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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한편, 봉황국 연안 인공섬에 있는 김씨 가문의 성.

성벽과 길목 곳곳에 경비원들이 무장한 채 돌아다니며 철통같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은 평범한 성보다는 요새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탁, 탁, 탁….

이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발걸음 소리가 파도와 바람 소리 사이에 들려왔다. 염구준이었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성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야?”

“거기 서!”

“여긴 개인 사유지다.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어! 즉시 왔던 길로 돌아가라! 아니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경비병들이 손에 든 무기의 안전장치를 풀며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겨냥했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뒀던 빚을 받으러 오는 날!

염구준은 수많은 총구를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누구든 내 앞길을 막는 자, 죽음을 선사해주리! 성 입구, 피가 강을 이루었다!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비명도 못 지르고 자리에 즉사했다.

“가,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염구준이 성을 뚫고 들어오는 사이, 상황을 보고받은 두 남자가 김웅신이 있는 후원으로 달려갔다.

“지금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

밀실 안, 가부좌를 틀고 있던 김웅신이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럴 리가 없어!’

김웅신은 믿기지 않았다. 봉황국에 그의 손길과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삼죽문 아래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모두 김웅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어디든 스파이가 있었고 그가 모르는 소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염구준이 이곳에 오기까지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삼죽문 내부에서 불화가 터져 왕종서의 딸이 잡혀간 것도 모자라, 제호 카지노를 지키던 4대 도박왕도 모두 죽었지.”

김웅신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밀실 문을 열고 나갔다. 연달아 일어난 불행,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염구준이 나타다니,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대로 갚아준 건가?”

김웅신이 높이 뜬 태양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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