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영은 절망했다. 그녀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몸은 상처로 가득했고 이제는 가려움보다 고통이 훨씬 더 컸다.그녀는 JL빌라 별장의 발코니에 앉아 육경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있었다.멀리 보던 시선이 JL빌라 본채에 닿았다.듣던 말로는 강유리의 신혼집이 은하타운에 있다고 한다.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큰 부자 동네로 JL빌라보다 더 고급스러운 곳이다.그녀가 애써 얻은 것이 다른 사람이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라니.나는 평생 강유리에게 제압당할 운명인가?아니!인정할 수 없어!웹 페이지를 열고 조용히 기다렸다. 육경원은 빠르게 움직였고 곧 파장을 일으켰다.어떤 마케팅 계정은 강유리가 복수를 위해 성신영이 호텔을 예약하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벽새 세트까지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의 유명한 스타일링 팀에게 일일이 언질을 줘서 성신영을 접대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이다.그래서 성신영은 어쩔 수 없이 부적절한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알레르기를 일으켜 결혼식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말이다...방금 성신영의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다.이 상황에 해명했으니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강유리는 오늘 유명해졌고,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일부 안티들은 더욱 반감을 품었다.너무 과시하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눈에 거슬린다고 말이다.그리고 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들은 강유리를 비난할 이유를 찾았고, 이 이유로 비난을 퍼부었다."높은 자리에 오른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렇게 남을 모함하는 거야?""남의 호텔만 예약하지 못하게 한 줄 알았는데 뭐가 더 있었어?""이렇게 독한 여자가 있을 수가.""강유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결혼식도 이렇게 망가졌으면.""..."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이 기사를 반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사진만 진짜고 내용은 다 자기들이 짜낸 거 아님?""웨딩드레스는 미리 준비한 거 아니었나? 못생긴 건 스타일링 팀 문제인데 강유
그녀의 애매한 해명에 온라인상에서는 극과 극의 목소리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이 시각, 은하타운은 평화롭기 그지없다.둥근 달이 높이 걸려 있고, 캄캄한 하늘에는 별 몇 개가 수놓아져 소리 없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호수 중앙에 위치한 이 별장은 밝고 화려하다.밝은 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꿈결처럼 아름다웠다.안방.스모키 핑크 슬립으로 갈아입은 강유리의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 갸름한 어깨가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광채를 뽐내고 있다.그녀는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창문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육시준이 욕실에서 나오자 날씬한 그녀의 뒷모습만 보였다...강유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신비한 미소를 지었다. "여보, 오늘 밤에도 일할 거예요?"육시준은 웃었다. "당신 보기에는요?"신혼 첫날밤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눈앞에 있는데 정상적인 남자라면 일할 마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요. 예전에는 늘 바빴으니까.""오늘 밤은 하나도 안 바빠요."그러자 강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잘됐네요! 우리 의미 있는 일을 해요!"육시준은 낮고 섹시한 목소리로 동의했다.머리를 말리고 정리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온 그는 강유리 앞에 놓인 물건 더미를 봤다.그는 잠시 멈칫하고 그녀의 손에 쥐어진 물건을 쳐다보았다."당신이 말한 의미 있는 일이...""당연히 돈 세는 거죠!”강유리는 말하면서 또 돈봉투를 뜯었다.큰 침대 한가운데는 지폐 계수기가 놓여 있었고, 작은 손으로 지폐 뭉치를 능숙하게 지폐 계수기에 넣었다.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그리 감미로울 수가 없다.그런 다음 그녀는 지폐를 꺼내 자기 앞에 있는 지폐 더미에 두었다.육시준은 눈썹을 찡긋 올리고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누가 당신한테 이렇게 많은 현금을 준 거예요?"오늘 방문한 손님들의 축의금은 모두 전담자가 받았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떠났고 로비에 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축의금은 대체
돈이 사치스럽게 침대에 널려 있었다.불이 언제부터인지 꺼져있었고 따뜻한 색의 조명 하나만이 방안에 겹쳐진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다. 창밖으로 유유한 바람이 스치며 흰색 커튼을 불어올려 이 장면을 가렸다.강유리의 의식이 점차 혼미해질 때 감탄하며 생각했다. 남자는 역시 자신이 부자로 되는 걸림돌이네...이튿날 새벽 강유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고 방도 정리되어 있었다.침대 머리맡에는 봉투와 현금, 지폐 계수기가 단정하게 놓여 있어 주인의 꼼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옆에는 숫자가 적힌 포스트잇도 놓여 있었다.강유리는 이제 결과를 직접 보니 오히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봤다.많은 메시지가 있었다.사촌이 있고, 아버지, 할아버지, 스승님과 도 씨 어르신도 있었다.그들의 설명은 모두 같았다. 이야기가 길다고 하며, 어쩔 수 없이 말하지 못했고 했다.결국 그들은 모두 한패로 함께 강유리를 속인 것이였다.분노가 금방 가라앉은 강유리는 다시 화가 났다.단체 채팅방에 들어가니 역시나 메시지가 엄청 많이 쌓여 있었다. 한 줄씩 읽어보니 강유리는 그녀들이 앞에서 공작 어른에 관해 몇 마디만 물어보고는뒤에 모두 눈치채고 다시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일을 토론했다.[그럼, 그 여자는 대체 뭔 상황이야? 이 일을 그냥 이대로 뿌리칠 수 있어?】[책임을 돌리는 것도 아닌데. 그 알레르기는 나도 조금 책임이 있어.][그래도 우리 유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급해서 막 물어뜯었지?][일부 사람들은 영원히 좋은 사람을 볼 수 없다니깐! 성신영까지 동정받을 수 있다니. 정말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대체 뭔 상황이래.][내일 아침 나는 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해.][너 진짜 이들을 암살하려 하니?][오타야, 이 악플들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어!][플랫폼에 돈을 줘서 그들보고 즉시 내리라고 했어.][...]돈을 보낸 사람은 조보희였다.돈을 보내니 여러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조보희는 이
강유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동영상을 보고 모두 화가 났다.“이걸 뭐라고 하죠? 이것을 구인득인이라고 합니다!”“그녀가 먼저 사람을 괴롭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척을 하다니?”“이런 사람은 처음 보네.”“육경원 부인의 신분으로 남을 협박하고 가문의 명성을 내걸고 웨딩 브랜드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게 언니를 위하는 거야?”강유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하지만 여전히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어. 강유리의 악독한 행동은 성신영과 뭔 차이가 있어?”“그러니까! 호텔도 못 잡게 만드는 것도 지독한데,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우다니.”“돈 있고 권세가 있으면 나쁜 일을 해도 편을 드는 사람이 있어.”“결혼식 예쁘게 하고 싶지 않은 신부가 어디 있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데 또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면 누가 기분이 좋겠어?”악플러들이 무례하게 반박했다.어쨌든 그들은 강유리를 싫어했다.이때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엘리스가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잘못과 옳음을 판단하지 않고 사실만 밝힙니다. 우리는 뇌물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리 초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수 여사의 개인적인 가치관이 우리와 맞지 않아서 협력할 수 없었습니다]이 대목 뒤에는 그날 미용실에서의 대화가 담긴 음성 녹음이 첨부되어 있었다.“너희들 눈 안 달렸어? 날 아프게 했잖아!”“앗!”“고 아가씨, 왜 사람을 때려요?”“왜냐고? 너희 같은 천한 놈들이 돈을 받으면 사람을 잘 모셔야지, 나를 다치게 하면 네가 배상할 수 있겠어?”“...”“뭘 봐?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할 거면 꺼져. 오늘 메이크업은 스타일링들이 다투어 받거든!”“...”연예계 사람들은 엘리스가 스타일링을 할 때 동영상을 찍는 습관이 있다고 알고 있다.그날 성신영은 미리 스타일링을 유출하면 안 된다며 촬영을 거절했다.그러나 그들은 동영상을 찍지 않고 오디오를 녹음해 증거를 남겼다. 미래에
욕설도 가득했다.단지 그녀를 욕하는 것이 아닐 뿐...대화창을 열어 답장을 했다.[결과에 만족함.] 답장이 가장 빠른 사람은 소안영이였다. [이제서야 본 거야? 육시준, 능력 있나 본데. 신혼 첫날밤은 뜨겁게 보냈나 봐!] 신주리가 맞장구를 쳤다.[그런가 본데.] 도희가 말했다. [찌라시에 의하면 공작의 차가 어젯밤 내내 JL빌딩에 멈춰있었다는데.] 조보희가 말했다. [신혼집 주소가 바뀐 줄도 모르는 거야? 친아버지 맞아?] 이 말이 나오자, 채팅방은 침묵했다.어제 결혼식의 에피소드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사실이든 아니든 강유리가 먼저 자리를 뜬 것은 사실이다. 그녀들은 어젯밤 내내 이 일에 관해 얘기했다. 강유리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들은 화제를 성신영로 옮겼다.그리고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도희가 지금 떠보고 있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하지만 조보희가 한 수 위였다. 눈치 없이 남의 상처를 들춘 것이나 다름없다...조보희는 자기가 말한 후 침묵이 흐르는 걸 보고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실수했나?조보희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릴리는 어디 갔어?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말이 없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수습 불가다, 수습 불가. 어제 결혼식 피로연에서 강유리와 공작의 진정한 관계만이 폭로된 것이 아니다. 공작과 강미연이 판을 벌여 강민영이 자기 대신 죽게 했다는 말도 나왔다.이 소식이 진짜든 가짜든 충격적이긴 했다.강유리가 미리 현장을 떠났다는 것은 이 말들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받았다는 뜻이다. 만약 정말 영향을 받았다면 이 일 때문에 릴리와의 사이가 멀어질 것이다.릴리도 지금 마음이 복잡한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다.조보희의 말 때문에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꽤 용감하다...소안영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다들 점심 메뉴로 뭐 먹을래?] 신주리가 대답했다. [다이어트 중, 매니저가 나 요즘
다들 묻는 걸 보고 릴리는 강유리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자신이 아는 소식을 모두 털어놓았다.사실 그녀가 얻은 소식도 많지 않다.그리고 전부 부정적인 것들뿐이다.예를 들어, 강미연은 강민영이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는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강미연은 확실히 바론 공작과 몇 가지 협의를 달성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어머니는 큰이모와 아주 각별한 사이예요! 아버지와 판을 짜서 해치려 했다는 건 무조건 지어낸 얘기 일거예요.] 릴리가 얼른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그 두 분의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다.그리고 강유리의 반응이 어떨지 친딸인 릴리보다 더 긴장하며 관심했다.어젯밤만 해도 릴리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이 일로 언니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데 왜 자기한테는 사과하지 않고 언니만 신경 쓰는지 말이다. 내 기분은 신경도 안 쓰는 건가?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강유리에 비하면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다른 각도로 본다면 릴리는 '수익자'인 셈이다.큰이모의 죽음은 어머니를 대신한 것이니까 말이다.만약 큰이모가 아니었다면 죽은 것은 자기 어머니였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릴리는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어제 강유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와는 사이가 제일 좋은 자매일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지만 릴리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강유리가 답장했다.[알고 있어. 내가 바보도 아니고.] 릴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언제 돌아올 거예요?] 강유리는 툭 한마디 내던졌다.[어른들 일에 애들은 끼어들지 말지. 정 한가하면 신하균이나 찾아가.] [???] ...강유리는 계단을 내려갈 때부터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향기를 맡았다.이 별장은 그들이 어제 입주한 데다가 둘만 조용히 보내기 위해서인지라 도우미를 배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하고 있는게 누구인지는 뻔하다. 강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갔다.편안한 실내복 차림의 남자가 옅은 색의
갑자기 고정철이 생각났다.고정남의 복귀로 기세가 약해진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그의 뒤에는 도씨 가문의 사람이 있다. 즉 고한빈이 도가네 무술관 쪽에 있는 세력이 오랫동안 그를 지지하고 있었던 것이다.어제 그렇게 충동적으로 강유리 앞에 뛰어든 것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그들은 바론 공작과 맞서 싸우다가 궁지에 몰렸다.또 다른 예로, 캐번디시 가문이 다시 권력을 잡아서 그들이 더 이상 공격할 수가 없어지자 바론 공작의 허점을 노려 공격한 것이다. 즉 화살을 그녀에게로 돌린 것이다.고정철은 그저 그들의 칼자루일 뿐이다. 이 칼이 강민영에게 겨눠진 것은 고정철의 본심이 아니라 배후 인물의 지시일 수도 있다.그리고 이 배후 인물이 어머니를 죽이려는 것은 그가 고정남의 '정인'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이유는 바로 바론 공작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육시준이 강유리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앞으로 당겼다.육시준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볍게 들어 올려 그녀를 싱크대에 앉히고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화를 자초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다음은요? 어디까지 생각한 거예요?"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옅은 의혹이 담겨 있었다.강유리는 손을 뻗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여보, 신분을 바꿔서 혜택을 본 건 이모뿐만이 아니라 제 어머니도 마찬가지예요."육시준은 잠시 멈칫하고 더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이틀 동안은 쉬고 이 일을 생각할 줄 알았는데, 역시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듯 하다.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따랐다. "외할아버님께서 장모님은 성격이 산만해서 사업에는 관심이 없으셨고, 오히려 취미가 많고 사주 보는 것도 좋아하셨다는 말 기억나요? "강유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작은이모는 권모술수에 능하다고 하셨었죠.""맞아요.""..."답은 대충 나왔다.그녀들의 신분 교환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쌍방 합의도 됐을 것이다.다만 이 과정에서 작은 사고가 일어났을 뿐이다.도씨 가
육시준은 큰 손으로 강유리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강유리는 얼떨결에 그의 품 안에 안겼다."당신...""뒤끝 있어야겠군요. 쉽게 용서하면 안 되겠어요."육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강유리의 말에 동의했다.강유리는 잠시 어리둥절하고는 긴장한 것도 잊은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당신을 잠깐 속였을 때도 그렇게 냉대를 당했는데 그들은 심지어 20년이 넘게 속였으니까요.""..."강유리는 확실히 그들을 며칠 더 내버려두고 화풀이할 생각이었다.자기를 위한답시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육시준의 관점은 상상밖이었다.자기가 겪었던 수모를 그들도 겪어보라는 건가?강유리가 눈웃음을 살짝 짓고 농담 몇 마디를 하려던 찰나 육시준의 따뜻한 입술이 느껴졌다. 육시준이 청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남에게 벌을 준다고 자신에게도 각박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진실을 알고 싶으면 그들의 말도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끝까지 듣고도 용서할 수 없다면 그때 피해도 늦지 않으니까요.""..."강유리는 살짝 동요했다.방금 그 말은 취소다.육시준은 전혀 음흉하지 않다. 그는 자기가 수모를 겪더라도 남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다.강유리가 그들에게 벌을 준답시고 마음 고생할까봐 지금 설득하고 그들과 대화해 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육시준은 그녀의 '심쿵'한 눈빛이 느껴졌는지 시선을 그녀의 입술로 옮겼다. "유리,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인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지."육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멀리 떠돌던 강유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육시준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강유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뭐요, 제가 뭘 어떻게 쳐다봤다고. 저도 지금 진지하게 고민 중이거든요. 점심으로 뭐 먹을래요?"육시준은 씩 웃고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좀 있으면 알게 될 테니 일단은 나가 있어요."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