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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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조의찬의 차 안에는 다른 남자도 타고 있었다.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고마워요, 그렇지만 버스 타고 가면 돼요.""내가 뭐 잡아먹나? 이쪽은 내 절친, 서시언이요. 타요!"조의찬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하고 있었다."오늘 온종일 엄청 정신 없었죠? 신입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한다더라고요.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예요. 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신세희는 입술을 깨물며 차에 탔다.서시언이라 불리는 남자는 매너 있고 부드러웠다. 그는 신세희를 존중해 주었다."사모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신세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앞자리에 앉은 이들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한 번도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한 적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도 몰랐고 비위를 맞춰줄 줄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사촌 형네 집에 가는 거예요?"조의찬이 물었다.신세희가 입을 열려는 찰나 벨 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고객님이신가요? 코닥 렌트입니다..."남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는 급히 그의 말을 끊고 횡설수설했다."저... 동 사장님, 죄송해요. 카메라를 좀 더 사용하고 싶은데, 사용기간은..."반쯤 말한 신세희는 수화기를 틀어막은 채 조의찬에게 질문했다."죄송한데요, 우리 회사 급여일이 언제죠?""매달 15일이요. 다음 달 급여일까지 17일 남았네요."계산을 마친 조의찬이 알려주었다."어, 동 사장님, 제가 카메라를 17일 동안 더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임대료는 일별로 계속 계산해주시고요, 임대료를 더 올리셔도 돼요. 아무튼 17일 뒤에 카메라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동 사장님."신세희는 행여나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라도 했는지 동 사장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왜요, 빌린 카메라를 잃어버리기라도 했어요?"조의찬이 물었다."네."옆에 있던 서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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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신세희는 돈이 아주 궁한 상태였다.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조의찬이 껄렁거리며 말했다."이거 60만 원도 안 돼요. 왜요? 내가 60만 원에 신세희 씨의 하룻밤을 사기라도 할까 봐요? 제발 걱정하지 마요. 당신 내 스타일 아니거든요? 난 그냥 우리 촌녀가 하도 궁상맞아서 자선사업 하는 거라고요. 정 마음에 걸리면 월급 받아서 제때 할부로 갚든가요."신세희는 돈뭉치를 움켜쥐며 붉게 물든 얼굴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그리고 하나 더! 나도 굉장히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내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을 때 우물쭈물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백미러로 얼굴이 빨개진 신세희를 바라보던 조의찬이 삐딱하게 말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린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사실 그녀는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출소한 이후 그녀는 온갖 시련을 다 겪고 있었다. 임씨 집안에서는 그녀를 음해했고, 부소경은 그녀를 핍박했으며, 명함을 건네며 도와주겠다고 했던 서준명도 결국엔 그저 얼버무리고 말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조의찬은 달랐다. 그는 매우 껄렁하고 말을 함부로 했다. 심지어 매번 그녀와 대화하며 별명을 붙였다. 자기를 촌녀라 부를 땐 가끔 치욕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직장을 지켜준 것도 조의찬이었다.부 씨 저택의 산 중턱에서 시가지까지 차로 실어다 준 것도 조의찬이다. 지금은 또 몇십 만 원을 내놓으며 카메라를 배상하라고까지 했다.문득 말을 못되게 하는 조의찬이 실은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뒤늦게 조의찬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조의찬은 부소경의 저택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사실 하숙민이 머무는 병원으로 가려던 계획이었다."저기... 의찬 씨."갑자기 목소리를 높인 신세희가 조의찬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사실은... 병원에 가야 해요.""외숙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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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의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뒤에 서 있던 엄선우가 말했다."도련님, 저건... 의찬 도련님의 차 같습니다. 사모님을 뵈러 온 걸까요?"엄선우는 방금 주차하느라 조의찬의 차에서 내린 신세희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인 것도 몰랐다.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의찬은 내 어머니를 외숙모로 여기지 않아. 그렇게 부르는 건 내가 두려워서겠지."말을 마친 그는 혼자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최근 하숙민의 상태는 1개월 시한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주 좋았다. 그는 이 모든 게 매일 하숙민을 보살펴주는 신세희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기쁘니, 안색도 좋아지는 것이다.신세희가 제법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기 앞에서는 차갑고 도도한 척, 마치 평생 그에게 볼일이 없을 것처럼 굴더니 어머니 앞에선 그렇게 이해심이 넓고 친절할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어머니를 감동하게 했고 그녀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게 했다.조의찬 앞에서는 또 어떤가. 순종하는 척 고분고분한 얼굴로 비위를 맞춰주고 있지 않았던가.조의찬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세희와 그런 그녀를 차 안에서 한쪽 팔을 괸 채 거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조의찬을 떠올리자 부소경은 짜증이 확 치밀었다. 눈빛도 덩달아 싸늘해졌다.그렇게 서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어머니 병실로 간 부소경은 그녀가 신세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세희야, 두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네가 보살펴준 한 달 동안 나는 너무 기뻤단다. 그러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더구나. 자꾸 손주를 안아보고 싶은 욕심이 나."하숙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신세희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신세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확실히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있었지만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그녀조차도 몰랐다."세희야, 말해보렴. 최근 생리는 언제쯤 왔니? 혹시 요즘 막 속이 메슥거리거나 하진 않고? 너희가 결혼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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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알아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딱히 부소경에게 빚진 것도 없었으니까. 비록 그가 천만 원을 빌려주긴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받는 돈으로 갚으면 그만이었다.비록 납치된 자기를 구해준 적도 있었지만 그건 모두 그의 어머니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 빚진 게 없는 이상 그에게 고분고분 순종할 필요도 없었다. 신세희는 그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하숙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주고 싶었다.밖에서는 비록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병실에서는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병실 문 앞에서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았다. 신세희도 그에게 한껏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하숙민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소경아, 너희들도 얼른 아이를 가져야지 않겠니?"하숙민이 부소경에게 말했다.부소경이 입을 열기 전에 신세희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하숙민에게 말을 건넸다."어머니, 말씀 안 하셔도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저도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요. 지금 매일 아침 체온도 측정하고 배란기도 계산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그렇지만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시피 이건 하늘이 점지해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예쁜 말만 골라 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에 하숙민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했다."소경 씨, 우리 아기가 어머니를 닮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하도 미인이셔서 너무 기대돼요."신세희는 부소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천진하게 말했다. 순간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러자 하숙민이 웃으며 말했다."세희야,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원래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었단다. 모든 걸 마음에만 담아두고 내색 한번 하지 않았지. 네가 그렇게 물어도 아무 소용 없어."그제야 부소경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세희야, 소경아, 오늘 기분이 너무 좋구나.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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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임서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수줍음과 두려움이 섞인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오빠, 전 이미 오빠에게 몸을 내줬어요. 제 인생에서 유일한 남자는 오빠밖에 없어요. 제가 싫다고 해도 괜찮아요. 다른 뜻도 없고요. 전 그저 오빠를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부소경은 가까스로 구역질을 참았다.임서아는 현재 그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애원하고 있는 이가 본인을 희생해 자신을 구해준 임서하만 아니었더라면 발로 걷어차 버렸을 것이다."소경 오빠..."임서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결혼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내가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겠어! 넌 앞으로 F그룹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되는 거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지금은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느라 네 감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한 번만 더 성가시게 굴면 정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창백하게 질린 임서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 알겠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꺼져!"부소경은 임서아를 확 뿌리치며 말했다.도망치듯 나온 임서아는 집으로 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저택에서는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서아가 들어오자 허영이 잔뜩 기대하며 물었다."서아야, 어떻게 됐어? 이번에는 성공..."형편없는 임서아의 몰골을 본 허영은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임지강도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또... 또 쫓아낸 게야?""엄마, 아빠! 흑흑... 나 어떡해? 이러다가 우리 집안 다 망하는 거 아니야? 소경 오빠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모든 신경을 신세희한테 쏟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신세희는 오빠 아이도 가졌잖아, 만약 오빠가 이걸 알게 되면 우리 가족은 오빠 손에 죽을지도 몰라. 엄마, 아빠... 나 너무 무서워."임서아는 허영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임씨 집안으로써도 속수무책이었다.신세희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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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한편 신세희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런 소용돌이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히 임씨 집안에서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조의찬이 그녀에게 친절한 것도 가진 자의 베풂이라는 걸, 부소경이 자기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이곳에 머물게 하는 것도 어머니를 위해서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 바닥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여운 여자일 뿐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부소경과 함께 살면서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마찬가지였다.밤 11시, 부소경과 임서아가 거실에 없을 거라 생각한 신세희는 몸을 씻을 뜨거운 물을 받으러 방에서 나왔다. 그러나 부소경이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부소경 앞으로 다가간 신세희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소경 씨, 굳이 나 때문에 임서아를 이곳에 머물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난 될수록 나오지 않을 거고 당신들을 방해하지 않을 게요."부소경은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이미 대야를 들고 돌아서고 있었다.이날 밤, 신세희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임씨 집안의 인성으로 봐서는 임서아가 이곳에 머물지 못하는 걸 모두 그녀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컸다.다음 날, 잠을 설친 신세희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회사에 출근했다. 어제와 같이 부서 내 다른 이들의 심부름을 하느라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점심쯤, 디자인 디렉터가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그때 제출했던 설계도 말인데요, 정말 신세희 씨가 직접 그린 거예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디렉터는 한쪽에 쌓인 자료들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이건 위에서 내려온 새로운 시안이에요. 살펴보고 초안을 제출하세요. 이건 내가 처음으로 신세희 씨한테 단독으로 맡기는 업무예요. 그렇지만 신세희 씨는 신입이고 학력도 낮으니까... 만약 이렇게 빨리 단독 업무를 맡게 된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불만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이 말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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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신세희는 민정연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준명은 알고 있었다."비켜주시겠어요?"신세희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서준명과 민정연이 길을 막고 있어 그녀는 옆으로 돌아갔다. 카운터에 도착한 그녀가 말했다."실례합니다, 동 사장님께서 제게 두세 차례 전화를 거셨거든요. 오늘,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습니다."직원은 바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신세희입니다. 나흘 전에 3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빌렸어요. 오늘은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고요."신세희가 다시 한번 말했다."신세희 고객님!"카운터 직원의 낯빛이 밝아졌다."잠시만요, 안 그래도 사장님이 고객님을 찾고 계셨거든요."신세희는 입을 다물었다. 약속 기한보다 사흘이나 늦었으니 사장이 위약금을 물라고 할지도 몰랐다.그러나 괜찮았다. 수중에 60만 원이나 있으니 아마 돈은 넉넉할 터였다.그 돈을 떠올린 신세희는 다시 한번 속으로 조의찬에게 감사했다. 조의찬은 그저 한 뭉치를 대충 건네준 것이었는데 세어보니 60만 원이 조금 넘었다.그녀는 조용히 홀에 앉아 동 사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앞쪽에서는 서준명과 민정연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신세희는 서준명을 모른 척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부 씨 저택에서 처음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한시가 급했던 그녀가 그를 붙잡고 돈을 빌린 게 전부였다. 이러니 상대방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서로 모른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그러나 서준명은 생각이 달랐는지, 먼저 신세희 곁에 다가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신세희 씨, 혹시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신세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서준명 씨,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부 씨 저택 연회에서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사과드립니다."서준명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카운터 안쪽에서 30대 남자가 나왔다. 신세희를 발견한 그가 다가오며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아이고, 신세희 고객님, 드디어 오셨네요!"재빨리 몸을 돌린 신세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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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카메라를 잃어버린 게 아니니 조의찬의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그럼 저는... 배상할 필요 없는 거죠?"신세희가 반색하며 물었다."임대 비용도 내실 필요 없습니다."동 사장이 말했다."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봐도 될까요?"신세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했다."그럼요, 고객님."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렌트 회사를 나섰다."신세희 씨, 잠시만요."뒤에서 따라오던 서준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서준명은 오늘에야 비로소 부씨 가문의 연회에서 신세희가 왜 그에게 40만 원을 빌리려고 했는지 알게 된 셈이었다.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 배상하려던 것이었다. 40만 원은 서준명에게 한 끼 식사 비용 정도밖에 안 되었다."무슨 일이시죠, 서준명 씨?"신세희가 물었다."혹시 돈 더 필요하세요?"서준명은 뭐라고 말을 꺼낼지 몰랐다."다 보고 계시지 않았나요? 난... 더는 필요하지 않아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신세희 씨가 돈을 빌리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저께 전화하셨을 때 제가...""괜찮습니다, 준명 씨. 저희는 원래 몰랐던 사이이기도 하고, 제가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서준명 씨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다짜고짜 돈 빌려달라고 하면 깜짝 놀랄 거예요. 괜찮아요. 사실 전화를 걸고도 후회했어요. 서준명 씨를 곤란하게 한 것 같았거든요. 연회에서 만나 그저 예의를 갖췄을 뿐인데 제가 너무 눈치가 없었어요. 앞으로...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준명 씨."말을 마친 신세희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닮았어, 정말 닮았군."서준명이 혼자 중얼거렸다."오빠, 뭐가?"곁에 다가온 민정연이 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넌 먼저 돌아가."서준명은 민정연을 내버려 둔 채 차를 몰고 신세희가 탄 버스를 쫓아갔다.신세희는 사립 병원 문 앞에서 내렸다. 사실 바로 회사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60만 원이라는 빚이 사라지자 기분이 좋아 점심시간에 하숙민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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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부소경의 눈에는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준명 도련님은..."엄선우는 의아했다."준명 도련님 집안은 가풍이 엄격하지 않습니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도련님들이 밖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걸 허락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준명 도련님도 굉장히 자기관리가 뛰어난 분이신데 왜..."부소경을 흘끔 쳐다본 엄선우는 입을 다물었다.사실 그는 신세희는 참 대단한 여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넷째 도련님과 얽혔을 뿐만 아니라, 의찬 도련님과도 어울렸고 이제는 또 바르기로 소문난 명문가 도련님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신세희는 보통이 아니듯 싶었다.그러나 엄선우는 차마 이런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곧 누구 하나 잡을 것 같은 부소경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한편, 신세희와 서준명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쳐다보는 부소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신세희는 담담하고 냉정한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서준명 씨, 당장 떠나주세요."서준명이 다시 한번 그녀의 팔을 잡았다."세희 씨, 제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심으로 세희 씨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절대 교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세희 씨를 더 알고 싶어서 그래요. 그래서 우리 집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신세희가 반문했다."초대한다고요?""네, 초대요."서준명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부씨 집안 연회에서 망신당하고, 수중에 40만 원도 없어서 쩔쩔매는 가난한 여자를 당신네 대저택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한다고요? 왜요? 이유를 알고 싶네요."서명준이 대답했다."사과하고 싶어서요.""죄송하지만, 필요 없어요. 서준명 씨도 앞으로는 저를 성가시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거절하며 한 마디 더 보탰다."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쫓아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신세희는 포장한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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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매일 점심마다 그의 아들 부소경은 온갖 산해진미를 해다 바쳤다.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다 갖췄지만, 하숙민은 그런 음식들에 질린 참이었다. 그녀는 신세희가 가져온 음식처럼 늘 평범한 가정식을 먹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먹게 된 셈이었다."역시 우리 며느리밖에 없다니까."하숙민이 진심으로 말했다."어머니, 마음에 드시면 매일 사드릴게요. 돈을 벌었으니 두 사람이 점심을 먹기에는 충분해요!"신세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30만 원이라니, 정말 길에서 돈을 주운 것만 같았다."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사실 난 소경이가 주는 비싼 밥들이 싫어. 우리 세희가 가져다주는 음식은 어쩜 이리 맛있는지! 소경이 더러 갖고 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앞으로는 세희가 가져다주려무나!"하숙민은 신세희 앞에서 아들의 흉을 보았다."좋아요!"신세희는 하숙민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두 여인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도 부소경이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자 그가 낮게 헛기침했다. 그제야 신세희가 그를 돌아보았다."소경 씨, 왔어요?"신세희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부소경은 침묵했다. 순수함 속에 장난기가 적당히 어우러진 맑은 미소는 전혀 어머니 앞에서 하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오늘은 웬일로 시간이 여유로웠나 봐? 어머니를 찾아뵐 생각도 다 하고."부소경이 부드럽게 물었다."세희가 말하길, 오늘 3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다는구나. 혹시 소경이 네가 준 용돈이니? 얘, 30만 원 갖고는 어림도 없어. 적어도 한 달에 300만 원은 돼야지."하숙민이 아들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녀는 무심한 아들이 며느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겼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소경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30만 원이라고? 어디서 난 거지? 서준명과 사이좋게 밀고 당기다가 얻어 가진 건가?'두 사람은 하숙민과 20분 정도 함께했다. 그야말로 사랑 가득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신세희는 가끔 부소경의 어깨에 기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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