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578 챕터
제41화
“혜인아.”이준혁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다. 오늘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인 경험을 처음 하게 된 윤혜인은 이준혁이 이름을 불러주자 갑자기 코끝이 찡해져서 모든 걸 뒤로하고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하마터면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이는 다시는 이준혁을 못 보게 될 뻔했다. 이준혁이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뱃속의 아이는 그의 핏줄인데 윤혜인은 그 사실을 그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죽을 뻔했다.다시 생각해 보니 뱃속의 아이도 이준혁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권리가 있다!“준혁 씨…”윤혜인이 말을 꺼내려던 순간, 병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고 임세희가 다급하게 들어왔다.“혜인 씨, 몸은 좀 어때요?”임세희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저랑 준혁 오빠가 법원으로 가려고 했다가 혜인 씨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윤혜인은 멍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뜨겁게 뛰고 있던 심장은 단 일초만에 차갑게 식었고 반짝이던 눈빛마저 빛을 잃었다.‘그래, 내가 왜 잊고 있었지? 우린 곧 이혼할 사이인데… 왜 그런 허튼 환상에 빠졌을까? 조금 전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어.’“넌 왜 들어왔어?”이준혁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었고 눈빛마저 다소 차가웠다.“준혁 오빠, 밖에 너무 추워. 내가 오늘 좀 얇게 입어서 도무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어…”임세희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고 윤혜인은 그제야 그녀가 하얀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상대방은 이미 혼인신고를 위해 드레스까지 입었는데 윤혜인은 눈치도 없이 혼자 설레고 있었던 것이다.윤혜인은 더 이상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혜인 씨,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임세희가 윤혜인에게 다가가며 걱정하는 척 가식을 떨었지만 눈빛만큼은 분노에 들끓었다.아침 일찍부터 예쁘게 치장한 임세희는 2주 전에 맞춤 제작한 드레스 같은 원피스를 꺼내 입었고 오늘 예쁜 모습으로 이준혁과 혼인신고를 하려고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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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임세희는 기세 등등한 여자를 상대로 당연히 질 수가 없었다. 어차피 궁상맞은 윤혜인이 대단한 인물과 알고 지낼 리가 없을 테니까.임세희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오만하게 물었다.“아주머니는 혜인 씨와 무슨 사이죠?”“나?”코웃음을 치던 문현미가 고개를 돌려 아니꼬운 눈빛으로 임세희를 쳐다보며 대답했다.“난 혜인이 시어머니야!”병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문현미의 얼굴을 그제야 확인한 임세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이 늙은 여자가 왜 여기 있지?’문현미가 임세희를 날카롭게 째려보자 깜짝 놀란 임세희가 얼른 이준혁 뒤로 몸을 숨겼고 이준혁이 입술을 오므리다가 물었다.“엄마, 왜 갑자기 귀국하셨어요?”“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장면도 보지 못했겠지! 와이프가 다쳤는데 위로 한마디도 없이 거기서 애인이랑 애정행각 나누기 바쁘다니. 내 배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놈이 나온 거야? 남의 가슴에 칼이나 꽂고 말이야.”문현미가 코웃음을 치며 아들을 사정없이 나무랐다. 애인이라고 칭하는 문현미의 말에 임세희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가 이내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저 늙은이가 예전부터 그녀를 싫어했는데 오늘은 아예 대놓고 그녀를 모욕하다니.임세희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저 임세희예요. 저희 아빠는 임요한인데 혹시 저를 잊으신 건가요?”“세희? 네가 임씨 집안 딸이야?”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문현미가 물었다. 임요한의 이름이 언급되자 문현미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 듯했고 그 모습에 임세희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네, 제가 어릴 때…”하지만 임세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현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내 기억으론 임씨 집안은 학자 가문으로 교양이 넘치고 가풍이 올발랐던 거 같은데… 그런 분들이 키워낸 딸도 당연히 훌륭하겠지. 염치도 없이 유부남 몸에 그렇게 찰싹 달라붙는게 아닌!”문현미의 한마디에 임세희 얼굴의 미소가 그대로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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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전까지는 허약한 척 연기한 거였지만 지금의 임세희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그녀는 막말을 하는 저 늙은 여자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분명 서울에서 모든 사람이 알아주는 명문 가문 규수인데 오늘 계속 저 늙은 여자에게 애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다니.그뿐만 아니라 문현미는 분명히 임세희를 알아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모른 척하고 있었기에 임세희는 더욱 짜증이 났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이준혁에게 살짝 기대며 허약한 목소리로 울먹였다.“아주머니, 아주머니께서 오해하신 거예요, 전…”“세희 양, 본인 입으로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네. 그리고 앞으로도 똑똑히 기억해둬. 가정이 있는 남자와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게 기본적인 사회 예의라는 걸!”말을 하던 문현미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준혁의 팔을 잡고 있던 임세희의 손을 째려보았고 깜짝 놀란 임세희가 재빨리 손을 놓았다. 눈치 빠른 이준혁이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쯤 바닥에 넘어졌을 것이다.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세희가 많이 아프니 그런 말투로 얘기하지 마세요. 세희가 놀래요.”이준혁은 임세희를 등 뒤로 보호한 채 든든한 장벽 마냥 그녀를 향한 모든 공격을 막아냈고 조용히 이를 지켜보던 윤혜인은 붉어진 눈시울로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윤혜인은 자신이 이제 충분히 적응됐다고 여겼는데 저런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 마음이 여전히 너무 아팠다.그녀는 이미 저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게 이준혁을 놓아줬는데 왜 이준혁은 굳이 그녀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를 저토록 감싸는 걸까?팍!문현미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더니 이준혁을 노려보았다.“저 여자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해도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넌 병실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네 와이프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긴 했어? 혜인이가 네 할아버지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을 도로 가져오기 위해 어떤 사투를 벌였는지 알기나 해? 도둑놈이 휘두르는 칼에 찔리고 마취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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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문현미는 아무 말도 못하는 윤혜인을 보며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네가 내 며늘아기라는 걸 알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를 거야. 이남주 그 계집애는 맨날 여기저리 돌아다니느라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거든. 난 내 며느리가 너처럼 단아하고 착한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꿈에서까지 바랐어. 그런데 하늘이 이렇게 내 소원을 들어줄 줄은 몰랐네.”문현미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윤혜인도 그녀의 바람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발그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어머님.”“아이고, 그래, 우리 착한 며느리.”환하게 웃던 문현미가 손목에 끼고 있던 옥팔찌를 빼더니 윤혜인에게 건넸다.“내가 이 옥팔찌를 40년 동안 차고 있었어. 이젠 너에게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아… 아니에요! 이 선물은 너무 귀중한 거라서 전 받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는…”‘이준혁과 곧 이혼할 사이입니다.’그녀는 남은 말을 입 밖에 꺼내려고 하다가 괜히 문현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문현미가 윤혜인의 손을 꼭 잡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네가 손으로 칼을 막았을 때 난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어. 네가 얼마나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으면 위험이 닥쳤을 때 저렇게 강인한 눈빛이 나올 수 있었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난 그 순간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내 마음을 거절하지 말고 엄마가 앞으로 널 사랑해줄 수 있게 해줘.”문현미의 말에 꽁꽁 얼어붙었던 윤혜인의 마음이 따듯하게 녹아내렸다. 아빠 엄마가 없는 윤혜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철이 든 모습을 보였으며 작은 몸으로 연세가 높은 외할머니를 지켰다.그러다가 나중에 이준혁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이 소중한 인연을 조심스럽게 유지하느라 사랑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보호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이렇게 따듯한 거였구나…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이 울먹이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님.”이때, 병실 문이 열렸고 이준혁이 걸어 들어왔다.그가 다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윤혜인이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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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아까는 조금 아팠는데 이제는 별로 안 아파요.”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했지만 사실 조금의 거짓말이 섞여 있었다. 마취없이 봉합한 상처는 조금이 아니라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물론 이준혁도 조금이라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아픈 걸 제일 무서워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며 잠자리에서 첫경험을 할 때도 그녀가 너무 아파해서 꽤 힘들었었다.그래서 이준혁은 그녀와 잠자리를 할 때마다 그녀가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뤘다.그랬던 지금의 윤혜인은 창백한 얼굴에 머리까지 식은땀으로 젖어서 너무 병약해 보였고 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목이 메었다.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윤혜인은 그런 이준혁을 보면서 그가 이혼을 못해서 이렇게 화가 난 줄로 착각했다. 그녀가 지금 손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는데 이 상태로 본가로 가면 할아버지가 걱정할 것이 뻔하기에 일단 손이 좀 나으면 붕대를 풀고 본가에 가서 문현미에게 사실대로 설명할 생각이었다.“걱정하지 마요. 제 손이 심하게 다친 것처럼 보여도 빨리 나을 거예요. 손에 감긴 붕대만 풀면 바로 어머님에게 설명할 테니 너무…”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고 턱에 그녀의 머리를 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조금만 이러고 있자.”윤혜인은 넋이 나가버렸다. 이준혁이 그녀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지만 이내 자신을 비웃었다.그가 임세희를 애지중지 아끼는 모습을 그렇게 여러 번 목격하고도 어떻게 이런 착각을 계속 하는 걸까? 만약 그때 당시 임세희가 외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모든 게 우연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윤혜인은 우연히 할아버지의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우연히 이준혁과 함께 하게 되었다.반려동물을 키워도 2년이면 정이 들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윤혜인은 말까지 통하는 사람이니 이준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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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이준혁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얌전히 잠이 든 윤혜인을 보며 마음이 따스했고 집에 도착하자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방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주훈이 이준혁에게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그 사람 구치소에서 나왔다고 합니다.”안색이 확 어두워진 이준혁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윤혜인을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한 뒤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조금 뒤, 검은색 고급 외제차가 한 건물 앞에 멈췄다. 이곳은 서울에서 유명한 유흥 업소였다.차에서 내린 이준혁이 정장 단추를 풀며 날카로운 눈빛을 장착한 채 주훈에게 물었다.“정보 읊어봐.”“이름은 강인입니다. 친구와 내기를 했는데 신선한 자극을 느끼기 위해 가방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이 유흥 업소 주인은 그 사람은 부친입니다. 구치소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하여 오늘 오후에 풀려났습니다.”한편, 룸에서 노란 머리 청년이 친구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하고 있었다.“너희들이 못 봐서 그러는데 그렇게 멋있는 계집애는 나도 처음 봤어. 얼굴도 엄청 예뻐. 진짜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겨우 참았다니까. 내가 변호사 몰래 그 여자 전화번호를 외웠어. 두고봐, 나중에 강제로라도 그 계집애를 내 여자로 만들 거야.”쾅!이때, 이준혁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정장 외투를 벗어 비서에게 던지더니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노란 머리 청년을 힐끔 쳐다보며 느긋하게 물었다.“강인?”말이 안 될 정도로 잘생긴 이준혁을 멍하니 쳐다보던 강인이 자신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이곳이 자신의 구역이라는 걸 깨닫고 욕설을 퍼부었다.“빌어먹을, 너 뭐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에 유리 재떨이가 박혀버렸고 강인의 머리에서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강인은 머리를 부여잡고 극심한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젠장, 너 뭐야! 감히 날 때려?”그는 곁에 멍하니 서있던 친구들에게 언성을 높였다.“너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저놈 잡아!”곁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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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이 유흥 업소에는 경호원들이 많았다. 족히 서른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강 사장의 명령에 전부 룸으로 들어섰다.이와 반대로 상대방은 나이도 젊어 보이는 데다가 경호원 두 명에 비서 한 명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점잖아 보이는 비서는 싸움을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강 사장은 승리를 확신하며 사악하게 웃었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경호원들에게 공격하라고 했지만 젊은 남자는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듯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팍팍팍!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강 사장이 정확히 보기도 전에 서른 명이 넘는 그의 경호원들은 이미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그 과정은 5분도 넘기지 않았다.상대방은 두 명이서 서른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을 쓰러트린 것이다.강 사장은 그제야 겁을 먹기 시작했으며 악마를 보듯 이준혁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그의 물음에 주훈이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이분은 저희 이 대표님입니다.”바닥에 던져진 명함을 확인한 순간, 강 사장은 다리에 힘이 풀려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죄… 죄송합니다. 제가 멍청해서 대단하신 분을 몰라봤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희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같은 쓰레기는 상대할 것도 못 됩니다.”“아버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이러면 앞으로 내가 창피해서 어떻게 살아요…”팍!강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 사장이 돌아서서 아들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당장 그 입 다물어!”멍청한 그의 아들은 아직도 자신이 어떤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다!강 사장은 곁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들을 뒤로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준혁에게 말을 건넸다.“제 아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지만 제가 대신 이렇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조용하게 지켜보던 이준혁이 반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사과는 필요 없어요. 오늘 그런 일을 저지른 만큼 당신 아들은 더 이상 손을 달고 다닐 필요가 전혀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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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흠칫 놀란 윤혜인은 이준혁이 언제 들어왔는지 의아했다.유유하게 다가오던 이준혁이 침대 끝에 멈춰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거절해.”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은 그때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도와줄게.”그러다가 윤혜인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음성 메시지를 남기려고 했고 윤혜인이 다급하게 말렸다.“잠깐만요! 지금 제 핸드폰으로 뭐 하려는 거예요?”“네가 말을 못하겠다면 내가 너 대신 거절해 준다고.”이준혁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윤혜인은 화를 참으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이 사람은 제 대학교 선배예요. 제가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그냥 가볍게 저를 걱정해줬을 뿐이라고요.”“이 남자랑 밥 먹지 마.”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싫어요.”본인은 임세희랑 다정하게 안고 스킨십을 마음대로 하면서 그녀는 왜 이준혁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더군다나 그녀와 한구운은 그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상적인 왕래밖에 없는데 말이다.이준혁은 겉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만은 매우 차가웠으며 이를 꽉 깨문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시 한번 말해봐.”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의 모습에 화가 났다.“존중이라는 걸 알기나 해요? 우린 이제 이혼할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사회생활을 간섭하는 건데요?”“네가 이혼하고 싶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이준혁이 콧방귀를 뀌면서 묻자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담아두고 있었던 건 분명 이준혁이고 지금까지 그녀를 대체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따져 묻는 거지?화가 잔뜩 난 윤혜인은 변명하기도 싫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그녀를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누가 먼저 변심했는지 따지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다.“정말이야?”이준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이준혁 씨, 우리는 곧 이혼할 사이예요.”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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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이준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윤혜인의 턱을 더 높게 들어올리더니 각도를 바꾸어 조금의 틈도 벌어지지 않게 더욱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는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꾹 다문 윤혜인의 입술을 조금씩 벌리고 있었다.너무 뜨거운 이준혁의 입술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고 그녀의 작은 행동에 자극을 받은 이준혁은 더욱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다. 윤혜인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너무 놀라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이준혁은 도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임세희인데, 왜 그녀의 마음을 자꾸 흔들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는 걸까?입가에서 짠맛이 느껴지자 거칠게 밀어붙이던 이준혁의 행동이 살짝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귓볼에 살짝 입을 맞추다가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살짝 갈라진 이준혁의 목소리에 흠칫하던 윤혜인은 더욱 울고 싶어졌다.그녀는 이게 무슨 시그널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준혁이 그녀의 몸을 원하고 있다…“계속 반항할 거야?”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정말 그녀를 덮칠까 봐 감히 그를 자극하지 못했다.“날 화나게 하지 마.”계속되는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명령하듯 말했다.“날 봐.”이준혁의 손가락에 얼굴을 꿈쩍도 할 수 없었던 윤혜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쳐다보았고 조금 전에 너무 거칠게 입을 맞춘 이준혁 때문에 그녀의 입술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촉촉한 윤혜인의 입술을 쳐다보던 이준혁은 또다시 참기 힘들었다.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의 갑작스로운 반항이 이준혁의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윤혜인이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그녀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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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윤혜인의 눈가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몸을 격하게 떨면서 흐느끼던 그녀는 이준혁에게 욕을 퍼부었다.“이준혁, 이 나쁜 놈,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맨날 날 괴롭히기나 하고…”순간, 심장이 저릿한 이준혁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그 행동에 윤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이준혁은 그녀를 뭘로 생각하는 걸까?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서럽고 분한 마음이 북받쳐 오른 윤혜인은 훌쩍거리면서 물었다.“날 사랑해요?”이준혁의 입술이 흠칫 떨렸고 어두워진 눈빛은 그대로 굳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침묵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를 10년이나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단 일말의 마음도 주지 않았다.손에 부상을 입은 탓에 힘을 줄 수 없었던 윤혜인은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이준혁의 턱을 꽉 물어버렸다.“쓰읍!”갑자기 느껴진 통증에 이준혁이 숨을 들이마셨고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놔.”입을 벌려 그를 놔준 윤혜인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지만 눈물은 계속 줄줄 흐르고 있었다.이준혁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윤혜인을 보며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반항한다고 여겼다.화가 치밀어 오른 이준혁은 결국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안 건드릴 테니까 그만 울어.”말을 마친 이준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섰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윤혜인은 심장에 구멍이 뚫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었으며 참다못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위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너무 메스꺼워서 그녀는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이준혁은 임세희를 찾으러 갔겠지? 그 여자야말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의 유일한 가치는 2년 동안 바쳐온 이 몸뚱어리밖에 없으니까…윤혜인은 소리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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