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하예정을 한참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늦었으니 빨리 들어가서 쉬어. 여기서 잠들지 말고. 밤에는 추우니 감기 걸려. 감기 걸리면 너만 고생이야.”말을 끝낸 전태윤은 뒤돌아서 들어갔다.이내 하예정은 문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하예정은 웃으며 중얼거렸다.“문까지 걸어 잠그고, 내가 위험해?”같은 시간, 전태윤도 중얼거렸다.“이 여자 너무 위험해.”방에 들어온 전태윤은 욕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도 후끈거렸다.‘나 진짜 얼굴 빨개졌어.’전태윤은 자기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하예정이 만진 곳을 몇 번이고 만져보며 그녀가 자기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느낌을 되돌려 보았다.그녀의 손은 말랑말랑하고 나긋했으며 마치 스쳐 가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전태윤은 물을 틀고 세수했다.전태윤은 아까 자기가 했던 반응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혼자 중얼거렸다.“내가 기억이 있은 뒤로는 아무도 내 얼굴을 못 만지게 했어.”성인이 된 후로 전태윤은 항상 진지하고 차가운 얼굴을 유지하다 보니 아무도 감히 그의 얼굴에 손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늘 경호원과 동행하다 보니 젊고 예쁜 여자들도 그에게 다가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여태 자기를 지켜왔는데, 오늘은 한 지붕 아래 여자에게 얼굴을 내주었다.전태윤은 첫 스킨십을 법적인 아내에게 주었다. 그러니 어찌할 수도 없는 데다가 격한 반응으로 그녀의 비웃음까지 사게 되었다.한참 뒤 씻고 나온 전태윤은 베란다에 두고 들어 온 하예정이 생각나서 방문을 나섰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가운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고 나갔다가 하예정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전태윤은 이내 가운을 입고 자기를 꽁꽁 싸맨 채로 방문을 나서 베란다로 갔다.‘잠들지 않았겠지?’전태윤의 걱정대로 하예정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전태윤은 그 모습에 화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분명 베란다에서 잠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녀는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전
눈앞의 베란다를 보며 전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나중에 별장으로 이사 가면 정원에 장미 키워봐. 정원 가득 장미가 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데요. 돈 아무리 모아도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든데 별장은 무슨.”물론 하예정도 별장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단지 생각일 뿐이다.‘돈 많으면 다들 별장 살라 그럴걸. 널찍한 데다가 층간 소음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 이런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문제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전태윤이 하예정과의 결혼을 위해 임시로 장만한 것이다.전태용은 쭉 큰 별장에서 살았었다.“태윤 씨, 먼저 식사해요. 난 꽃에 물 다 주고 먹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전태용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요리 솜씨도 좋았다. 제일 간단한 야채죽이나 반찬도 전태용의 입맛에 꼭 맞았다.매일 진수성찬을 먹던 전태윤은 하예정의 담백한 반찬과 요리가 아주 맘에 들었다.오늘은 전태윤이 먼저 집을 나섰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전태윤은 소정남과 마주쳤다.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지만 전태윤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소정남은 전태윤의 옆에 바싹 붙어 걸으며 전태윤을 툭툭 건드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형수님 아직 못 달랬어?”전태윤은 머리를 돌려 소정남을 노려보더니 계속 앞으로 걸었다.“네 성질머리로는 절대 못 달래지.”“우리 사이 아주 좋아!”전태윤은 화가 나서 쌀쌀맞게 말했다.소정남은 대충 대답하고 나서 계속해 말했다.“그런데 왜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야?”“너 눈 어떻게 됐어? 내가 뭐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라고.”황홀함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욕구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설렌 적도 없었고 그녀에게 충동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전태윤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뚝뚝한 사람이다.“
소정남의 다른 한 손에는 A4용지 몇 장이 들려있었다. 누가 보면 아마 서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자, 네가 얘기한 거.”소정남은 A4용지와 아침밥을 전태윤의 사무용 책상에 올려놓고는 엉덩이를 붙이며 말했다.“같이 먹을래? 관성 호텔 거야. 완전 맛있어.”관성 호텔은 전태윤이 평소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전씨 그룹의 산하 호텔이다.하지만 전태윤이 결혼한 뒤로 소정남과 함께 식사한 지도 꽤 오래됐다.전태윤도 그립긴 했다.“됐어.”전태윤은 A4용지들을 집어 들고 대충 보더니 소정남에게 물었다.“이게 다야?”“응, 다야. 상하 5대까지 정리했어.”“이것밖에 안 된다고?”“젊은 사람들이 그래도 잘나가는 거 빼고 어르신들은 죄다 농사일하고 있는데 뭐가 있겠어?”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남정의 말대로 하예정 친인척들은 젊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 빼고는 어르신들은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소남정은 이 사람들의 기본 정보인 나이와 결혼 여부, 그리고 자녀 여부까지 다 정리해 두었지만 A4용지 몇 장밖에 되지 않았다.하씨 집안의 정보를 보고 난 전태윤은 그들의 염치없는 행동에 더 치가 떨렸다.하예정의 사촌들, 그리고 삼촌과 큰아버지들은 다들 잘 살았다. 둘째 사촌 오빠라는 작자는 심지어 성씨 그룹의 산하 기업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며 연봉 2억을 받는다. 제일 못산다는 사촌 동생도 연봉 7천만 원은 훨씬 넘어 받았다.하예진과 하예정 둘을 합쳐도 그들 중 누구의 수입보다 적다.그런데 뻔뻔스럽게 두 자매에게 병원비를 부담하라는 것도 모자라 경비며 기름값까지 내놓으라고 하다니.정말 진상이다. 뻔뻔한 진상들이다!‘부모를 일찍 여읜 미성년자 두 자매를 괴롭혀 배상금도 빼앗아 간 데다가 인제 와서 병원비까지 부담하라고?’세상에는 수많은 진상이 존재한다. 그런 진상들은 인간성을 잃은 지 오라다. 실제로는 처음 진상을 만난 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쓰러웠다.“표정이 왜 그래? 그 사람들 형수님에게 죄지었어? 내가 손 좀 봐줄까?”전태윤은 쌀쌀하게 말
“따르릉...”인터폰이 울렸다.전태윤은 스피커 폰을 켰다.“대표님, 성소현 씨 또 오셨어요.”전태윤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쌀쌀맞게 말했다.“내버려 두세요.”비서가 말했다.“성소현 씨가 생화 한 트럭으로 회사 앞에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표님에게 고백하려고요.”전태윤을 바라보는 소정남의 눈에서 빛이 쏟아졌다.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보고는 여전히 쌀쌀하게 말했다.“경비원은 뭐 하고 있어요? 남의 회사 앞에서 쓰레기를 널어놓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말을 끝낸 전태윤은 인터폰을 꺼버렸다.비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소정남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사실 성소현 씨도 괜찮지, 뭐. 감정에 솔직하잖아. 너한테 빠진 여자들이 내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되는데 용기를 내는 건 성소현 씨뿐이잖아.”“괜찮으면 네가 만나. 나한테서 관심 좀 끄게 네가 좀 어떻게 해봐.”소정남은 갑작스러운 말에 사레가 들렸다.“업무 시간에 일 해야지. 빨리 먹고 꺼져. 너 혹시 한가하면 내가...”“나 바빠, 바빠 죽겠어. 지금 일하러 가려고 했어.”전태윤이 추가 업무라도 줄까 봐 소정남은 다급히 전태윤의 말을 중단시키고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은 뒤에 부리나케 도망갔다.대표 사무실을 나서 문을 닫은 뒤에야 소정남은 혼자 중얼거렸다.“호기심이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 한마디 더 했다고 업무로 협박하다니. 나 이러다 언젠가는 일하다 죽을지도 몰라.’소정남은 비록 대표 사무실에서 나왔지만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정남은 비서를 시켜 성소현이 준비한 이벤트를 찍어오라고 했다. 언젠가는 전태윤을 놀려 줄 생각과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났을 때 성소현의 용기 있는 고백을 따라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성소현이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화 하트는 아주 아름다웠다.경비원은 연락받고 성소현의 생화 하트를 망가뜨리려고 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차마 손을 쓰지 못했다.성소현은 스피커를 들고 68층이나 되는 높
성소현은 성씨 집안의 딸이다.성씨 집안과 전씨 집안은 워낙 관계가 좋지 않은 데다가 만약 성소현의 심기를 건드려 두 회사의 모순을 악화시킨다면 그 후과는 엄중했다.이내 전씨 그룹 앞에 차 몇 대가 멈춰 섰다.성기현은 차에서 내려 다급히 스피커를 들고 전태윤에게 고백하는 성소현에게로 다가갔다.성기현의 얼굴은 마치 흑인처럼 거무튀튀해졌다.전태윤이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어 성소현의 미친 짓을 고발했다.마침 회의 중이던 성기현은 전태윤의 고발 전화를 받고 마음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성기현은 관리층들을 내버려 두고 경호원까지 데리고 성소현을 잡으러 왔다.“전태윤 씨...”성소현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기현은 그녀 손에 들려있는 스피커를 낚아챘다. 성소현은 머리를 돌려 거무튀튀한 얼굴을 보고 흠칫하더니 움찔거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성기현은 그녀의 스피커를 바닥에 메친 뒤 성소현의 팔목을 잡고 끌어갔다.“오빠, 나 태윤 씨 좋아해. 나 진짜 좋아한다고. 나 짝사랑만 벌써 몇 년째야. 이제야 용기 내서 고백하는 건데 나 응원해 줘야지. 태윤 씨도 나한테 반할 수 있잖아? 오빠, 살살해, 나 아프단 말이야!”성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소현을 차 앞까지 질질 끌고 와 차 문을 열더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성소현은 반대편으로 도망가려 했다.“너 도망가기만 해봐!”성소현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았다.성기현은 차에 올라 문을 닫은 뒤 쌀쌀하게 말했다.“출발해요.”차는 이내 출발했다.“오빠.”성소현은 바싹 다가와 성기현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닥쳐!”성기현은 성소현을 혼냈다.“내가 몇 번을 말해. 전태윤은 너랑 어울리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했지?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나도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짝사랑한 지 오래되다 보니 그만두기엔 아깝더라고. 나 억울해서 그래.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잘못이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어?”성소현은 온 가족
관성 중학교하예정은 서점 카운터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고 심효진은 그녀와 마주 앉아 연애소설 한 권을 들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본인의 서점이라 보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심효진은 서점 내의 연애소설은 한 번씩 다 보았다.하예정은 가끔 그녀에게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예정아, 이 소설 속 주인공도 초고속 결혼했어.”심효진은 소설책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너랑 비슷해.”하예정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초고속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소설속 여주는 재벌이랑 결혼하잖아. 난 직장인과 초고속 결혼했어.”아무리 전태윤이 대기업 대표라 해도 월급쟁이일 뿐이다.“너 소설 그만 봐. 그러다 너무 감정 이입하면 시집도 못가. 현실 속에 남자와 소설 속 남주를 비교할 수는 없잖아. 소설 속의 남주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현실 속에 젊고 잘생기고 돈 많고 게다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재벌이 어디 있다고.”“그냥 시간 때우는 거지, 뭐. 너처럼 뜨개질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심효진은 책을 덮고 휴대폰을 꺼내 이슈 거리를 찾아보려고 했다.그녀는 SNS로 실검을 찾아보기 좋아했다.실검을 확인하던 심효진은 뭔가 발견하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너 빨리 실검 확인해 봐.”“뭔데?”하예정은 눈을 힐끗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예정도 SNS 계정이 있지만 가끔 자기의 수공 작품을 찍어 업로드할 뿐 팔로우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얼마 없는 팔로우는 모두 그녀의 찐 팬이다.“누가 전씨 가문 도련님한테 고백했대!”“그래.”하예정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평생 전씨 가문 도련님과 얽힐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시간 낭비를 해가며 지켜볼 필요는 없었다.“내가 듣기로는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눈독 들이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대. 전씨 가문 주인이자 전씨 그룹 총수니 걸어만 다녀도 돈 냄새가 아주 그냥. 그런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팔자 피는
“만약 정말 하자 있다면 성소현은 헛수고 한 거지.”심효진이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공개 고백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 결과가 없으니 아쉬운걸. 근데 진짜 하자 있는 거 아니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그녀들도 그저 추측할 뿐이다.물론 전씨 가문 도련님이 성소현의 고백을 받아들여 결혼이라도 한다면 간접적으로 하자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게 된다.하지만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하예정은 전씨 가문 도련님에 대한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찌라시를 좋아하는 심효진을 통해 들을 뿐이다.하예정은 더는 관심 밖의 일에 관해 얘기하기 싫어져 뜨개바늘을 꺼냈다.중얼거리며 실검을 보고 있던 심효진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카운터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예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야, 심효진 너 미쳤어? 깜짝 놀랐잖아.”“이 사람들이 진짜! 이건 너무 하잖아!”심효진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예정에게 휴대폰을 넘기며 화를 내며 말했다.“예정아, 이것 좀 봐. 이거 너랑 예진 언니 아니야? 이름도 밝히고 사진까지 떴어. 사진 너랑 예진 언니 같은데. 너랑 예진 언니 가족도 외면하는 불효자라네. 할머니 아픈데 관심도 안 하고 한 번도 만나 뵌 적도 없다고 떴어. 어르신이 너와 예진 언니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셨대.”그 말을 들은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예정은 이내 심효진의 휴대폰을 넘겨받고 뉴스를 확인했다. 사진을 보니 확실히 두 자매의 유년 시절 사진이었다.내용을 읽어보던 하예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보나 마나 고향의 진상 중 한 사람이 짓이 뻔하다. 하지만 상대가 하지명인지는 확실치가 않았다.뉴스에는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까지 첨부해서 올렸다. 상대는 자매를 불효자로 만들어버렸다. 그 뉴스는 두 자매가 어르신의 손에서 자라 학업까지 마쳤건만 그 뒤로 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결국 어르신은 자매를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게 되
"띠리링..."하예정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어 언니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예정아, 실시간 검색어 봤어? 정말 너무해!"하예진도 적잖이 화가 나 있었다.당시 부모님 두 분이 사고를 당해 전부 돌아가셨을때, 그녀는 이미 열다섯인 나이였다. 당연히 동생보다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많았다.당시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두 자매에게 얼마나 매정했는지 그녀는 전부 일기에 적어두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그 일기를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사실을 왜곡하고 두 자매를 모함하다니."그 사람들 인제 와서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전부터 속이 아주 시꺼먼 사람들이었지.""지금 바로 인터넷에 해명 글 올릴게."하예정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으려는 하예진을 얼른 불러 세웠다. "언니, 해명할 필요 없어. 이 일이 조금 더 커지고 나면, 그때 다시 해명해서 그 사람들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자.""그 사람들 우리 두 사람 사진은 물론 전화번호도 다 공개했어. 우리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증거를 꺼내야만 제대로 그들을 반박할 수 있어.""예정아, 네가 어떻게 하든 난 전적으로 협력할 거야. 참, 그때 나 일기 쓰는 버릇이 있었어. 당시에 썼던 일기장도 전부 다 보관하고 있고. 그때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죄다 적어놨는데 이 일기를 인터넷에 공개할까?"하예정은 자신의 언니에게 일기 쓰는 버릇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언니, 그 일기장 나한테 보내줘. 내가 반격할 증거를 전부 다 정리하고 나면 인터넷에 장문으로 해명 글을 쓰고 증거도 올리는 거야. 그 사람들, 이런 수를 쓴 걸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거야."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들을 공격하며 사이버 불링까지 하는데, 자신들은 왜 반격 하나 하지 못 한단 말인가?"알았어.""언니, 이 일에 언니는 나설 필요 없어, 내가 처리할게. 언니에게는 햇살이가 있잖아. 나 그 네티즌들이 미쳐 날뛰다가 햇살이랑 언니가 피해를 당할까 봐 걱정이야. 요 며칠은 인터넷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