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241 - 챕터 1250
1270 챕터
제1241화 말 들을게요
고다정이 눈을 뜬 건 오후였다.그녀는 머리 위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막 일어나려는 순간, 두 아이의 들뜬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엄마, 드디어 깨어났네요.”병상 옆에 누워 있던 두 아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고 있었다.“엄마 몸은 좀 어때요. 아빠가 엄마 몸이 안 좋다고 하던데 요즘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엄마, 할머니가 떠나셔서 슬픈 건 알지만 할머니가 떠나면서 엄마한테 몸조심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말을 안 들으니까 다음에 할머니 보러 갈 때 내가 말해서 엄마 꿈에 나타나서 혼내주라고 할 거예요.”하준이는 유치한 말투로 어른 흉내를 내며 고다정을 혼내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고다정의 얼굴에 시무룩하고 멋쩍은 표정이 번졌다.이때 여준재도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다.“일어나요, 내가 의사 선생님 불러줄게요.”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고다정의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의사를 찾으러 갔다.그가 화가 났다는 걸 모를 리 없는 고다정은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더욱 마음이 불안해졌다.“엄마, 아빠 화난 것 같아요.”두 아이도 여준재의 태도를 눈치채고 고다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고다정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코를 슥 만지며 말했다.“괜찮아, 엄마가 나중에 잘 달래볼게.”“엄마, 아빠는 엄마가 몸을 돌보지 않아서 화났어요.”두 꼬마는 고다정 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다정은 몸을 챙기지 않은 게 아니라 사고였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다시 삼켜버렸다.두 아이의 말에서 여준재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는 굳이 입 밖으로 내서 두 아이의 마음속에 증오의 감정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고다정은 그런 생각에 일부러 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를 달랬다.“그래, 이번엔 엄마가 잘못했어. 조만간 아빠한테 제대로 사과할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뒤에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할게.”그들이 말하는 동안 여준재가 의사와 함께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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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증오 속에 살지 않았으면
고다정의 말을 들은 심해영은 손을 흔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가족끼리 고맙긴 뭘. 정말 고마우면 빨리 나아. 나와 네 아버님, 할아버님까지 널 걱정하고 있어.”“네, 의사 선생님께 협조해서 잘 치료할게요.”고다정은 심해영을 향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족들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다정이 피곤해하자 심해영은 두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이들을 배웅한 여준재는 병동으로 다시 들어와 아직 잠들지 않고 병상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고다정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운 채 다가갔다.“방금 전에 회복을 위해 의사에게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죠?”“인터넷으로 뉴스만 볼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다정은 여전히 휴대폰을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고개를 들어 여준재의 진한 다크서클을 본 순간 가슴이 아팠던 그녀는 몸을 옆으로 옮긴 뒤 침대의 빈 공간을 두드리며 말했다.“잠깐 올라와서 나랑 같이 잘래요?”이를 본 여준재는 당연히 마다하지 않고 재킷을 벗고 병상에 누워 있는 고다정을 두 팔로 감쌌다.고다정은 잠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그의 가슴에 기대어 물었다.“유라는 어떻게 잡았어요?”“외할머니한테 그런 짓을 하고 난 뒤 사람들을 시켜서 온 동네를 뒤졌어요. 어차피 이제 혼자라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는 데 아무리 압도적인 능력이 있어도 결국은 소홀할 수밖에 없죠. 그 단서들을 토대로 잡는 건 매우 쉬워요.”여준재는 유라를 붙잡은 과정에 대해 나지막하게 말했고 고다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말을 이어갔다.“유라를 잡고 나서 왜 외할머니한테 그런 짓을 했는지 심문은 했어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침묵을 지켰다.유라를 잡은 후 그는 유라를 만나 유라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었고 당시 유라는 이렇게 대답했다.“내 부하들은 너한테 잡혔고, 고다정 옆에는 성씨 가문의 경호원들과 네 부하들이 있으니까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노릴 수밖에 없지.”어두운 공간에서 유라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여준재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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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눈에는 눈
점심시간이 끝나고 고다정은 여준재에게 유라에게 복수하러 가자고 재촉했고 여준재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다정이 병원에 혼자 있는 것이 불안했던 여준재는 어머니에게 오라고 연락드렸다.마침 성시원과 임은미도 고다정을 찾아왔고, 여준재는 두 사람에게 고다정을 부탁했다.“여 대표님 바쁘시니까 얼른 가세요. 다정이는 제가 지켜볼 테니 괜찮을 거예요.”임은미는 가슴을 두드리며 그를 안심시켰고 이 모습을 본 여준재는 갑자기 조금 불안해졌다.임은미는 큰일을 할 때는 꽤 믿음직스럽지만, 다른 때는....됐다. 그래도 어르신도 계시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여준재는 그렇게 말하며 일행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다.한동안 병실에는 고다정과 성시원, 그리고 임은미만 남았다.아직 고다정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임은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침대 곁으로 다가와 더듬더듬 물었다.“다정아, 왜 이렇게 됐어, 전에는 멀쩡했는데.”“음... 아마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가 봐.”고다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비록 임은미가 외부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임은미가 그런 어두운 일을 알기를 원치 않았다.그 말을 들은 임은미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곧바로 이렇게 설교했다.“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프고 속상한 건 알지만 자기 몸을 함부로 하면 안 돼. 이것 봐, 결국 이렇게 문제가 생겼잖아. 다음에 외할머니 보러 갈 때 할머니와 아줌마한테 일러바칠 거야 내가.”고다정은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말했다.“왜 준이, 윤이랑 같은 말을 하는 거야?”“준이윤이도 그렇게 말했어? 역시 내 조카들답네. 이렇게 통하잖아.”임은미는 더 환하게 웃었고 성시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고다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저녁 늦게 채성휘가 임은미를 데리러 온 뒤에야 고다정은 또 한 번의 설교를 피할 수 있었다.“너 점점 더 대담해지는 것 같다. 준재가 널 제때 병원에 데려오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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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지루한 나날
“그리고 한 가지 틀린 게 있어. 다정 씨 외할머니를 죽이면 평생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네가 그 사람을 과소평가한 거야. 다정 씨는 직접 외할머니의 복수를 할 테니까. 외할머니를 죽인 원수에게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면서 평생 인간도, 귀신도 아닌 채로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행복한 자기 모습을 보여줄 거야.”여준재는 유라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말했고 유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상태로 고다정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그런 장면을 생각만 해도 유라의 마음은 괴로웠다.아니, 그렇게 살길 원하지 않았다.“허, 내가 살아 있으면 또 도망가서 고다정한테 나쁜 짓할까 봐 두렵지 않아? 넌 내 능력 알잖아”유라는 일부러 여준재를 자극했지만 그걸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내가 너한테 도망갈 기회를 줄 것 같아? 오늘 이후로 넌 폐인이야. 지금부터라도 잘 살아서 남은 생을 이곳에서 속죄하는 데 써.”그 말을 끝으로 그는 유라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고 이 모습을 본 유라는 잔뜩 당황했다.이런 식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싶지 않았던 유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여준재, 날 죽일 수 있으면 죽여.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탈출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네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죽게 할 거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준재는 걸음을 멈추고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고개를 돌려 유라를 바라봤다.유라는 겁이 났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자극했다.“어머, 무섭네. 차라리 지금 날 죽여. 안 그러면 반드시 네 아이를 흔적도 없이 죽여버릴 테니까!”“그래? 네가 어떤 방법으로 내 아이들을 죽일지 지켜볼게.”여준재의 얇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이윽고 그가 바깥에 있는 경비원에게 지시했다.“들어가서 팔다리를 잘라버리되 사람은 죽이지 마요. 사모님께서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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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철없는 아이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3개월이 지나고 고다정, 임은미의 배가 눈에 띄게 불룩해졌다.특히 임은미는 쌍둥이를 임신한 탓인지 8개월 차인 배가 일반 임산부보다 더 컸다.그 결과 채성휘는 어디 부딪힐까 봐 아예 외출까지 막았다.하지만 외출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의사 선생님은 지금부터라도 임은미가 제대로 걸어 다녀야 출산할 때 순조로울 거라고 했다.결국 채성휘는 임은미를 전혀 제어할 수 없었다.임은미는 매일 고다정을 보러 왔고 두 임산부가 함께 있는 모습은 어린아이보다 더 철이 없었다.특히 무언가 먹고 싶을 때는 더욱 그랬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이상철이 가정부의 보고를 받고 서둘러 뒷마당으로 가보니, 임산부 두 명이 수풀 뒤에 쪼그리고 앉아 힘겹게 얼굴만 한 아이스크림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게다가 두 사람의 주변 바닥에는 각종 과자 봉지들이 흩어져 있었다.“어머 들켰네. 다정아, 빨리 먹어.”임은미는 한 입씩 조금 먹는 대신 걸신들린 듯 아이스크림 상자에 있던 나머지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입에 넣었고 고다정이 그대로 따라 했다.그도 그럴 게 전에 약물을 만든 탓인지 지난 몇 달 동안 몸이 약해져서 여준재에게 먹고 마시는 것을 통제당하고 있었다.하지만 사람은 이상한 동물이라 갇혀 있으면 반항적인 생각을 하기 마련이었다.게다가 임산부는 식탐이 생기기 쉬웠기에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또다시 임은미와 함께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훔쳐 먹던 날, 지저분한 음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둘 다 배탈이 나서 병원에 실려 갔고 공교롭게도 병원에서 만났다.처음엔 여준재와 채성휘도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두 사람은 이것이 전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산모에게 아무거나, 대충 이런 말은 안 통합니다.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난 거예요. 앞으로는 주의하시고 아무거나 막 먹게 하지 마세요. 약은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 처방하지 않겠습니다.”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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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불길한 예감
물론 여준재는 채성휘에게 임은미를 더 이상 외출시키지 말라고 말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채성휘가 동의할 리가 없었고 게다가 임은미를 못 나가게 하면 임은미는 그에게 난리를 치며 못살게 굴었다.그리고 채성휘는 임은미를 막을 힘도 없었다.결국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다소 불쾌하게 통화를 마쳤다.여준재는 전화를 끊은 후 머리가 아팠지만 그 문제를 속으로만 삭일 수밖에 없었다.고다정을 아끼던 그는 고다정이 싫어하는 일을 시킬 수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두 아이의 방에 도착하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꺄르르 들렸다.“엄마, 아기가 방금 움직였어요. 내 말 듣고 반응하나 봐요.”하윤의 흥분된 목소리가 방 밖으로 흘러나왔다.두 달 전, 고다정의 배 속에 있던 아기는 태동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태동을 처음 알아차린 건 여준재였다.당시 그는 고다정의 말대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중 고다정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굽힌 채 괴로운 표정을 지어 여준재를 놀라게 했다.“왜 그래요?”여준재는 서둘러 읽던 책을 내려놓고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몇 초간 한 동작을 유지하다가 천천히 똑바로 앉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아기가 배 속에서 장난을 치는 거예요.”이미 두 아이를 출산한 그녀는 나름 경험이 있었다.방금 전, 갑자기 배가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이윽고 고다정은 여준재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배 위에 올려놓았다.이때 배 속의 아기가 무언가를 느낀 듯 배 안에서 여준재의 손을 가볍게 건드렸다.여준재는 손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을 알아차리고는 온몸이 얼어붙은 채 어쩔 줄 몰라서 멍하니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아기가 방금 움직였어요!”그는 충격에 입을 벌렸다.고다정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놀란 표정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네, 인사하는 거예요.”그걸 떠올린 여준재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다정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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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평생토록
“사실 은미 잘못만은 아니라 내 책임도 있죠. 어른이 되어서 의지가 하나도 없으니까요.”고다정은 곧바로 말을 바꿨고 여준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말이 또 바뀌네요.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전에 말했듯이 또 무분별하게 먹으면 벌을 줄 거예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눈을 깜빡이다가 갑자기 다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아야, 다리에 쥐가 난 것 같아요. 너무 아파요.”그녀는 아픔을 호소하며 여준재의 표정을 살폈다.여준재는 그녀의 작은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정말 쥐가 난 줄 알았다.고다정은 점점 커지는 아기 때문에 몸매도 변형되고 다리도 빨갛게 부어오르며 자주 쥐가 났다.“다리 안고 있지 말고 이리 줘요. 내가 주물러 줄게요.”여준재는 재빨리 고다정의 옆으로 걸어가더니 능숙하게 움직여 고다정이 잡고 있던 다리를 빼낸 뒤 마사지를 시작했다.그 순간 여준재는 조금 전 따지려는 기색은 전혀 없이 온통 고다정에 대한 걱정뿐이었다.고다정은 그의 심각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마음속에 작은 죄책감이 밀려왔다.사실 아주 잠깐 쥐가 난 게 아니라고 인정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하지만 고다정은 이내 그 충동을 억눌렀다. 자신이 인정하면 여준재는 그녀를 더 질책할 뿐이었다.잠시 후, 여준재는 고다정의 앓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옆을 돌아보며 물었다.“이제 안 아파요?”“엇, 이제 안 아파요. 고마워요, 여보!”잠시 멈칫하던 고다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준재를 향해 애교를 부렸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못 말린다는 표정이었다.“내가 다정 씨 아끼는 거 알고 일부러 쥐 난다고 속인 거죠?”이 말을 듣고도 고다정은 아까의 속임수가 들통났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녀는 여준재를 향해 빙그레 웃더니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다시 애교를 부렸다.“당신이 무섭게 구니까 그렇죠. 앞으로는 말 잘 듣겠다고 약속할게요”“약속해 봤자 소용없어요. 더는 안 믿어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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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안 낳을래
#결국 여준재는 고다정을 산으로 보내지 못했고 두 여자의 만남도 막지 못했지만 둘만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두 자매는 이에 대해 상당히 분개했지만 이길 수 없으니 얌전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달이 지나갔다.임은미의 예정일이 다가오는 데다 배가 너무 불러오는 것을 본 채성휘는 불안한 마음에 미리 병원에 입원시켜 출산 준비를 했다.병원에서 지내면서 매일 출산하는 임산부들을 보고, 그 임산부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임은미는 갑자기 겁이 났다.이날 고다정이 보러 온 틈을 타 임은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친구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정아, 나 출산할 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지난 이틀 동안 내가 본 임산부들은 다 너무 힘들어했어!”“너무 겁먹지 마.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난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고다정은 임은미가 긴장한 것을 알고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예전에 그녀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때는 지금처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제왕절개 수술비도 마련하지 못했기에 힘들게 분만할까 봐 겁이 났다.생각에 잠긴 그녀는 절친한 친구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조언했다.“불안하면 그냥 제왕절개 해. 수술하고 나면 조금 아플 뿐이야.”“안 돼. 제왕절개 한 임산부들 봤는데 의사들이 얼마나 무정한지 몰라. 수술 후 임산부 상처를 손으로 세게 쥐어짜는 거야. 그걸 보는데 내가 다 아프더라.”임은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하며 이틀간 병원에서 관찰한 걸 고다정에게 말해주었다.고다정은 무서워하는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의사의 관점에서 말했다.“의사들은 임산부에게 상처를 눌러서 고문을 하는 게 아니라 상처에 피가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처를 짜는 거야. 근데 그걸 참을 수 없으면 자연 분만하는 게 낫지. 나도 준이, 윤이 낳을 때 자연분만을 했는데 잘 낳았어. 다만 분만 전에 많이 걸으면 도움이 될 거야.”고다정은 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고 임은미는 아주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들었다.마지막에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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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산모와 아이 모두
3시간이 지나도 임은미는 분만실에서 나오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던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고통의 울음소리로 변해갔다.처음 낳는데 쌍둥이고 두 아이 모두 발육이 잘 되었지만 그녀는 왜소한 체격에 결국 난산을 겪었다.3시간이 또 지났지만 임은미는 여전히 분만에 성공하지 못했다.그동안 조산사는 임은미에게 제왕절개로 전환하자고 여러 번 제안했지만 임은미는 거절했다.아직 힘이 남아 있으니 순조롭게 분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어쨌든 그녀는 배를 가르는 수술은 하지 않을 것이다!임은미가 분만실에 머무는 동안 일행은 내내 문밖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채성휘와 임은미 부모님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고다정도 걱정이 앞섰다.몇 시간이 지난 터라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안 되겠어, 내가 들어가서 은미를 설득할게요.”결국 그녀가 굳어진 표정으로 나서며 말했다.이를 본 임은미 부모님은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동의하지 않았다.“너도 임신한 몸으로 들어가기엔 좀 그렇지. 내가 갈게. 내가 가서 저 망할 계집애를 설득해 볼게!”담은자는 그렇게 말하고 간호사에게 분만실 입실 신청을 하려던 참이었다.그렇게 그녀가 가려는 순간, 안쪽에서 분만실이 열리며 조산사 한 명이 힘없는 얼굴로 분만실에서 나오며 말했다.“임은미 씨 가족분 계시나요?”“네, 우리 은미한테 무슨 일 있나요?”임근수 부부와 채성휘는 곧바로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고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큰일은 아닌데 지금 산모의 자궁 입구가 좁고 쌍둥이를 품고 있어서 순산하기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이미 몇 시간이 지난 탓에 순산을 위한 최적의 시간도 지났습니다. 가족분들이 들어가서 임은미 씨가 제왕절개를 선택하도록 설득하셔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자연 분만을 고집하면 아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우리도 방금 그 얘기를 하면서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릴 참이었어요. 그렇다면 제가 같이 들어갈게요.담은자는 이렇게 말하며 조산사와 함께 분만실로 향했다.이를 본 하지유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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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집안에 물려줄 왕좌라도 있나
임은미는 병실에서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옆에 있던 아기 침대에는 갓 태어난 원숭이처럼 피부가 붉고 작은 두 여자아이가 누워 있었다.고다정은 아이를 살펴 보고 여준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몇 시간 동안 서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조금 지친 상태였기도 했고 병실에 있어봤자 복잡하기만 할 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그렇게 고다정이 떠나고 병동에는 임은미 부모님과 채은호 부부만 남게 되었다.채성휘는 당연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기의 출산 절차와 검진 때문에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가 돌아왔을 때 그의 부모님은 없고 임은미 부모님만 표정이 좋지 않은 채 병실에 계셨다.“아저씨, 아주머니, 저희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그가 떠보듯 묻자 담은자는 임근수를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 옆에 누워 두 손녀의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작거렸다.임근수는 당연히 아내가 미래 사위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채은호 부부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을 생각하니 울컥 화가 치밀었다.그동안 채성휘가 그들 앞에서 했던 행동을 생각하며 두 가문 사이에서 오고 갈 채성휘와 제대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성휘, 자네 나랑 잠깐 나가지.”말을 마친 그는 채성휘를 지나쳐 병실을 나갔고 이를 본 채성휘가 곧장 따라갔다.두 사람은 복도 끝에 있는 발코니로 갔다.채성휘는 임근수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속으로 불안해했다.“아저씨, 하실 말씀 있으세요?”“하나만 묻지. 아까 분만실 앞에서 한 말 진심인가?”임근수 역시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당황하던 채성휘는 임근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진심이죠. 은미 씨는 이미 저를 위해 자식을 둘이나 낳았으니 그만하면 됐어요.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이 말을 듣고 무표정하던 임근수의 얼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더니 이렇게 말했다.“자네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것 같은데 자네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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