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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유리 언니, 저 말이 너무 많았죠? 죄송해요.”

귓가에 송지음의 목소리가 다시 맴돌자 신유리의 생각을 끊었다.

신유리는 턱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다 해버렸는데 많고 적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송지음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 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찾았다.

서준혁은 그녀를 보지 않고 오히려 병상 옆 캐비닛에서 미미의 진단서를 집어 들더니 두 페이지를 넘겼다가 다시 갖다 놓았다.

그한테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미미는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별 감정이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유달리 의미심장해 보였다.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서준혁의 시선을 맞받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도 혹시 제가 여동생과 어떻게 지내는지 가르쳐 주고 싶으신 건가?”

대표님 세 글자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신유리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송지음은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말에 가시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신유리는 아직 증거가 없었다.

쯧.

신유리는 표정 하나 변함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차가워 보였다.

서준혁은 거의 잠겨가는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가르쳐준 게 그뿐이야?”

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서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런데 네가 그대로 한 게 뭐가 있지?”

“주국병이 벌인 난장판을 처리하기 위해 너를 합정에 불렀는데 오히려 일을 만들어?”

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신유리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 집안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마치 전 세계 사람들이 너한테 죄지은 것 같아? 신유리, 너무 너를 높게 보는 거 아니야?”

그는 느릿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 마치 특권자의 고고한 자태를 내뿜는 것 같았다.

신유리는 이 분위기가 숨 막혔다.

눈치 빠른 서준혁은 신유리와 송지음의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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