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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병원 복도에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고 신유리는 잠시 진정을 취하여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그녀는 서준혁과 더는 말 섞지 않고 곧바로 화장실을 향했다.

다행히 화장실에 사람이 많지 않아 그녀는 세면대 옆에 서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있고 화장도 범벅이 되어 초췌해 보였다.

신유리는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친 뒤 손바닥을 세면대에 지탱하고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갑자기 외할아버지의 전화를 걸려 왔다.

얘기를 나누다가 신유리는 잠시 머리가 하얘지더니 마침내 자신이 아직 외할아버지에게 상황을 보고드리지 않았다는 점이 생각났다.

그녀는 눈을 내리보며 심호흡을 한고는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외할아버지의 노쇠한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찼다.

"유리야, 어떻게 됐어? "

신유리는 목은 멘 듯이 소리를 내지 못했다.

외할아버지는 손녀의 기분을 알아차린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유리야, 무슨 일이 생긴 거니? "

신유리는 정신을 차린 후 세면대에 받쳐진 손을 천천히 거두어 가능한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요, 걱정하지 마세요. 미미가 큰 문제 있는 건 아니고 빈혈이래요."

"빈혈? 빈혈이라고?”

신유리는 계속 설명드렸다.

"약물 때문일 수도 있다네요? "

말하고 나서 바로 추가 설명드렸다.

"외할아버지 얼른 주무세요, 제가 의사 선생님께 가서 더 알아볼 테니 큰 문제는 없을거에요.”

외할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미 건강도 중요하지만, 네 자신도 잘 챙겨."

외할아버지와의 통화가 끝나자, 신유리는 화장실에 좀 더 있다가 나갔다.

밖으로 나갈 때 뜻밖에도 서준혁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찡긋하면서 휴대전화를 내리보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는 휴대전화를 거두고는 신유리를 쳐다보면서 조롱하듯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억울함을 당하더라도 착한 척하겠다? 너 참 위대하네! "

신유리는 손끝이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

"어떻게 처리할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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