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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눈앞의 베란다를 보며 전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 별장으로 이사 가면 정원에 장미 키워봐. 정원 가득 장미가 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데요. 돈 아무리 모아도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든데 별장은 무슨.”

물론 하예정도 별장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단지 생각일 뿐이다.

‘돈 많으면 다들 별장 살라 그럴걸. 널찍한 데다가 층간 소음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 이런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문제야.’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전태윤이 하예정과의 결혼을 위해 임시로 장만한 것이다.

전태용은 쭉 큰 별장에서 살았었다.

“태윤 씨, 먼저 식사해요. 난 꽃에 물 다 주고 먹을게요.”

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하예정은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전태용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요리 솜씨도 좋았다. 제일 간단한 야채죽이나 반찬도 전태용의 입맛에 꼭 맞았다.

매일 진수성찬을 먹던 전태윤은 하예정의 담백한 반찬과 요리가 아주 맘에 들었다.

오늘은 전태윤이 먼저 집을 나섰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전태윤은 소정남과 마주쳤다.

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지만 전태윤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소정남은 전태윤의 옆에 바싹 붙어 걸으며 전태윤을 툭툭 건드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형수님 아직 못 달랬어?”

전태윤은 머리를 돌려 소정남을 노려보더니 계속 앞으로 걸었다.

“네 성질머리로는 절대 못 달래지.”

“우리 사이 아주 좋아!”

전태윤은 화가 나서 쌀쌀맞게 말했다.

소정남은 대충 대답하고 나서 계속해 말했다.

“그런데 왜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야?”

“너 눈 어떻게 됐어? 내가 뭐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라고.”

황홀함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욕구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설렌 적도 없었고 그녀에게 충동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전태윤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뚝뚝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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