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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명분을 얻는 데 성공한 애인 같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송재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아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곳은 주현아가 처음 파견 업무를 나온 곳이기도 했다. 주현아의 까만 눈동자가 송재이를 향했다.

“나 찾으러 온 거예요?”

송재이는 자기를 아래위로 훑는 듯한 주현아의 눈빛이 매우 거슬렸다.

전에는 주현아가 설영준의 약혼녀였다면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니 송재이도 더는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현아가 눈을 찌푸리더니 턱을 살짝 들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송재이는 주현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현아가 원한다고 그녀가 꼭 상대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송재이는 주현아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이렇게 말했다.

“마침 나도 물어볼 거 있었어요.”

주현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재이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 설 대표님 약혼녀였으니 설 대표님 생일이 언제인지도 알겠네요. 언제였죠? 나는 기억이 잘 안 나서요.”

아니나 다를까 주현아의 표정이 변했다. 송재이의 대담함과 직설적인 말투에 놀란 듯 보였다.

어제 설영준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배짱이라도 생긴 건가? 그래서 이렇게 우쭐거리는 거겠지?

송재이의 말투는 분명 도발이었다. 그리고 주현아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전에는 약혼녀일지 몰라도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이다. 주현아가 아무리 오만한 자태를 보여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태도 표시기도 했다.

“설 대표님과 파혼한 건 맞아요. 우리 사이도 과거형이 됐죠. 그러니 만났던 사람 또 만나는 송재이 씨와 비길 것도 없죠. 근데 직접 물어봐도 되는 건 본인한테 확인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주현아도 질세라 이렇게 비아냥댔다.

송재이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러네요. 내 남자에 관한 걸 다른 여자한테 물어보고 있었네? 내가 헛짓거리했네요.”

“내 남자요?”

주현아가 눈을 부릅떴다.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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