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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신유리는 멈칫했다. 요즘 그와의 몇 번의 만남이 모두 불쾌했다. 게다가 오전에 그에게 해고당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왕 선생은 두 사람 사이의 어두운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핸드폰이 울리자,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만약 하 선생을 찾고 싶다면 서 대표님한테 부탁해 보세요. 다른 분을 찾고 싶다면 저도 추천해 드릴게요.”

“서 대표님, 제가 어떤 뜻을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 보호자분이 외할아버지 일 때문에 바빠하시는 모습에 그냥 말하는 거예요. 너무 개의치 마세요.”

왕 선생은 말하고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는 서준혁과 신유리만 남았다.

신유리는 시선을 떨궜지만, 자신을 향한 서준혁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아무튼 서준혁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을 꺼내서 망신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서준혁의 이전의 요구를 떠올리니, 신유리의 마음을 말로는 표현이 안 될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반걸음도 채 떼기 전에 서준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네 외할아버지 안위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가 봐.”

“신유리, 네 그 우스운 자존심은 늘 적절하지 않을 때 나타나.”

신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애써 등을 꼿꼿이 세우고 서준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우스운 자존심? 아니면 네가 내 망신 당하는 꼴을 못 본거야? 서준혁 난 지금 너랑 이런 지루한 놀이를 할 시간이 없어.”

“지루한 놀이?”

서준혁의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기회를 잡지 못한 거야.”

신유리도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서준혁이 이렇게까지 뻔뻔하다고 느꼈다.

그가 말한 기회란, 인형처럼 순순히 그의 말에 순종하고 그가 자신을 모욕하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인가?

신유리는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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