받으면 그녀는 자기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질 수 있게 된다.“난 그냥 살고 싶어. 그냥 내 애랑 같이 살고 싶어. 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신세희는 거실에서 혼자 중얼거렸다.다음날.신세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이 길에서 음식을 산 후 버스를 타고 하씨 아주머니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하씨 아주머니와 잠시 시간을 보낸 후 회사로 출근했다.어제 무단결근을 해버린 바람에 디자인 디렉터에게 보고해야 했다.“디렉터님, 죄송해요. 어제 한 결근 때문에…”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근한 지 한달도 안됐는데 이미 결근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됐어요. 어제 출근한 거로 해줄게요. 어제 공사장에서 일했잖아요.” 디자인 디렉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조의찬이 미리 디렉터에게 언질을 줬다는 사실을.그녀는 바로 디렉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
더 보기
이전
1
...
34567
...
28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