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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육경원은 참고 있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고 성신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기가 돌았다.

성신영은 더욱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고정남 앞에서 날뛰고, 강유리 앞에서도 도발을 서슴지 않았지만, 유독 이 남자만 두려워하였다.

그가 화난 것을 느낀 성신영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아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고정남은, 성신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무리 그래도, 성신영은 고 씨 집안 사람인데, 이 녀석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눈치를 줘?’

“신영이가 이번 일은 충동적이었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육 실장이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만약 오늘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이 육시준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무기력할까?”

“...”

육경원과 성신영은 이 말을 듣고 한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두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육경원은 얼굴이 굳어진 채 고정남을 쏘아보았다. 성신영은 고정남의 그 한마디에 이내 생각에 빠졌다.

‘만약 육시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남자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언제나 강유리에게 지극정성이었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성신영은 씁쓸한 마음이 다잡으며 육경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자 고정남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협력의 목적은 발언권을 높이고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갖기 위함이지. 안 그래?”

육경원은 말이 없었지만 고정남의 말에 동의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엘르 호텔이 하얏트보다 유명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호텔인 건 맞아. 그리고 육 씨 가문과 고 씨 가문의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주는 사람들인데, 굳이 호텔에 의지해서 체면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런 고급 호텔에서 하객이 별로 못 들어오면 더 웃음거리가 될 거야.”

“...”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고정남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는 상대방을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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