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999 챕터
제881화
돈이 사치스럽게 침대에 널려 있었다.불이 언제부터인지 꺼져있었고 따뜻한 색의 조명 하나만이 방안에 겹쳐진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다. 창밖으로 유유한 바람이 스치며 흰색 커튼을 불어올려 이 장면을 가렸다.강유리의 의식이 점차 혼미해질 때 감탄하며 생각했다. 남자는 역시 자신이 부자로 되는 걸림돌이네...이튿날 새벽 강유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고 방도 정리되어 있었다.침대 머리맡에는 봉투와 현금, 지폐 계수기가 단정하게 놓여 있어 주인의 꼼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옆에는 숫자가 적힌 포스트잇도 놓여 있었다.강유리는 이제 결과를 직접 보니 오히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봤다.많은 메시지가 있었다.사촌이 있고, 아버지, 할아버지, 스승님과 도 씨 어르신도 있었다.그들의 설명은 모두 같았다. 이야기가 길다고 하며, 어쩔 수 없이 말하지 못했고 했다.결국 그들은 모두 한패로 함께 강유리를 속인 것이였다.분노가 금방 가라앉은 강유리는 다시 화가 났다.단체 채팅방에 들어가니 역시나 메시지가 엄청 많이 쌓여 있었다. 한 줄씩 읽어보니 강유리는 그녀들이 앞에서 공작 어른에 관해 몇 마디만 물어보고는뒤에 모두 눈치채고 다시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일을 토론했다.[그럼, 그 여자는 대체 뭔 상황이야? 이 일을 그냥 이대로 뿌리칠 수 있어?】[책임을 돌리는 것도 아닌데. 그 알레르기는 나도 조금 책임이 있어.][그래도 우리 유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급해서 막 물어뜯었지?][일부 사람들은 영원히 좋은 사람을 볼 수 없다니깐! 성신영까지 동정받을 수 있다니. 정말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대체 뭔 상황이래.][내일 아침 나는 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해.][너 진짜 이들을 암살하려 하니?][오타야, 이 악플들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어!][플랫폼에 돈을 줘서 그들보고 즉시 내리라고 했어.][...]돈을 보낸 사람은 조보희였다.돈을 보내니 여러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조보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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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강유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동영상을 보고 모두 화가 났다.“이걸 뭐라고 하죠? 이것을 구인득인이라고 합니다!”“그녀가 먼저 사람을 괴롭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척을 하다니?”“이런 사람은 처음 보네.”“육경원 부인의 신분으로 남을 협박하고 가문의 명성을 내걸고 웨딩 브랜드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게 언니를 위하는 거야?”강유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하지만 여전히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어. 강유리의 악독한 행동은 성신영과 뭔 차이가 있어?”“그러니까! 호텔도 못 잡게 만드는 것도 지독한데,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우다니.”“돈 있고 권세가 있으면 나쁜 일을 해도 편을 드는 사람이 있어.”“결혼식 예쁘게 하고 싶지 않은 신부가 어디 있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데 또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면 누가 기분이 좋겠어?”악플러들이 무례하게 반박했다.어쨌든 그들은 강유리를 싫어했다.이때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엘리스가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잘못과 옳음을 판단하지 않고 사실만 밝힙니다. 우리는 뇌물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리 초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수 여사의 개인적인 가치관이 우리와 맞지 않아서 협력할 수 없었습니다]이 대목 뒤에는 그날 미용실에서의 대화가 담긴 음성 녹음이 첨부되어 있었다.“너희들 눈 안 달렸어? 날 아프게 했잖아!”“앗!”“고 아가씨, 왜 사람을 때려요?”“왜냐고? 너희 같은 천한 놈들이 돈을 받으면 사람을 잘 모셔야지, 나를 다치게 하면 네가 배상할 수 있겠어?”“...”“뭘 봐?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할 거면 꺼져. 오늘 메이크업은 스타일링들이 다투어 받거든!”“...”연예계 사람들은 엘리스가 스타일링을 할 때 동영상을 찍는 습관이 있다고 알고 있다.그날 성신영은 미리 스타일링을 유출하면 안 된다며 촬영을 거절했다.그러나 그들은 동영상을 찍지 않고 오디오를 녹음해 증거를 남겼다. 미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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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욕설도 가득했다.단지 그녀를 욕하는 것이 아닐 뿐...대화창을 열어 답장을 했다.[결과에 만족함.] 답장이 가장 빠른 사람은 소안영이였다. [이제서야 본 거야? 육시준, 능력 있나 본데. 신혼 첫날밤은 뜨겁게 보냈나 봐!] 신주리가 맞장구를 쳤다.[그런가 본데.] 도희가 말했다. [찌라시에 의하면 공작의 차가 어젯밤 내내 JL빌딩에 멈춰있었다는데.] 조보희가 말했다. [신혼집 주소가 바뀐 줄도 모르는 거야? 친아버지 맞아?] 이 말이 나오자, 채팅방은 침묵했다.어제 결혼식의 에피소드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사실이든 아니든 강유리가 먼저 자리를 뜬 것은 사실이다. 그녀들은 어젯밤 내내 이 일에 관해 얘기했다. 강유리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들은 화제를 성신영로 옮겼다.그리고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도희가 지금 떠보고 있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하지만 조보희가 한 수 위였다. 눈치 없이 남의 상처를 들춘 것이나 다름없다...조보희는 자기가 말한 후 침묵이 흐르는 걸 보고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실수했나?조보희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릴리는 어디 갔어?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말이 없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수습 불가다, 수습 불가. 어제 결혼식 피로연에서 강유리와 공작의 진정한 관계만이 폭로된 것이 아니다. 공작과 강미연이 판을 벌여 강민영이 자기 대신 죽게 했다는 말도 나왔다.이 소식이 진짜든 가짜든 충격적이긴 했다.강유리가 미리 현장을 떠났다는 것은 이 말들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받았다는 뜻이다. 만약 정말 영향을 받았다면 이 일 때문에 릴리와의 사이가 멀어질 것이다.릴리도 지금 마음이 복잡한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다.조보희의 말 때문에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꽤 용감하다...소안영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다들 점심 메뉴로 뭐 먹을래?] 신주리가 대답했다. [다이어트 중, 매니저가 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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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다들 묻는 걸 보고 릴리는 강유리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자신이 아는 소식을 모두 털어놓았다.사실 그녀가 얻은 소식도 많지 않다.그리고 전부 부정적인 것들뿐이다.예를 들어, 강미연은 강민영이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는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강미연은 확실히 바론 공작과 몇 가지 협의를 달성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어머니는 큰이모와 아주 각별한 사이예요! 아버지와 판을 짜서 해치려 했다는 건 무조건 지어낸 얘기 일거예요.] 릴리가 얼른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그 두 분의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다.그리고 강유리의 반응이 어떨지 친딸인 릴리보다 더 긴장하며 관심했다.어젯밤만 해도 릴리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이 일로 언니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데 왜 자기한테는 사과하지 않고 언니만 신경 쓰는지 말이다. 내 기분은 신경도 안 쓰는 건가?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강유리에 비하면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다른 각도로 본다면 릴리는 '수익자'인 셈이다.큰이모의 죽음은 어머니를 대신한 것이니까 말이다.만약 큰이모가 아니었다면 죽은 것은 자기 어머니였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릴리는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어제 강유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와는 사이가 제일 좋은 자매일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지만 릴리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강유리가 답장했다.[알고 있어. 내가 바보도 아니고.] 릴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언제 돌아올 거예요?] 강유리는 툭 한마디 내던졌다.[어른들 일에 애들은 끼어들지 말지. 정 한가하면 신하균이나 찾아가.] [???] ...강유리는 계단을 내려갈 때부터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향기를 맡았다.이 별장은 그들이 어제 입주한 데다가 둘만 조용히 보내기 위해서인지라 도우미를 배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하고 있는게 누구인지는 뻔하다. 강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갔다.편안한 실내복 차림의 남자가 옅은 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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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갑자기 고정철이 생각났다.고정남의 복귀로 기세가 약해진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그의 뒤에는 도씨 가문의 사람이 있다. 즉 고한빈이 도가네 무술관 쪽에 있는 세력이 오랫동안 그를 지지하고 있었던 것이다.어제 그렇게 충동적으로 강유리 앞에 뛰어든 것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그들은 바론 공작과 맞서 싸우다가 궁지에 몰렸다.또 다른 예로, 캐번디시 가문이 다시 권력을 잡아서 그들이 더 이상 공격할 수가 없어지자 바론 공작의 허점을 노려 공격한 것이다. 즉 화살을 그녀에게로 돌린 것이다.고정철은 그저 그들의 칼자루일 뿐이다. 이 칼이 강민영에게 겨눠진 것은 고정철의 본심이 아니라 배후 인물의 지시일 수도 있다.그리고 이 배후 인물이 어머니를 죽이려는 것은 그가 고정남의 '정인'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이유는 바로 바론 공작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육시준이 강유리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앞으로 당겼다.육시준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볍게 들어 올려 그녀를 싱크대에 앉히고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화를 자초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다음은요? 어디까지 생각한 거예요?"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옅은 의혹이 담겨 있었다.강유리는 손을 뻗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여보, 신분을 바꿔서 혜택을 본 건 이모뿐만이 아니라 제 어머니도 마찬가지예요."육시준은 잠시 멈칫하고 더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이틀 동안은 쉬고 이 일을 생각할 줄 알았는데, 역시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듯 하다.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따랐다. "외할아버님께서 장모님은 성격이 산만해서 사업에는 관심이 없으셨고, 오히려 취미가 많고 사주 보는 것도 좋아하셨다는 말 기억나요? "강유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작은이모는 권모술수에 능하다고 하셨었죠.""맞아요.""..."답은 대충 나왔다.그녀들의 신분 교환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쌍방 합의도 됐을 것이다.다만 이 과정에서 작은 사고가 일어났을 뿐이다.도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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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육시준은 큰 손으로 강유리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강유리는 얼떨결에 그의 품 안에 안겼다."당신...""뒤끝 있어야겠군요. 쉽게 용서하면 안 되겠어요."육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강유리의 말에 동의했다.강유리는 잠시 어리둥절하고는 긴장한 것도 잊은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당신을 잠깐 속였을 때도 그렇게 냉대를 당했는데 그들은 심지어 20년이 넘게 속였으니까요.""..."강유리는 확실히 그들을 며칠 더 내버려두고 화풀이할 생각이었다.자기를 위한답시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육시준의 관점은 상상밖이었다.자기가 겪었던 수모를 그들도 겪어보라는 건가?강유리가 눈웃음을 살짝 짓고 농담 몇 마디를 하려던 찰나 육시준의 따뜻한 입술이 느껴졌다. 육시준이 청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남에게 벌을 준다고 자신에게도 각박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진실을 알고 싶으면 그들의 말도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끝까지 듣고도 용서할 수 없다면 그때 피해도 늦지 않으니까요.""..."강유리는 살짝 동요했다.방금 그 말은 취소다.육시준은 전혀 음흉하지 않다. 그는 자기가 수모를 겪더라도 남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다.강유리가 그들에게 벌을 준답시고 마음 고생할까봐 지금 설득하고 그들과 대화해 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육시준은 그녀의 '심쿵'한 눈빛이 느껴졌는지 시선을 그녀의 입술로 옮겼다. "유리,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인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지."육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멀리 떠돌던 강유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육시준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강유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뭐요, 제가 뭘 어떻게 쳐다봤다고. 저도 지금 진지하게 고민 중이거든요. 점심으로 뭐 먹을래요?"육시준은 씩 웃고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좀 있으면 알게 될 테니 일단은 나가 있어요."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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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성신영은 몸을 떨며 갑자기 그를 돌아보았다. "너는 나를 때리면 안 돼! 너는 아직 고성 그룹과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어, 나를 죽이면 내 아버지가 널 가만둘 것 같아!""고정남은 지금 자기 여자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내 여자까지 신경 쓸 겨를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네가 망친 게 이 결혼식뿐인 줄 알아?"성신영의 신분과 이미지는 이미 강유리보다 훨씬 못하다. 따라서 어르신의 태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그래서 LK그룹에서의 육경원의 지위도 곧 무너질 기세다.이 생각에 육경원은 더욱 분노했고 허리띠를 채찍처럼 휘둘렀다."악! 육경원, 이 변태야!""변태? 네가 먼저 이 변태를 건드렸잖아!"육경원은 목소리가 뒤틀리고 더 세게 성신영을 내리쳤다."..."성신영은 가끔 어지러울 정도로 아팠지만, 그 말 때문에 의외로 머리는 맑았다.그래 맞다, 그녀가 먼저 그를 건드렸다.성신영이 제 발로 이 남자에게 다가간 것이다."육경원! 이 악마야! 너는 꼭 지옥에 갈 거야... 아!""걱정 마, 지옥에 가더라도 너랑 함께 갈 테니까."육경원은 지옥에서 온 악마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섬뜩하고 오싹하게 말했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성신영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느라 몸부림칠 힘도 다 잃었다. 성신영은 숨을 죽이고 땅에 엎드려 있었다. 온몸은 핏자국으로 가득했지만, 얼굴만은 온전했다.육경원은 허리띠를 내던지고 헐떡이며 성신영 앞에 다가가 땀에 젖은 성신영의 잔머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가엾어라, 너는 이제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강미연의 병은 이렇게 빨리 나을 수 없기 때문에 계획상에서는 결혼식이 끝난 후 병세가 반복되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게 될 것으로 정했다.인터넷이 온통 결혼식에 대한 보도로 뒤덮였으니 당연히 그녀의 병세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결혼식이 끝난 후 사흘째 되던 날 주치의가 강미연에게 연락을 해왔다.강미연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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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의 시선이 모두 문에 가서 꽂혔다.소파에 앉아 있던 바론 공작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방금까지 화제에 올랐던 사람이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옆에 서서 강학도 뒤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봤다."작은이모 병세가 반복된다는데 제가 안 올 수 있겠습니까."강유리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바론 공작의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에 모처럼 당황함이 느껴졌다."일부러 네 이모의 병세를 이용해 너더러 억지로 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주치의가...""그럼 제가 온 걸 환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당연히 아니지! 나는 그냥...""환영하시든 안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강유리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말은 예의 발랐다. 단지 말투에서 존경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거리감까지 느껴져 듣기에 조금 거북했다.이 말을 남기고 강유리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어깨를 쫙 펴고 바론 공작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육시준은 그녀보다 두 발짝 뒤떨어져 걸었다. 앞에 있는 이 젊은 여인은 지금 자기가 고귀하고 도도한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육시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곧 빠르게 누르고 강유리를 따라 들어갔다."몸은 좀 어떠세요, 이모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십니까?"육시준은 맑고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강미연은 강유리가 온 걸 보고 늘 우아하고 여유롭던 얼굴에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다."의사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아직 조금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나른해. 머리도 조금 어지러운 것 같고..."강미연은 침대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관자놀이를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동작이 가식적이고 말투가 연약해서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경련이 일고는 눈을 뒤집었다.저기, 좀 더 실감나게 연기할 수 없으신지."그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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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강유리는 좋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허세를 부리고 비난한다면 강유리의 반항심을 자극해 더 막 나가는 스타일이다.육시준은 옆에 서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챘다.육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나지막이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유리가 오늘 온 이유도 다 같이 앉아서 제대로 얘기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리가 지금 화난 이유는 당신들이 그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였다는 것 때문입니다."강유리는 경악하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쳐다봤다. 육시준은 씨익 웃더니 강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모님의 죽음은 성홍주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도씨 집안의 외성 제자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정철은 도씨 집안의 그 제자와 협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모님에게 손을 쓰는 것은 고정철의 생각일 리가 없습니다."이 말의 뜻인즉슨 강민영은 그녀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의 목표는 강민영이 맞다. 이 말은 강미연을 조금 놀라게 했다.릴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책한 것이 모두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건가?강유리는 육시준의 이러한 분석을 묵인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는 창가로 가서 의자에 앉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래서 도대체 왜 신분을 바꾸신 거예요?""..."강미연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바론 공작은 현실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다.게다가 그는 이 일이 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면 강미연과는 관련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강미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 것이다.바론 공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일은 내 탓이다. 내가 상황을 잘 처리하지도 못한 채 네 어머니에게 구애했기 때문이야..."그들의 첫 만남은 굉장히 막장 드라마 같다. 강민영이 Y국으로 출장 갔을 때, 마침 부상을 입고 쫓기고 있는 바론 공작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강민영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그 후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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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강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중에는 신분을 바꿨어.""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나요?"육시준이 물었다."..."강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화제를 바꿨다. "결혼식 때 말썽을 피운 무술관의 제자가 고정철 쪽 사람이라는 거 짐작했지.""네.""고정철의 배후에는 도씨 집안 사람들이 있고요...""설사숙이요?"강유리는 물어봤지만 확신하고 있다는 말투였다.강미연은 의아해하며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을 알아?""사부님께 들었어요."그러자 바론 공작이 불만이 있는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그 사람이 너한테 그런 말을 왜 해?"강유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왜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긴 채 모든 일이 해결된 후에 '부득이한 상황이었다' 라는 한마디로 쉽게 얼버무려야 하나요. 그러고는 자기가 얼마나 위대하고 사심이 없는 것처럼 자기 감동이나 하고 말이에요.""..."바론 공작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고, 사심이 없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반대로, 그는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가지고 싶은 건 전부 손에 넣고 욕심을 부려서 남도 해치고 자신도 해쳤다.하지만 강유리를 속인 진정한 이유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란 건 진심이다..."설사숙이 동문을 살해했다고 들었는데, 이 동문은 도희 씨의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유리의 어머니입니까?"육시준은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강미연은 마음에 든다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보며 말했다."도희의 아버지는 도씨 가문의 전대 후계자였어."육시준의 눈이 반짝였다. 진실은 역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윌리엄 쪽에서 도씨 가문에 배치한 스파이가 바로 설사숙이야.""역시 그런거 였군요!""..."똑똑한 사람들은 몇 마디 만으로도 말의 뜻을 알아차린다.강유리가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들의 속도에 조금은 따라가지 못했다.몇 초 후에야 말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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