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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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그 말을 들은 서유는 귀까지 붉어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가혜야, 사실은... 그게..."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자신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가혜가 알게 된다면 그 성격에 가면남을 찾아가서 따지고 들게 뻔했다. 가혜는 옛날에 제가 송사월에게 맞은 것을 알고 나서 그 밤에 송사월을 죽여놓겠다고 표를 사 부산까지 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때 송사월에게 맞은 뒤로 심장이 계속 안좋았다는 말도 아직까지 못했다.서유가 말하길 망설이자 가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왔다."설마 이승하처럼 너랑 결혼은 하기 싫고 연애만 하겠다는 건 아니지?""아니야 그런 거.""그럼 뭔데?"서유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더는 숨기기 힘들 것 같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서유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가혜는 성폭행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차를 세웠다."뭐라고?!""지금 성폭행이라고 했어?"가혜는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걸까 봐 다시 한번 되물었지만 서유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경찰서 가자, 지금."가혜는 팔까지 걷어붙이고 당장 경찰서로 가자며 운전대를 잡았다. 서유는 그런 가혜를 애써 말리며 말했다."나도 신고해 봤어. 근데 그걸론 증거가 부족하대. 그리고 나 약점까지 잡혀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어...""무슨 약점?"서유는 임태진이 자신을 협박했던 일도 하나하나 말해주었다."어쩐지 임태진이 사람을 많이 데려왔다 했어. 너 협박하러 온 거였어?"모든 사실을 알게 된 가혜는 그저 서유에게 많이 미안했다."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겪지도 않아도 될 일을..."가혜는 조심스런 손길로 많이 지쳐 보이는 서유의 볼을 쓰다듬었다.서유는 예쁘장한 얼굴 때문에 예전부터 변태가 참 많이도 꼬였었다. 학교 다닐 때는 누가 작업 걸거나 스토커가 붙은 것 같은면 항상 저나 송사월에게 말했었는데 이젠 그냥 묵묵히 혼자 감당했다. 그게 자신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임을 알기에, 너무 잘 알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서유야, 다음부터 이런 일 있으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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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가혜는 아직도 서유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트로 가는 내내 가면남을 만날 때 연장부터 챙겨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가혜는 이를 악문 채로 말을 뱉었고 운전대를 잡은 손도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하얗게 질려있었다. 서유는 가혜가 운전대부터 뜯어낼까 조마조마하며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운전 조심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렇게 쉴 새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금세 마트에 도착했다.둘은 식재료들을 한 아름 사고서는 다시 집으로 차를 돌렸다. 집에 돌아와서 막 저녁을 하려고 주방으로 향할 때 강은우가 문을 두드렸다.강은우는 서유와 짧게 인사를 하고 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가혜가 들고 있던 칼을 받아들었다."나가서 티비라도 좀 봐.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강은우의 다정함에 가혜의 입꼬리도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올라갔다. "네가 요리를 잘하긴 해. 그럼 오늘은 너가 해."가혜는 은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 어번 두드리고는 서유를 데리고 거실로 갔다. 티비를 켜자 지치지도 않는지 재방송 중인 JS그룹과 동아그룹의 정략결혼 기사가 보였다.티비를 보고 있던 가혜는 이승하의 팔짱을 낀 여자가 서유와 어딘가 닮아 보였다. 아니, 닮아도 너무 닮은 그 모습에 가혜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서유야, 저 여자..."순간, 가혜는 무언가를 알기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어쩐지 이승하가 서유한테 강제로 싸인을 시키더니... 그게 서유를 대타로 내세우기 위해서였구나.아마도 서유가 이승하에게 버림받은 것뿐만 아니라 이용까지 당한 듯싶었다.5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한 결과가 이런 거라니.가혜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봤다. 어쩐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그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서유야,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가혜는 손을 들어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생각했다.이미 자신이 대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서유는 그냥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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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주방 문의 방음 효과는 꽤 괜찮았다. 그 한마디만 어렴풋이 들리고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강은우는 안영 그룹 영업팀 팀장으로 고객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상대를 자주 “자기”라고 부르는 것도 정상이었다.그러나 “너무 잦아서 들키기 쉽다”는 말은 뉘앙스가 이상했다.서유는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서유의 청초한 얼굴에 강은우는 잠깐 얼어붙었다.“서, 서유 씨...”강은우는 잠깐 흠칫하더니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고객님이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대량 반품하겠다네요. 전화 와서 저한테 처리하라고 하는데 저도 회사 쪽에 반품 신청을 해야 하거든요? 이걸 다 해결해야 갈 수 있어서 지금 제발 시간을 좀 달라고 사정하는 중이었어요...”그럴듯한 변명이었지만 “너무 잦아서 들키기 쉽다”는 말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직접 따져 물을 생각이 없었던 서유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저한테 뭘 그렇게 많이 설명해요? 전 은우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도 못했는걸요?”강은우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풀렸다.“전 혹시라도 서유 씨가 오해할까 봐 걱정돼서 잘 설명할 생각이었을 뿐이에요.”서유는 식판을 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제가 문을 열려고 할 때 은우 씨가 마침 문을 열었거든요. 엄청난 우연이죠?”서유는 식판을 냉장고 안에 넣었고 강은우는 그제야 모든 의심이 풀렸다.서유는 주방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려고 한 것뿐이지, 일부러 그의 통화 내용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닌 듯했다.강은우는 “그러게요”라고 짧게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고개를 돌려 강은우의 뒷모습을 눈에 담은 서유는 어쩐지 불안했다.그녀는 이 사실을 정가혜에게 알려야 할지 주저했다. 정가혜는 강은우를 많이 사랑했고 그만큼 그를 많이 믿었다.만약 그녀에게 이 일을 알린다면 어쩌면 그들의 감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얘기하지 않는다면 또 친구인 그녀에게 미안했다.서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정가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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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정가혜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서유야, 기억해. 넌 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본 내 동생이야. 내 가족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했다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금까지 네게 보여줬던 진심이 헛된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서유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정가혜는 서유를 굳게 믿었기에 서유가 경솔했다고 탓하지 않았다.서유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잘 자라는 이모티콘을 보내고서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마음 편히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십여 통의 부재중 전화 때문에 잠에서 깬 서유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베개 아래서 휴대전화를 꺼냈다.“서유야, 깨어났어?”김시후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 서유는 다소 힘겹게 눈을 떴다.“무슨 일 있어?”“몸은 좀 나았어?”서유는 짧게 “응”이라고 대답했다.김시후는 그녀의 냉담한 태도에 조금 낙담했지만 이내 감정을 추슬렀다.“서유야, 오늘 저녁 화진 그룹에서 축하 파티를 주최하는데 내 파트너로 참석해 줄 수 있어?”서유는 당황하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난 가고 싶지 않아.”그녀의 거절에도 김시후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말했다.“날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와주면 안 돼?”서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비서님이 챙겨주면 되지 왜 날 꼭 부르려는 거야?”김시후는 온화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김 비서가 작은 실수를 해서 내가 부산으로 내려보냈거든.”서유는 김시후가 입찰이 끝나면 부산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김시후는 돌아가기는커녕 본인의 비서만 돌려보냈다.서유의 예쁜 미간이 서서히 구겨졌다.“부산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거야?”그녀의 질문에 김시후의 실망이 깊어졌다.“내가 부산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서유는 당연히 그가 빨리 돌아가길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에게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서유는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김시후에게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 얘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김시후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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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서유는 자신을 비웃더니 시선을 거두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김시후를 바라봤다.“축하 파티는 어디서 하는데?”“로얄 호텔.”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이었다.화진 그룹에서 축하 파티를 주최하는 이유는 서부 개발 프로젝트를 따냈기 때문이다.비록 서부 개발 프로젝트일 뿐이지만 화진 그룹에 있어서는 이로써 서울에서 발전할 기반을 다진 셈이니 당연히 축하해야 했다.서유는 김시후가 자신을 데리고 곧장 호텔로 향할 줄 알았으나 그는 그녀를 데리고 블루 백화점으로 향했다.그리고 예상대로 맞춤 제작 드레스샵으로 향했다. 다른 점이라면 김시후가 그녀에게 10벌의 맞춤 드레스와 가방과 액세서리 따위를 선물했다는 것이다.서유는 직원이 비싸고 럭셔리한 종이백을 트렁크 안에 넣는 걸 보고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택배비 엄청 비쌀 텐데.”김시후는 차 문에 기대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음번에는 환불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또 한 번 날 응대하라고 할 테니까.”거절하지 말라는 듯 단호한 태도에 서유는 당황했다.예전에 송사월도 그랬다. 그녀에게 선물을 주면서 거절하지도, 환불하지도 못하게 했다.송사월은 겉보기에는 온화하고 다정했지만 사실은 아주 집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자기가 한 말은 꼭 지켰고 집착도 강했다.서유는 정말로 김시후를 계속 응대하게 할까 봐 말을 아꼈다.이것들은 그녀가 죽은 뒤에 정가혜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할 생각이었다.김시후는 그녀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파티장으로 들어가기 전, 김시후는 그녀에게 팔짱을 끼라고 했다.서유는 그를 힐끔 보았다가 마지못해 그의 팔짱을 꼈다.김시후는 고개 숙여 그녀의 손을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파티장 안의 사람들은 김시후가 파트너를 데려온 걸 보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들의 축하해주는 분위기에 김시후의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심지어 눈빛마저 한결 부드러웠다.파티장은 아주 컸고 인테리어는 호화로웠다.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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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서유는 떠오르는 생각들에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혹시라도 김시후가 볼까 봐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김시후가 건네준 우유를 조금씩 마셨다.우유를 마시는 서유의 모습에 김시후의 깨끗하고 청초한 얼굴 위로 감출 수 없는 웃음기가 드러났다.서유는 이번에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그가 건네준 우유를 마셨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가 사실은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시후는 눈길 한 번 떼지 않고 조용히 서유를 바라보았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그렇게 넋이 나간 듯 서유를 쳐다봤다.서유가 우유를 다 마시고 나서야 김시후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떼며 티슈로 서유의 입가를 닦아줬다.조명이 어둡긴 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김시후의 애정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처음에는 서유가 그저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김시후가 좋아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일부 임원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몰래 사진을 찍었다.김시후가 입가를 닦아주자 서유는 조금 불편했다.그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를 난처하게 만들 수는 없어 결국엔 참았다.김시후는 서유가 여전히 자신을 거절하지 않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그는 서유 대신 입가를 닦아준 뒤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물었다.“우리 형 만난 적 있어?”그는 서유가 자신을 이렇게 밀어내는 이유가 형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서유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똑똑히 물어볼 생각이었다.서유는 미간을 구겼다.“형이 있다고?”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김준혁이라고 예전에 화진 그룹 대표였어. 몰라?”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화진 그룹과 관련된 기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김준혁을 알 리가 없었다.김시후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서유는 그의 형이 누군지 몰랐다. 그렇다는 건 김준혁이 그녀를 찾아간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김준혁이 김시후의 이름으로 서유를 괴롭힌 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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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임태진을 본 순간 서유는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두려움과 긴장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쳐왔다.“임, 임 대표님...”겁을 먹은 서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목소리도 떨렸다.임태진은 그녀의 겁먹은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서유 씨, 오랜만이네.”서유는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임 대표님, 무슨 일로 절 찾으러 여자 화장실까지 오셨죠?”임태진은 살짝 웃은 듯했다. 그리고 그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별거 아니야. 그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그는 말을 마친 뒤 마스크를 벗어 십여 바늘로 꿰맨 자신의 입을 보여줬다.촘촘한 바느질 자국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 서유는 겁을 먹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건지 서유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이리 와.”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다가가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돌려 옆 화장실로 달려갔다.그러나 임태진의 뒤에 있던, 손에 야구 배트를 든 경호원 두 명이 곧바로 그녀를 뒤따랐다.그들은 서유의 앞길을 막더니 양쪽으로 그녀의 팔을 고정해서 그녀를 임태진의 앞으로 데려갔다.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한 서유는 아주 굴욕적인 자세로 임태진의 발치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서유 씨, 여전히 도망을 잘 치네.”임태진은 음험한 얼굴로 웃더니 고개를 숙여 서유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임태진은 소름 끼치게 웃더니 험악한 눈빛으로 서유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서유 씨 덕분에 난 이제 팔도 다리도 못 써. 심지어 입까지 이 꼴이 됐지. 내가 서유 씨한테 어떻게 감사해야 할까?”임태진은 마지막 한 마디를 씹듯이 내뱉었다. 마치 서유를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서유는 그의 모습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임, 임 대표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모르겠다고?”임태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미소가 더욱 오싹해졌다.“서유 씨가 나한테 계약서를 넘긴 날, 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어. 그들 중에서 리더는 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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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서유가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임태진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무릅쓰고 구두를 들어 발끝으로 서유의 턱을 쳐들었다.“천박한 년! 내가 지금 이 꼴이 된 건 다 네가 사람을 시켜서 한 짓 때문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어?”서유는 조금 전 임태진의 노여움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러나 억지로 고개가 들려 그를 보게 되었을 때, 그제야 임태진의 눈빛에서 활활 불타오르는 분노를 보아냈다.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겁이 났지만 지금은 겁먹을 때가 아니었다. 서유는 냉정해지려고 이를 악물며 애썼다.“임 대표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전 사람을 시켜 임 대표님을 해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면을 쓴 남자도 몰라요...”서유가 그 남자를 시켜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임태진이 의심한다고 해도, 그 남자와 아는 사이라는 걸 인정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서유는 그 남자에게 임태진을 혼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었다. 그녀 역시 이튿날 기사를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리고 서유 또한 피해자였다.“모른다고?”임태진은 시치미를 떼는 서유의 모습에 음험하게 웃었다.“하하...”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에 서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주먹을 쥐더니 이를 악물고 부인했다.“그 가면을 쓴 사람이 임 대표님을 공격했다는 건 절대 평범치 않은 인물이란 걸 의미합니다. 저 같은 출신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알겠어요...”임태진은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간 채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예전처럼 말은 잘하네. 하마터면 또 믿을 뻔했어. 하지만 이번에는...”그는 잠깐 뜸을 들였고, 노여움 가득한 눈빛에서 순간 지독함마저 뿜어졌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는 그 한마디를 내뱉은 뒤 서유를 힘껏 걷어찼다.발에 차여서 바닥에 쓰러진 서유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이 야구 배트로 서유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엄청난 통증이 등에서 천천히 퍼져나갔다. 너무 아픈 나머지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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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아팠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호흡하는 것마저 힘겨울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임태진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는 두 경호원에게 명령해 서유를 세면대 쪽으로 밀치고는 음흉한 얼굴로 웃으며 두 경호원을 바라보았다.“내가 유일하게 아쉬운 게 너랑 자지 못했다는 거야. 하지만 현장에서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도 꽤 자극적일 것 같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그 말은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보다 더 살벌하게 느껴졌다.서유는 등 뒤의 상처도 신경 쓰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임태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임 대표님, 전 정말 그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몰라요. 그리고 왜 최경욱 부대표님 얘기를 꺼낸 건지도 모르겠고요...”서유는 이 악물고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 얘기한다면 임태진은 정말로 경호원들에게 그녀를 강간하라고 할 것이니 말이다.임태진은 그저 이런 방식으로 서유에게 가면 쓴 남자가 누군지 얘기하라고 압박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살길이 있었다.임태진은 서유가 아주 똑똑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대로 겁을 주지 않는다면 서유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두 경호원을 향해 턱짓을 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벗겨!”경호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서유의 옷을 벗겼다.겁을 먹은 서유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두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그들은 양쪽으로 서유의 팔을 잡고 그녀를 세면대 위에 엎드리게 했다.“꺼져! 내게 손대지 마!”서유는 미친 듯이,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그러나 그녀가 반항할수록 임태진은 더욱 흥분했다.“빨리, 빨리 해!”“임태진 씨,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이거 놔요!”서유는 유일한 카드를 쥐고 이를 악물며 분노에 차서 임태진을 향해 소리쳤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우선 해버려. 해버려서 단단히 혼쭐을 내.”임태진은 예전에도 서유랑 자고 싶었지만 서유의 말발에 넘어가서 몇 번이나 그녀에게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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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임태진을 향한 김시후의 시선은 섬뜩했다.“임태진,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어?”김시후는 서유를 안고 임태진 앞에 서더니 그의 휠체어를 걷어찼다.임태진의 팔, 다리는 치료 중이라 힘을 쓸 수가 없었기에 걷어차이자 바닥에 넘어져서 꼼짝하지 못했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바느질로 꿰맨 입으로 음험하게 웃어 보였다.“서유, 정말 대단하네. 김시후마저 꼬드긴 거야? 그러니까 나랑 자지 않으려고 했지...”김시후는 그의 말이 너무 역겨웠다.마치 누군가 그가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더럽힌 것처럼 김시후는 순식간에 집요하고 무시무시하게 돌변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무거운 구두로 임태진의 입을 힘껏 짓밟았다. 그의 입을 으스러뜨리려는 듯 말이다.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에 임태진은 결국 두려움을 느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시후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힘껏 짓눌렀다.서유는 김시후의 모습에 곧장 정신을 차렸다.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송사월이 아니라 김시후였고, 당시 그 또한 그녀의 심장을 이렇게 짓밟았었다.서유가 잠깐 딴생각을 하고 김시후가 임태진을 상대하는 사이, 아무도 그들의 등 뒤로 경호원들이 일어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김시후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경호원에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공격당했다.엄청난 충격에 김시후는 눈앞이 까매지면서 그대로 고꾸라질 뻔했다.그러나 서유가 떨어질까 봐 걱정되어 이를 악물고 버텨서 한쪽 무릎만 꿇었다. 그리고 품 안의 서유가 무사한 걸 보고 그제야 안도했다.“김시후, 괜찮아?”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있던 서유는 손이 축축한 걸 느꼈다. 팔을 풀어서 보니 온통 피투성이였다.서유는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그의 팔을 잡고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너 다쳤어. 우리 얼른 여기서 떠나서 병원에 가자.”서유는 등을 다쳤을 뿐이지만 김시후는 머리를 다쳤다. 치명적인 곳인 데다가 피도 많이 흘렸으니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김시후는 고개를 젓더니 말없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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