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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플러팅의 최고 경지

송재이가 웃음을 참으며 설영준의 입가를 가리켰다.

“여기, 부스러기 묻었어.”

아마도 빵을 먹다가 묻은 것 같았다. 진지한 설영준의 표정과 부스러기는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설영준이 손을 들어 입가를 닦아냈다. 여러 번 반복해도 닦아야 할 위치를 닦지는 못했다.

“거기 아니야.”

가만히 보고 있던 송재이가 손을 내밀어 대신 닦아줬다.

“이제 됐어.”

송재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설영준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손이 매우 뜨거웠다.

멈칫하던 송재이가 설영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송재이는 얼른 손을 빼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랬다면 송재이는 느끼한 변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영준은 마치 플러팅에 최적화된 사람처럼 여자를 홀리는 데 능숙했다. 돌직구였지만 매우 자연스러웠다.

송재이는 설영준이 어딘가 사악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직함과 사악함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도대체 어느 쪽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았다.

설영준이 만약 고대 신화에 나왔다면 분명 남자 구미호로 나왔을 것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결국 그의 남자다운 매력에 흠뻑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쪽일 것이다.

송재이는 순간 박윤찬이 떠올랐다. 저번에 설영준의 집에서 설을 보낼 때 송재이의 얼굴에 밀가루가 묻은 적이 있었다. 이를 발견한 박윤찬이 핸드폰을 가져다 화면으로 송재이의 얼굴을 비춰주며 닦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송재이는 박윤찬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홀릴 줄 몰랐기에 그냥 FM 답게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박윤찬가 비기면 설영준은 정말 요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설영준은 송재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송재이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자 설영준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 원하는 걸 이뤘다는 의미였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을 홀리는 게 플러팅의 최고 경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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