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156 챕터
제101화 지도하기 힘든 학생
성연은 아연의 묘한 눈빛을 미처 보지 못했다.오늘은 모처럼 학생의 본분을 제대로 다할 생각이다. 매번 잔다고 욕먹는 일 없게.그래서 진지한 표정으로 문제들을 읽어 나가며 시험에 임했다.교실 안은 온통 사각사각 연필 소리와 페이지 넘기는 소리로 가득하다.한 번에 거의 열 줄씩 동시에 읽어 나간다.먼저 문제를 한 차례 확인 성연이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답안 작성 속도가 무척 빨라 30분만에 완성했다. 일부 문제는 뺀 채로.점수에 맞춰 답안을 작성한 것이다. 합격선을 넘으면 더 이상 쓰지 않는 식으로.사실 성연에게는 너무 간단한 문제들이다.한 번 스윽 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굳이 고민하며 쓸 필요도 없었다.시험이 시작되고 30분가량 지난 후, 일어나 답안지를 제출한 성연은 서한기를 찾아가 보건실에서 한숨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답안지를 막 교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시험감독 선생님이 불러 세웠다.“학생, 답을 다 안 썼네.”성연이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다 썼는 걸요. 충분히.”그리고 선생님이 다시 입 열기 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아직 시험을 보고 있던 학우들이 잇달아 성연이 나간 방향을 쳐다보았다.시험감독 선생님이 얼굴을 찡그렸다. ‘30분 만에 답안지를 제출해? 좋은 점수가 나오기는 글렀다, 쯧.’몇몇 학생들이 문제는 풀지 않고 목을 길게 뺀 채 밖을 쳐다보자, 교탁을 탕탕, 두드렸다.“저기, 뭘 봐? 뭐 보기 좋은 게 있다고? 더 이상 시험치기 싫어? 치기 싫으면 나가!”그제야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그들은 송성연처럼 대단할 수 없었다. 성적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니까.벌써 시험을 끝낸 성연에 비해, 서한기는 이제 막 출근한 참이다.아침 식사로 만두 한 팩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때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인영을 본 서한기의 눈이 동그래졌다.“보스, 지금 시험 시간이 아닙니까? 어째서 벌써 나왔습니까?”“시험 다 쳤어.”혼자 침대에 누워 이불을 둘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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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비열해
시험이 끝난 날. 저녁 식사 중간에 무진이 성연의 시험 점수와 소감 등을 물어왔다.머리 속에서 그림이 다 완성된 듯한 대답이 성연으로부터 나왔다.“수학은 만점일 거예요. 영어는 마지막 작문을 안 해서 만점이 안 될 거고, 국어도…….”성연은 답을 푼 문제와 풀지 않은 문제들을 일일이 계산하며 대략적인 예상 점수를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손건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우리 사모님 정말 자신만만하네요.’성연이 엠파이어 하우스에 온 뒤, 그 놈의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본 적도 없다.온종일 거실에 웅크린 채 게임만 하는데 저런 점수가 나온다고?결국 완곡하게 돌려서 한마디 하는 손건호였다.“사모님 그래도 너무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지만, 너무 믿으면 실망만 큰 법입니다.”그때 가서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도끼눈으로 손건호를 한 차례 쏘아준 성연이 턱을 치켜든 채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성적은 틀림없어요.”성적이 나왔다. 과연 성연의 예상 점수가 그대로 적중했다.성연이 말한 것과 똑같았다.그런데 성연의 성적에 대한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월례고사 직전에 이윤하 선생의 시험지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송성연의 매 과목 시험은 답을 쓰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전부 정답이었다.전과목 만점이나 마찬가지였다.‘송성연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적중률을 보일 수가 있지?’정말 상상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것도 하필이면 시험지가 분실된 딱 그 시점에 말이다.이윤하 또한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이미 예전에 송성연의 성적이 가짜라고 생각했었다.‘어떻게 만점자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더군다나 송성연 같이 시골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애가.’‘그건 더 불가능한 일일 터.’이번 월례고사를 앞두고 틀림없이 당황한 송성연이 고득점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지를 훔치는 방법을 선택했으리라 짐작하는 이윤하였다.송성연은 성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한 허영심을 가진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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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시험지 도둑
꽤 많은 아이들이 아연의 말에 동조했다.송성연은 평소 잠자느라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다. 진짜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무슨 재주로 문제를 다 맞힌다는 말인가?성연의 성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워낙 아이들에게 신용이 없다 보니 날조된 성적이라고 의심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갔다.[걔가 그럴 필요가 뭐가 있는데? 성적을 위해서 시험지까지 훔칠 일이냐고?][집에 돈도 무진장 많다더라.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공부만 길인 것도 아닌데, 너무 어리석었어.][아직도 그 속셈을 모르겠니? 입학시험 만점으로 ‘공신’ 컨셉을 유지하려는 게 분명해. 이번 시험 망쳤어 봐, 성적이 가짜라는 게 뽀록나지 않겠어?]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성연의 귀로 쏟아져 들어왔다.성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성연을 냉랭하게 응시하던 이윤하가 입을 열었다.“송성연, 할 말 없니?”눈을 들어 이윤하를 보는 성연의 눈빛이 온통 비웃는 듯하다.“내가 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못하는 건 아니죠. 내가 문제를 훔쳤다면, 그 증거를 보이세요. 아니면 조용히 해주시고요.”정말 귀찮은 일이다. 또 자신의 ‘착한 여동생’ 송아연이 벌인 일이 분명하다.사사건건 송아연이다.무슨 일만 생기면 제일 앞에 서서 자신을 떠밀어 버린다.자신과 송아연 사이에 무슨 불구대천 원한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알 수 없다.‘자신이 눈에 거슬리면 안 보면 되지, 어차피 지금 송씨 집에서 지내지도 않는데.’도대체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남이 날 건드리지 않는 한 자신도 남을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자신을 건드리면 필히 백 배, 천 배 되돌려주었지만.이번에 또 다시 자신에게 오물을 뿌렸으니, 송아연 역시 말짱하게 빠져나갈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다.그동안 준 교훈이 부족했나? 그래서 스스로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이윤하는 입이 쩍 벌어졌지만, 결국 아무 말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이미 두 번이나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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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갈데까지 가서야 후회할래
잠시 뒤, 교무 주임의 사무실에 초대(?)받아 간 성연의 앞에 찻잔이 놓였다.이윤하 또한 성연과 함께였다.네모나게 각진 얼굴의 교무 주임은 오랜 기간 굳은 얼굴을 해서인지 아주 무서운 인상이다.매서운 눈빛으로 성연을 훑은 다음, 들고 있던 찻잔을 탁, 하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송성연 학생, 시험지 훔쳤어요, 안 훔쳤어요?”하지만 죄 지은 게 없는 성연은 겁먹은 빛 하나 없이 당당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아니오.”이윤하가 분노를 터트리며 테이블을 쳤다.“내가 보기엔 바로 너야. 감시카메라에서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이 뒷모습은 딱 너 닮았잖아.”이미 송성연에게 두 번이나 큰 코 다쳤던 그녀다. 이번에 또 실수할 리는 없다고 자신했다.시험지를 훔친 사람은 송성연이라고 단정지었다.송성연은 평소 실력도 없으면서 혀만 날카롭다. 선생님을 존중할 줄은 눈곱만큼도 모른다. 선생에게 대들지를 않나,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애가 무슨 재주로 성적이 좋겠는가?절대 불가능하다.시험지를 훔친 게 아니라면, 자기 점수를 이처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는 노릇.‘점수도 정말 너무 인위적이야!’송성연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점수는 모두 정상적이었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게.그러니 송성연 쟤 말고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성연은 이윤하의 말이 너무 근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뒷모습 하나로 법죄를 규정 짓는 건가요? 그 시간에 제가 학교에 있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자신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 애쓰는 모습이 가히 필사적이었다.저런 뻔한 거짓말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입에서 잘도 나왔다.“말도 안되는 변명이야! 네가 얼마나 청산유수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성연을 향해 소리 치던 이윤하가 교무주임 쪽으로 몸을 돌리며 호소했다.“이 학생은 우리 학교에 온 후 걸핏하면 분란을 일으켜 왔어요. 정말 학교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학생입니다. 이번에는 부정행위를 했어요. 이런 악질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은 우리 북성남고에 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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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죽을려고 환장했군
성연의 태도가 일순간에 싸늘해지며 눈동자엔 냉기가 흘렀다.“만약 정말 이런 식으로 저를 단죄하려 한다면, 선생님이 고의로 시험지를 숨기고 제게 누명을 씌운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증거도 없는 일을 가지고 함부로 큰 소리치신 것에 대해 해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윤하의 생각에는, 그야말로 성연이 억지를 부리며 뉘우치지 않는 격이었다.“보안요원이 도둑이 교무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는 걸 목격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숨겼다는 거니? 빠져나갈 생각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선생님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당직 보안요원이 본 게 저라고 하던가요? 북성남고에서 저와 뒷모습이 닮은 사람을 찾으면 수십 명도 더 되겠네요? 선생님이 직접 보신 게 아니면서, 뭘 근거로 저라고 단언하세요?”성연 역시 맞받아 비아냥거렸다.‘정말 억울해. 어떻게 매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씌우는 거지?’송아연은 정말 하루도 일을 벌이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성연의 말에 바로 말문이 막힌 이윤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 번씩 이윤하는 의심스러웠다, 송성연이 진짜 시골 출신이 맞는지.교장 선생님도 두려워하는 신분을 차치하고서도, 조목조목 명쾌한 반박 또한 빈틈이 없었다.‘이게 어디 시골 순진한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모습이야?’예전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도 시골 출신이 있었다. 보통 유약한 모습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나 행동이 항상 어딘가 좀 위축되어 있었다.송성연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눈만 돌려 성연 쪽을 계속 힐끔거렸다.조금이라도 단서가 될만한 모습을 찾아내려 주의를 집중했다.교무주임은 성연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 증거 없이 결론을 내리면 모두에게 해명하기도 어려울 게 아닌가?“송성연 학생, 이렇게 된 거 우선 교실로 돌아가세요. 조사를 끝낸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교무주임이 손을 휘휘 저었다.“주임 선생님…….”이윤하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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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일확천금
이터너티는 유럽 최강의 용병 단체로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국내에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주 적었다.그 명성은 무척 대단해서, 세계 용병 랭킹 앞자리는 모두 이터너티 쪽 인사였다.이로서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들어본 적은 있지만, 성연은 지금까지 그들과 교류하지는 않았었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통상 이런 식으로 이목을 끌며 국내에 나타날 리가 없을 텐데,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뭘 하려는 지 모르겠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고개를 돌려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야? 우리 쪽에서 이터너티를 건드린 적 있어?” 이것 말고는 이터너티를 국내로 불러들일만한 무슨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큰 움직임이라면 아수라문만이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분명 알아챘을 것이다.조용히 있던 서한기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보스, 여기는 대화할 만한 장소가 아닙니다. 보건실로 가죠.”물론 학교에서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벽에도 귀가 있는 법.기밀이 도청될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후 서한기를 따라 보건실로 갔다.서한기가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려 하자, 참다못한 성연이 그의 바보 같은 동작을 제지했다.“커튼까지 쳐서 어쩌려고? 우리가 여기서 낯부끄러운 짓을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잖아? 그냥 문만 닫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적절치 않음을 깨달은 서한기가 멋쩍게 손을 내렸다. 이어 성연을 눈치를 보며 물을 따라 주었다.“보스, 진정하세요. 제가 너무 멍청했어요.”물을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서한기를 흘겨보며 조소했다.“그래도 제가 멍청한 줄은 알아서 다행이네.”“보스가 잘 가르친 덕 아니겠어요?”서한기가 헤헤거리며 뒤통수를 쓸었다.“됐어, 잔말 말고 빨리 말해 봐.”성연이 물컵을 내려놓았다.좀 전의 익살스럽던 표정을 싹 거둔 서한기가 입을 열었다.“원래 이터너티 쪽에서 우리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우리 쪽에서 거절하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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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백수도 야근해?
시험지 도난 사건이 일어난 후, 기분이 눈에 띌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성연은 주구장창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당연히 서한기는 이터너티가 아닌 다른 일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최근 학교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는 그 일 밖에 없다.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자신들의 보스에게 시험 만점을 받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한데.그럴 가치도 없는 쓸데없는 행동을 뭐 하러? 설령 진짜 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들킨다고?“보스, 저 사람들과 같이 실랑이하지 마세요. 같이 게임이나 하러 갈까요?”시간을 보니 저녁 임무까지 꽤 시간이 남았다. 아니 충분했다.“어디로?” 확실히 성연은 기분이 나빴다. 입술을 오므린 채 온몸으로 울분을 드러내고 있었다.“학교 옆에 오락실이 있어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말하는 서한기의 음성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서한기의 뒤를 따랐다.오락 타운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모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게임 간판들이 보였다.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자신의 보스를 잘 아는 서한기는 핑크 일색의 게임장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마침내 검은 색의 게임장 앞에 멈춘 서한기가 설명했다.“보스, 이건 서바이벌 전투 게임이에요. 안에서 실제 사람들과 싸우는 거에요. 분명 보스 취향에 딱 맞을 겁니다.”모처럼 맘에 드는 짓을 한 서한기를 본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운 채 미소를 보였다.“괜찮네.”“물론이죠.”서한기가 아주 오만한 모습으로 턱을 들어올렸다.게임장의 주인은 젊은 남자였다. 표를 사서 들어오는 성연을 보고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는 피 터지는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막 입을 열려는 순간, 서한기가 뒤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눈치 빠른 주인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아마도 어린 커플의 취향인가, 생각하면서.아무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게임장에 들어온 성연은 서한기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보호구를 착용했다.게임이 시작되자 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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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당신들에게 팔지 않겠다
그날 저녁, 수하를 보내 구매자와 교섭하게 한 서한기는 우선 뒤에서 지켜만 보았다.구매자는 경호원 두 명만 대동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수에 비하면 좀 적은 인원이다.바로 오래 거래해온 구매자가 자신들에게 보이는 신뢰였다.이터너티에서 사람이 올 거라는 정보를 사전 입수했던 서한기는 이미 북성에서 많은 인원을 차출해서 대비 중이었다.협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단체로 입은 듯한 검은색 양복에 동작이 일사불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전문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그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구매자와 아수라문 중간에 끼어들며 협상을 가로막았다.‘이터너티?’몸을 바로 세운 서한기가 빨리 앞으로 나서며 리더를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이어서 엄호하듯 구매자 앞에 섰다.자신들 아수라문과 협력하는 이상 구매자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거래를 하는 동안 줄곧 성실하게 신의와 의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업계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아수라문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구매자를 후방에 두고서야 앞으로 걸어 나온 서한기가 블랙 슈트의 사람과 직접 상대했다.“이봐, 무슨 의도야? 물건을 강탈하려고?”“오해하지 마십시오. 물건을 강탈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번에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마주 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전의 칼부림은 못 봤는지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 “어…… 그러고 보니 이터너티 쪽이었구만? 협상이 안되니 강탈하려는 게 아니라고? 과연 당신들 이터너티의 풍격에 어울리는군?”조롱 가득한 말이 서한기의 입에서 나왔다.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라는 명령을 받은 맞은편의 리더는 즉시 설명했다.“우리는 충분한 성의를 표할 생각입니다. 진심으로 당신들의 물건을 원하니까 말입니다. 아수라문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최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또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파는 게 어떻습니까?”상대도 확실히 아수라문과 척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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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왕이 여왕을 보지 못한 상황
서한기의 말을 들은 이터너티 쪽 협상자는 생각을 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성연은 계속 차 안에 앉아서 이쪽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그 남자의 미세한 동작을 본 성연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어쩐지 오늘 이 자리에 이터너티의 보스가 나와 있을 줄이야.성연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저쪽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쪽도 자연히 나설 수 없다. 협력이 성사되든 아니든 아직 성연의 결정에 달려 있다.차에서 무료하게 앉아 있던 성연은 광택이 도는 둥근 수정구 두 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조금도 조급할 필요 없다. 서한기가 모든 걸 잘 처리할 테니.아니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쓸데없는 짓이었던 거지.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쌍방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더니 보이지 않게 어떤 강한 기세가 쏟아졌다.돌연 수하 하나가 다가와 서한기의 귀에 속삭였다.서한기의 안색이 싹 변했다.“한기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한기가 침울한 얼굴로 이터너티 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뭘 어떻게 해? 저쪽에서 움직였는데, 우리가 안 움직일 수 있어? 후방 애들한테 알려. 저들 후방을 해결해.”“예.”지시를 받은 수하가 바로 자리를 떴다.서한기는 이를 갈았다. 이터너티 쪽을 바라보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방금 수하가 와서 보고하길, 이터너티 쪽이 후방에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애들을 정리했다고 한다.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이터너티의 실력이 쓸 만하다는 말이다.적어도 자신들 아수라문보다 못하지 않았다.그래서 속으로 더 많은 방비를 했다.우리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터너티 쪽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수라문도 똑같이 할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이터너티 쪽의 잠복 인원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 인원으로 교체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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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협상 결렬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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