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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윤구주의 생각을 이해한 고시연은 예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절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말했잖아. 넌 내 하인이라고.”

하인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듣게 되자 고시연의 마음은 괜히 씁쓸한 기분으로 물들었다.

‘그저 하인일 뿐인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의 여자가 되겠어?’

“난 곧 여길 떠날 거야. 그러니 앞으로 서남연맹은 모든 권한을 너에게 일임할게.”

윤구주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뭐?’

“남릉을 떠나신다고요?”

윤구주의 말에 고시연이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응.”

“이미 이곳에 오래 있었어. 그러니 이제 가야지.”

윤구주가 말했다.

그가 남릉을 떠난다는 말에 고시윤의 마음은 갑자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해졌다.

“여길 떠나시면 제가 앞으론 어떻게 연락을 드리죠?”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고시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예쁜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윤구주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하자. 내가 너에게 전화번호를 줄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연락해.”

그렇게 윤구주는 자기 하나뿐인 전화번호를 고시윤에게 남겼다.

유일한 전화번호를 고시윤에게 주고 나서야 윤구주는 입을 열었다.

“이젠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

이만 돌아가라는 윤구주의 말에 고시윤은 괜스레 쓸쓸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녀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시윤은 윤구주의 입에서 그 한마디 말이 나오길 간절히 바랐다.

“오늘 밤 내 곁에 있어.”

하지만 끝내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시윤은 또다시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

그날 밤, 고시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난 고시윤은 윤구주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가 방문을 열었을 때, 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마당을 몇 번이나 찾아봤지만 여전히 윤구주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고시윤은 그대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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