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231 - 챕터 1240
1270 챕터
제1231화 교활한 놈들
고다정은 M국 요원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다음 계획을 실시하기 위해 일부러 약한 척했다.그녀가 분석해 봤는데, M국에서는 그녀를 이용해 성시원을 그쪽 실험실에 데려가려 한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뭔가 일을 벌여 준재와 스승님의 주의를 끌려 했다.“안 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다른 곳에 숨으면 안 될까요?”고다정이 힘없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스승님을 당신들의 실험실에 모셔가려고 이런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저의 스승님이 당신들의 요구에 응할까요? 그리고 제가 지금 임신 중인데, 제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더욱 얻을 수 없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두 요원은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들이 고다정을 납치한 목적은 단지 성시원의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것인데 살인 사건으로 변하면 성질이 달라진다.결국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한 후 결단을 내렸다.“우리 목적을 알고 있다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고생하는 건 당신과 당신 배 속의 아이니까.”두 사람은 고다정의 말에 동의했지만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다정도 상황을 알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자신과 아기의 안전이 우선이고, 탈출을 꾀하는 것은 그다음이다.그 후 두 요원은 고다정의 얼굴에 변장을 했다.변장이 끝나니 여준재가 봐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다.수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고다정도 그들의 실력을 인정했다.변장이 이렇게 리얼하니 소담 등 직원들이 이상 상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지하수로에서 나온 고다정과 두 요원은 다정하게 팔짱을 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허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도시 전체에서 엄격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들은 감히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시내 외곽의 산 아래에 있는 폐공장으로 갔다. 환경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악취는 없었다.고다정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
더 보기
제1232화 평생 고통과 자책 속에 살게 할 거야
유라는 줄곧 인터넷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상황이 반전된 것을 보고 그녀는 움직일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았다.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날 저녁 행동하기로 했다.한편, 강말숙은 위험이 임박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자기 외손녀에게 또 일이 생긴 줄은 더더욱 몰랐다.원래는 여씨 집안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녀에게 이 일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가 자극에 견디지 못해 병세가 악화될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무의식중에 두 간호사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외손녀가 납치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충격받아 큰일 날 뻔했지만 다행히 의사가 제때에 와서 그녀의 상황을 안정시켰다.여준재도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외할머니, 괜찮으세요?”“나는 괜찮아. 다정이 어떤 상황인지 말해줘. M국 쪽의 실험실에서 납치했다며.”강말숙은 여준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여준재가 겸연쩍게 말했다.“외할머니가 자극을 견디지 못할까 봐 이 일을 말씀드리지 말라고 했어요. 상황은 들으신 바와 거의 비슷해요. 하지만 이제 다 해결됐어요. 그쪽에서 3일 안에 다정 씨를 돌려보낼 거예요.”“3일이나 걸려? 다정이 밖에서 고생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강말숙이 걱정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여준재도 사실 걱정이 많았다. 그들이 내보낸 사람들은 아무도 고다정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하지만 이 말은 당연히 외할머니에게 할 수 없다. 더 걱정하실 거니까.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위로의 말을 건넸다.“지금 각계가 모두 압력을 가하고 있어 M국 쪽에서 감히 다정 씨를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해요.”“그렇다면 다행이고.”강말숙은 한숨을 짓더니 여준재를 빨리 돌려보내려 했다.“가서 일 봐. 내 곁을 지킬 필요 없어. 다정을 빨리 찾아내서 데려와. 나도 좀 걱정을 덜게.”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거절하지 못하고 떠나갔다.그런데 그가 떠나자마자 유라가 병원에 도착할 줄이야유라는 바로 행동하지 않고 밤이 어두워지기를
더 보기
제1233화 하혈도 없어
점차 의식을 잃어가는 침대 위의 여인을 바라보던 유라는 의기양양해서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건 시작에 불과해. 다음에는 고다정의 두 자식새끼를 손볼 거야. 이제 당신네 가족이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겠네. 다시 만나면 고다정에게 다음 생에는 조용히 살라고 전해줘.”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 떠나려 했다.그런데 돌아서자마자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는데, 병실 호출 벨이었다.“할망구가 의식을 잃지 않았어!”유라가 놀라서 돌아보니 강말숙이 백지장 같은 얼굴로 침대 머리에 앉아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그녀는 유라를 향해 비꼬듯 웃었다.“내가 힘으로는 너를 당하지 못하겠지만 속여넘기는 건 할 수 있어.”“지독한 할망구!”화가 치밀어오른 유라는 이 늙은 여인을 끝장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복도에서 벌써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결국 방법이 없는 그녀는 강말숙을 쏘아보고는 돌아서서 창문 쪽으로 갔고,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창문에서 뛰어내렸다.의사와 간호사는 강말숙에게 관심이 집중돼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때 강말숙의 상황이 매우 안 좋았고 심지어 피까지 토했다.“빨리, 빨리 응급실로 옮기고 가족에게 연락해!”의사가 조급해서 소리 지르면서 응급조치를 취했다.한바탕 허둥대고 나서 일행은 응급실에 들어갔다.한편, 여준재도 병원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왔다.그가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말숙 씨 가족분이세요?”“네, 무슨 일이 생겼어요?”여준재가 낮은 목소리로 따지자, 간호사가 급히 설명했다.“누군가가 어르신에게 독성이 강한 독약을 주사해서 장기가 파괴됐습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의사 선생님께서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라고 하셨습니다.”최악의 상황! 여준재는 안 좋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무슨 최악의 상황이요?”그는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간호사를 노려보았다. 확 달라진 기운에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
더 보기
제1234화 당승이 경을 읽는 듯
“윗분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우리가 이리저리 숨어다니며 고생하고 있는데, 3일 후에 이 여자를 돌려보내라니.”“아마 인터넷 여론 때문에 그럴 거야.”다른 한 요원이 말하면서 방금 켠 휴대폰을 건넸다.지난 이틀간 줄곧 교외에 있었던 그들은 휴대폰을 충전할 곳이 없었기에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놓고 있었다.물론 그들에게는 휴대폰 외에 윗선과 연락하는 전용 위성전화기도 있었다.고다정은 그들의 말을 듣고 초조한 마음이 대뜸 풀렸다.3일 후 그녀를 돌려보낼 작정인가 보다.하지만 그녀는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궁금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M국 쪽에서 생각을 바꿨을까? 그리고 왜 3일일까? 지금 돌아가고 싶은데.’그녀는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뭔가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사실상 확실히 그랬다.병원에서 강말숙에 대해 두 번이나 위독 통지를 내렸다.성시원이 와도 소용없었다.유라가 강말숙에게 주사한 독약은 독성이 너무 강했다.“어르신은 기껏해야 이틀 더 버틸 수 있어. 반드시 방법을 대서 다정이 이틀 안에 돌아오게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은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하실 거야. 다정도 평생 후회할 거고.”중환자실에서 나온 성시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여준재에게 말했다.여준재도 듣고 나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정말 살릴 방법이 없는 건가요?”“없어. 연세가 많으셔서 장기가 워낙 노쇠한 데다 독성이 너무 강해. 어르신 체내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장기를 파괴하기 시작했어.”성시원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도 어르신을 살리고 싶다. 하지만 ‘만약’은 없다.여준재는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마구 쳤다.“젠장!”성시원은 그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윗분들과 접촉해 M국에 압력을 넣을 테니 너는 어르신을 해친 유라를 잡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복수에 미친 여자를 절대 밖에 놔두면 안 돼.”“알아요. 지금 애들을 풀어 샅샅이
더 보기
제1235화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아, 미치겠네. 이 여자 말이 너무 많아. 입을 틀어막아야겠어. 안 그러면 앞으로 이틀 동안 조용히 있을 수 없을 거야.”그중 한 명이 말하면서 양말을 벗더니 고다정에게 손을 대려 했다.이를 본 고다정은 깜짝 놀라 무심결에 입을 다물었다.그 여자의 더러운 양말을 입에 물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굴복할까 말까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한 요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여자를 그만 괴롭혀.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지금 이 여자를 풀어주고 신속히 복귀하래.”원래 고다정에게 손을 대려던 여성 요원은 이 말에 동작을 멈추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눈에 기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정말 잠시 후 그녀는 두 사람에게서 풀려났다.자유를 얻은 순간 고다정은 아무 생각도 없이 일단 뛰었다.상대방이 후회할까 봐 두려운 듯 조급한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폐공장에서 뛰쳐나온 후 황량한 주변을 보고 후회가 밀려왔다.그녀는 방금 도망치는 것만 생각하고, 그 두 사람에게 끌려온 자기 몸에 돈도 휴대폰도 없다는 생각을 못 했다.방법이 없는 그녀는 결국 두 발로 걸을 수밖에 없었고, 걸으면서 길가의 표지판을 찾았다.그녀가 운이 좋았는지 길을 따라 30분쯤 걷자 큰길이 나타났다.달려오는 트럭을 본 고다정은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손을 흔들며 막아섰다.그날 저녁 무렵 고다정은 끝내 트럭을 타고 시내에 도착했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여준재와 무사히 합류했다.“준재 씨!”고다정이 트럭에서 내리니 초췌한 남자가 길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여준재가 빠른 걸음으로 마중 나왔고, 두 손으로 고다정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훑어보았다.“다치지 않았어요?”“아니요. 저를 묶어만 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고다정이 고개를 저으며 납치된 며칠간의 상황을 설명했다.구남준은 두 사람이 말하느라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을 보고, 눈치 빠르게 봉투를 들고 트럭 기사한테 다가갔
더 보기
제1236화 강말숙이 위독해
여준재는 중환자실 창문 밑에 쪼그리고 앉아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고다정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임은미도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채성휘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왜? 왜 이런 거죠? 왜 좋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하는 거죠?”그녀는 흐느끼며 두 주먹으로 채성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채성휘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이 문제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이때 여준재가 고다정을 부축해 일으킨 후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울지 말아요. 외할머니를 만나야 하잖아요. 당신이 이런 모습으로 들어가면 외할머니는 걱정돼서 마음 놓고 떠나지 못하실 거예요.”하지만 이 말이 고다정의 신경을 건드렸다.그녀는 두 손으로 여준재의 팔을 꽉 잡고 눈이 빨개져서 간절히 애원했다.“저는 외할머니를 보낼 수 없어요. 준재 씨, 제발 저를 좀 도와줘요...”그녀와 눈이 마주친 여준재는 고개를 숙였다. 고다정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외할머니 상황은 성시원 어르신도 가망이 없다고 통보한 터라 전혀 다른 방법이 없다.고다정도 사실 안다. 다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며칠 전까지도 멀쩡했는데...여기까지 생각한 고다정은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생기가 없고 얼빠진 상태로 여준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여준재는 이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가 뭔가 말하려고 할 때 중환자실에서 경보음이 울렸다.이 다급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고다정도 제정신이 돌아왔다.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먼 곳에서 달려왔다.그들은 고다정 일행을 신경 쓸 틈도 없이 직접 중환자실에 뛰어 들어갔고, 일사불란하게 강말숙에 대해 응급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분주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경을 곤두세웠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한 손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여준재를 잡고 있었다.“외할머니가 별일 없으시겠죠? 그죠?”여준재는 겁에 질려 곧 무너질 것 같은 여인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그는 목멘 소리로 말했다.“외할머
더 보기
제1237화 안심하고 떠나다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가슴이 찢어지게 울었다.병실 곳곳에서 슬픈 기운이 감돌았다.강말숙은 할 말이 있는 듯 여준재에게 시선을 고정했지만 아까 남은 힘을 다 썼는지 입을 벌릴 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외할머니가 가장 마음 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가 고다정 곁에 선 후 정중히 맹세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정 씨를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제명에 죽지 못하고, 환생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강말숙은 이 맹세를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래, 이렇게 하면 그녀는 안심하고 떠날 수 있다.이와 동시에 병실의 환자감시장치에 다급한 경고음이 울렸다.그 소리를 듣고 고다정은 잠든 듯 눈을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외할머니를 보더니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고 동공이 흔들렸다.“외할머니!”그녀는 가슴이 찢어지게 소리쳤고, 결국 지나친 충격으로 기절했다.다행히 뒤에 있던 여준재가 제때에 그녀를 부축했다.외할머니가 세상 뜨고 엄마가 쓰러지자 쌍둥이는 더 서럽게 울었다.임은미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병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의사가 이내 도착했다. 여준재는 고다정을 의사에게 맡긴 후 강말숙의 장례식 준비에 착수했다.여진성 부부도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와 도왔다.하룻밤 사이에 강말숙의 빈소가 빌라에 마련됐고, 강말숙의 시신도 빌라로 실어왔다.주변은 온통 흰색과 검은색으로 장식됐다....다음날 아침 하늘이 우중충하고 가랑비가 내렸다.고다정은 깨어난 후 눈이 퉁퉁 부어 아팠고, 기절하기 전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병원 병실이 아니라 빌라의 침실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방 문이 밖에서 열리더니 여준재가 국그릇을 들고 들어왔다.“깼어요?”여준재가 고다정 앞에 다가오더니 안쓰러운 눈빛으로 퉁퉁 부은
더 보기
제1238화 유라가 잡혔다
여준재가 내려다보니 고다정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이게 나쁜 것은 아니다. 원한이 있으면 풀 수 있고, 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담아 두지는 않을 것이다.“이미 몇 가지 단서를 찾았어요. 인력을 늘려 추적하고 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예요. 잡으면 당신에게 넘길게요.”“그 여자가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 거예요!”고다정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녀가 한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여준재는 주먹을 불끈 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뭘 하든 다 지지할게요.”...그날 점심부터 고다정과 친분이 있는 지인들이 찾아와 강말숙을 추모했다.그들은 초췌한 얼굴로 빈소를 지키는 고다정을 보고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점차 조문 행렬이 뜸해졌다.여준재는 고다정과 함께 향에 불을 붙여 꽂은 뒤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며 나지막이 말했다.“흰죽을 끓이라고 했으니 먹고 좀 쉬어요. 저녁에는 제가 지킬게요.”하지만 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저녁은 제가 지킬게요. 외할머니가 가시는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싶어요.”“우리도 외증조할머니와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요.”쌍둥이가 옆에서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들의 고집스러운 눈빛을 보고 여준재는 결국 말리지 않았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사를 배치했다.그 후 이틀 동안 고다정은 안간힘을 다해 빈소를 지켰다.그녀가 나날이 야위어 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준재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외할머니를 안장하기 전까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을 안다.그래서 그는 요 며칠 메뉴를 바꿔가며 고다정에게 밥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썼다.쌍둥이도 오동통하던 볼이 쏙 들어갔다.비가 3일 동안 계속 내렸다. 하느님도 고다정을 위해 슬퍼하는 건가?눈 깜짝할 사이에 화장해 안장하는 날이 됐다.고다정은 강말숙의 유골함을 들고 묵묵히 묘지로 향했다
더 보기
제1239화 저를 막으려고요?
여준재가 방에 돌아와 보니 고다정이 언제 깨어났는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언제 깼어요? 왜 저를 부르지 않았어요?”그는 고다정의 곁에 다가와 앉으며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요? 주방에 닭가슴살죽을 데워놓으라 했어요. 당신이 깨어나면 바로 먹을 수 있게.”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고개를 들더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배고프지 않아요. 요 며칠 고생했어요.”여준재가 요 며칠 얼마나 고생했는지 고다정은 다 안다.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여준재의 표정은 더없이 부드러웠다.“저는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아요. 당신만 무탈하면 돼요.”고다정은 그 따뜻한 미소를 보면서 마음속의 슬픔도 다소 해소되는 것 같았다.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애들은요? 왜 안 보여요?”“당신 상태가 안 좋으니 애들도 정서가 불안정해서 부모님께 본가에 데려가라고 했어요.”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마음 아파했다.“이제 일이 다 끝났어요?”“다 끝났어요. 씻고 와서 곁에 있을게요.”고다정의 뜻을 아는 여준재는 바로 일어나 욕실로 갔다.그 후 며칠 고다정은 계속 집에서 쉬었다.그사이 임은미가 부모님, 채성휘와 함께 병문안을 왔다.임은미 부모님은 고다정을 안쓰럽게 생각하며 올 때마다 마음을 풀어주었다.“고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지금 중요한 건 살아있는 사람이야.”“외할머니는 네가 이렇게 자신을 들볶는 것을 원치 않으실 거야. 그리고 너는 자신만 들볶는 것이 아니라 배 속의 아기까지 들볶고 있잖아.”고다정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기분이 나지 않았다.그래도 여준재와 사람들은 그녀를 몰아세우지 않았고, 그녀에게 조금씩 조정할 시간을 주었다.여진성 부부도 매일 쌍둥이를 데리고 돌아왔다.여준재도 틈만 나면 그녀를 데리고 외출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고다정은 점차 외할머니를 떠
더 보기
제1240화 아이가 잘못될지도
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결국 타협했다.그녀는 여준재를 따라 다이닝룸에 가서 식사했다.여준재가 옆에서 궁금해하며 물었다.“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요?”고다정은 그를 힐끗 보더니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보상해야죠. 그 여자가 저의 외할머니한테 한 짓을 그 백배, 천배로 갚아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그는 고다정이 손에 피를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쓰레기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하지만 그는 자기가 고다정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못 하게 하면 평생 그녀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을 것이다.그의 속마음을 모르는 고다정은 마지막 한 입을 삼킨 후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다 먹었어요. 먼저 약제실에 갈게요.”“네, 안전에 주의해요.”여준재는 결국 고다정을 막지 않고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하루 밤낮을 거쳐 이튿날 새벽 고다정은 끝내 자기가 원하는 독약을 만들어냈다.하지만 이때 그녀의 배가 갑자기 쿡쿡 쑤시며 아프기 시작했다.가슴이 철렁한 고다정은 급히 책상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여준재에게 전화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전화를 받지 않고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왔다.“다정 씨, 왜 그래요?”고다정의 창백한 얼굴과 배를 붙잡고 있는 동작을 본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황급히 달려오더니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돌아섰다.“이 집사님, 이 집사님, 빨리 차를 대기시켜요!”방에서 나온 후 여준재는 즉시 이상철을 향해 소리쳤다.그가 고다정을 안고 황급히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일이 생겼음을 짐작한 이상철은 급히 대답한 후 처리하러 갔다.한바탕 질주한 결과 두 사람은 10여 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병원 입구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여준재가 차에서 고다정을 안고 내리는 것을 보고 즉시 환자 이송 침대를 밀고 왔다.고다정이
더 보기
이전
1
...
122123124125126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