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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이승하의 무심한 얼굴이 점점 싸늘해지더니 눈꼬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뼈를 에일 것만 같았다.

그는 손에 들린 와인잔을 내려놓고 차강운 눈을 치켜뜨며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연석은 대담하게 추측했다.

“내 생각에는 형이 조금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으면 임태진이 서유와 잤다고 말했을 때 왜 갑자기 화를 내면서 서유 씨한테 술까지 부은 거예요?”

이연석은 비웃음을 날렸다.

“그 여자가 나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임태진하고 잤다고 하니까 순간 적응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혼 좀 낸 건데 좋아하는 게 돼버린 건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눈가에 서린 차가운 한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무심함과 소외감만 남아 있었다. 마치 그 여자를 혼낸 것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이연석은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형인 이승하는 결벽증 환자였기에 한순간 자기가 만났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연지유가 귀국한 뒤 이승하는 서유와 헤어졌으니 그의 형 마음속에는 대용품일 뿐인 서유는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연석은 더 말하지 않고 손에 들린 와인잔에 술을 한 번에 마신 뒤 일어났다.

“형,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이승하는 대답하지 않고 무심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연석은 어릴 때부터 냉정한 성격인 이승하가 익숙했기에 화도 나지 않았다. 바로 재킷을 가지고 떠났다.

밖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비서는 다급하게 달려와 우산을 들고 그를 차에 탈 수 있게 도왔다. 그는 비서에게 시 중심으로 가 달라고 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는 동안 그는 드레스만 입은 서유가 폭우를 맞으며 길가에서 택시를 잡는 것을 보았다.

작은 키에 체구가 작은 그녀의 마른 몸매에 드레스가 비에 젖어 달라붙으니 더욱 가냘파 보였다.

비에 젖은 머리가 손바닥만 한 그녀의 작은 얼굴에 헝클어져 조금 지저분해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영향을 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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